
<안행 마을의 오후>수채,2013
하나의 공간이 우연처럼 다가와 엷은 파장을 그릴 때가 있습니다. 안행 마을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한 여름 햇살을 맞으며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작년 이곳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모처럼 큰 맘 먹고 야외 스케치를 나선 일, 낯선 사람들 속에서의 어색했던 느낌들,비 그친 오후의 변덕스러웠던 기상 변화, 하늘을 가로질러 달음질치던 뭉게구름, 그림을 다시 손보다가 아예 망쳐버린 일...마을회관으로 두 번씩이나 물을 뜨러 갔던 것 등등...
동네 분위기는 지난해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달라 보입니다. 당시에는 의식조차 못했던 감정들이 여운의 결로 남아 반짝이는 햇살 아래 오롯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한 것처럼 공간과의 만남 또한 소중한 인연입니다. 익숙한 듯 조금쯤 낯선 시간의 프레임 속에 한 해만큼 변한 내 모습을 비춰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