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덕포리 빨간지붕>, Oil on canvas, 65.2×53.0cm, 2013

 

낮 동안 끈끈한 열기가 이어지더니 저녁 무렵이 되자 소슬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창가에 걸린 블라인드 커튼이 바람결에 가만가만 흔들리고, 허공을 쪼아대는 새 울음소리가 낯선 환영처럼 주변을 맴돌았다.


고촌 근처에는 유난히 새들이 많다. 작업을 하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들면, 창밖 멀리 V자 행렬을 그리며 날아가는 새떼가 눈에 들어오곤 했다. 새들은 대개 무리를 지어 날아다닌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길인지, 아니면 어딘가로 이동하는 길목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지난 시절의 일들이 떠오르곤 했다. 한때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순간들, 이제는 아득히 멀어진 기억들.

 

어느새 7월이다. 눈 깜짝할 사이 올해 달력도 팔락팔락 중간쯤 넘어왔다. 오늘은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을 하나 끝냈다.

 

유화 물감은 아무리 다루어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매체이다. 신중하게 오래오래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마음 가는 대로 거침없이 밀어붙여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생각은 그만. 경험이 먼저다.

 

마른장마가 한동안 지속되는 것 같더니 이번 주부터는 제대로 비를 퍼부을 모양이다. 모두 큰 피해 없이, 뽀송뽀송하게 잘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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