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화석정, 5월의 들녘에서> Watercolor on paper 48×33.5cm 2013

 

황금 같은 연휴가 지나갔습니다. 주말에 운동도 하고 강아지들과 함께 산책도 하고 물론 틈틈이 작업도 하고 병원에 입원하신 지인도 만나 뵙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노을이 깔린 저녁 풍경은 어쩐지 막막했습니다. 아마도 제 마음이 그랬을 겁니다. 이것저것, 어수선하면서도 안타깝고 뿌연 느낌...

 

어제는 서재 안 책상 배치도 새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전에 쓰던 책상이 어깨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밑에 층에 소리 안 나게 조심하면서 집에 있던 테이블 중에서 가장 키를 낮출 수 있는 걸로 바꿨습니다. 작고 협소하지만 그래도 제일 편한 이 느낌...아마도 컴퓨터를 오래 쓰시는 분들은 내게 가장 잘 맞는 테이블 높이가 어떤 건지 늘 궁금하실 겁니다.

 

의자도 항상 저를 시험에 빠지게 하는 목록 중 하나입니다. 내 몸에 가장 편한 의자 높이는 어떻게 될까? 의자마다 높이가 다 다르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입니다.(저는 줄자 애호가입니다.) 바퀴가 달린 의자나 등받이가 움직이는 의자는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에 부담이 옵니다. (제발 가구 디자이너들은 제품을 만든 과정에서 자신이 만든 의자에 적어도 6시간 이상은 앉아 본 다음에 생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아이고, 허리야!)

 

의자에 대한 강박증, 고민, 갈등, 호기심 같은 것들은 정말 끝이 없습니다.(그로인해 숱한 화폐를 썼습니다. 아이고, 배 아파!) 그런데 이제껏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앉아본 의자들 중에서 가장 편했던 건 그냥 90도 각도의 움직임 없는, 아주 약간의 쿠션만 있는 딱딱한 의자였습니다. 어딘가 학창시절 학교 의자를 연상 시키는...그래 이 원시적인 의자가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거야!

 

지난주에는 파주 화석정에 다녀왔습니다. 뭐랄까..서울 근교에 이런 마을도 있구나 싶어 감탄했습니다. 사실 그림 그리기에 좀 괜찮다 싶은 곳은 거의 군부대가 장악하고 있어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화석정은 제발 이대로만 있어줘라,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그런 마을이었습니다. 이런 얘기 마을 분들이 들으시면 속상하겠지만 화구를 펼쳐 놓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물을 대 놓은 논이 호수처럼 펼쳐져 있는데 거기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그 안쪽에 위치한 마을 풍경 또한 아늑하면서도 정겹기 그지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그림은 그 마을 들판에 오롯이 혼자 서 있는 어느 농가 모습입니다. 사생지에서는 스케치하고 밑에 톤을 까는 정도에서 끝낸 다음 집에 돌아와 다시 손보았습니다, 근경의 흙색과 초록, 그리고 원경의 푸른빛 풍경이 서로 대조를 이루고 그 중간에 그 집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내내 이 벽돌집에는 누가 살지 궁금했습니다. 하나의 집은 하나의 세계를 뜻합니다. 우리도 그곳 어딘가에 살고 있겠지요. 햇빛 찬란한 5월, 모두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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