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몽마르트르 언덕의 추억>
모처럼 비구상 작품을 손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이 작품은 15년쯤 전 파리 여행 직후에 그린 칼라 드로잉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수채화와 파스텔을 사용했던 것인데 그것을 유화로, 그것도 비슷한 분위기로 다시 제작하는 일이 결코 녹녹치 않았습니다. 수차례의 좌절, 무작정 묵혀만 두었던 인내의 시간이 아주 길었다고 할 수 있지요. 때론 그림도 김치처럼 발효를 하는 모양입니다. 그 무엇인가가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겨우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김연아 선수가 인터뷰에서 아사다 마오와의 인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런 말 여기서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정말 '징'합니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징'하다는 그 표현...이 그림이야말로 제게는 그런 '징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한 발 전진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고맙고 마냥 소중할 따름입니다.
요즘에는 시간 날 때마다 노트 패드로 이북을 읽고 있습니다. 종이 책에 비해 몰입도가 상당합니다. 이러다 정말로 종이책이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소설가잖아!’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릅니다. 소설...그 또한 무엇인가 끈질기게 살아남아 주기를 고대합니다. 모두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