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건너는 조각배, 양평> 65×50cm 캔버스에 유채 2012-14

 

올해도 막바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11월이라니! 지난 2년간 소설 연재 하나 끝내고 새롭게 재가동한 그림 작업까지, 나름대로 생산적인 시간을 보낸 듯합니다.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었느냐, 이런 질문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항상 부족하고 아쉽고...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숙제 같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잠시 여행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머리도 식힐 겸 나 자신에게 일종의 선물을 주는 셈입니다. 떠날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하필이면 목적지인 뉴욕이 허리케인 ‘샌디’로 어수선하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두 달 전부터 비행기 티켓 끊고 숙소 예약한 터라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아무튼 떠나기로 맘먹었습니다. 태풍이 또 불어오지야 않겠지요. 미국 대선이 코앞이니 맨해튼 거리에서 좀 색다른 구경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05년에 뉴욕에서 6개월간 거주한 적이 있는데 서울보다 약간 쌀쌀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과 함께 두꺼운 스웨터랑 모자 장갑도 차곡차곡 챙겨 넣었습니다.

 

뉴욕에 가면 다른 작가들 작품이나 실컷 구경할 생각입니다. 15박 17일 동안 오가는 시간 빼고 마냥 미술관에서 진을 칠지도 모릅니다. 내가 살던 공간에서의 일탈,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의미는 충분합니다.  

 

여행은 사람 마음을 설레게도 하고 초조하게도 만듭니다. 모처럼 말끔하게 정돈된 화실 모습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어디든 멀리 떠날 때는 되도록 이것저것 치우고 정돈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누군가 떠나버린 자리에 여운처럼 감도는 정적을 남겨두기 위해서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와 내 눈에 비친 빈 공간의 쓸쓸함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비 그친 오후, 덕포진> 65×54cm 캔버스에 유채 2012-14

 

오늘은 그동안 준비한 야외스케치 동호회 2012년 전시작품 두 점을 올립니다. 끝까지 제 마음을 찜찜하게 만든 작품들이지만 이것도 역시 통과의례라 생각하고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11월 말에 김포 시민회관에서 있을 전시회 오프닝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 비 그치면 더욱 추워질 거라 하니.. 감기 조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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