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창가에서> Watercolor on paper 39X 30cm 2012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모습이 피부로 코 끝으로 마음으로 전해옵니다. 양평에 가서 모처럼 수채화 팔레트를 펼친 뒤로 계속 수채화 매력에 빠져 있습니다.

 

수채화는 투명함과 맑음이 최대 장점인 장르입니다. 유화 물감은 오렌지색을 칠했다가 그 위에 파란색을 칠하면 오렌지색 물감이 그대로 사라져 버립니다. 오일을 많이 섞거나 물감을 얇게 펴바르면  밑에 색감 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지만 대개 맨 위에 있는 물감이나 그 톤에 파묻혀 버립니다.  그런데 수채화 물감은 오랜지 색깔 위에 파란색을 덧칠하면 초록색이 나타납니다. 물론 물감을 진하게 바르면 없어지겠지만 그 밑에 있는 색을 고스란히 살려두는 묘미가 바로 수채화 그림에 있습니다.

 

하루 중에 작업실 창밖으로 두개의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낮 동안 햇살이 부서지는 투명하고도 파릇파릇한 전경과 교회 십자가 하나로 점령되는 밤 풍경입니다. 주위의 어둠을 삼켜버릴 듯 돋아오른 십자가 불빛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가슴 한쪽이 싸해지면서 외로운 느낌입니다. 그 외로움이 때론 사람을 한숨짓게도 하고 안도하게도 만듭니다.  누구에게든 자신만의 믿음과 신념이 존재합니다.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지고 나면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에만 불이 켜지는 법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