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뮌헨, 일기를 쓰는 여자>
Oil on canvas, 61×50cm, 2012
여행을 하다 보면 외로움이 초록 물결처럼 출렁거릴 때가 있다. 이른 아침부터 쉼 없이 걷고 또 걸어 들판을 지나고 언덕을 올라가는 동안, 낯선 얼굴들이 하나씩 다가왔다가 멀어진다. 어느새 흐린 그림자 하나가 등 뒤로 길게 눕는다. 여기는 어디일까.
낡은 지표처럼 뜬금없는 그리움이 펄럭인다. 길모퉁이 카페의 통속적인 풍경 속에서도 한낮의 태양은 졸고 있다. 커피 대신 주문한 맥주 한 모금은 달고 시원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혼자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결코 이러려고 길을 떠나온 것은 아닌데.
마음속에 회한이 소용돌이친다. 추스를 수 없는 감정의 갈피들이 뒤엉켜 있다. 내 집 작은 방의 어둠 속에서는 여행을 꿈꾸었고, 여행길에는 내 집 작은 방의 어둠을 목말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