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청춘 3
이보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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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기준을 나이로 나누는 건 이미 옛날 이야기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마음이 청춘이면, 그 사람은 청춘이다. '청춘'의 고민에 공감한다면 누구나 청춘이 될 수 있다.

<어쨌거나, 청춘3>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늘 밝고 화창한 날만 있는, 예전에 알고 있던 청춘이 아니라, 매 순간 고군분투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쨌거나, 청춘> 시리즈는 이미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서 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번에 나온 <어쨌거나, 청춘3>은 앞서 2권에 이은 직장인들의 생활 웹툰이다. 굳이 2030세대가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즘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인생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요즘 청춘들은 웃는 일보다 힘든 일, 슬픈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렇고, 또 그만큼 해야 할 일들은 점점 많아져서 그런 듯하다. 그런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듯, 이 책의 곳곳에는 청춘의 눈물과 한숨이 베어 있었다. 하지만 즐거운 일이 없다면, 청춘이 아니지 않은가. 웹툰답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마지막 줄이 반전이자 압권이다. 이렇게 한방이 있는 책이 바로 <어쨌거나, 청춘>이다. 공무원인 차차와 친구인 김대리, 그리고 그 주변인들이 펼쳐 가는 청춘 이야기는 마치 우리 생활에 카메라를 직접 들이댄 것처럼 생생하다. 생활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이 리얼리티라고 볼 때, 이 책은 그 장점을 많이 살린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깨알 웃음거리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챕터마다 마지막에 나오는 글이다. 작가의 속마음을 일기처럼 편하게 써내려간 글이 마음에 녹아내렸다. 유려한 글 뽐내기가 아닌, 담백하지만 솔직한 글이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주인공의 엄마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홀로 딸을 키워냈고 황혼기에 접어들어 남자친구가 있는, 요즘 주변에서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엄마이다. 예전 같으면, 엄마의 남자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거북하고 불편할 수 있겠으나, 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도 자신의 인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딸에게 누를 끼칠까봐 남자친구와 헤어짐을 생각한 엄마도, 지금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나는 아무 걱정 안 한다'

결국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 이 땅의 청춘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이 한 마디가 아닐까? 넘어지고 깨지고 힘들어도 충분히 넌 잘 하고 있다는 그 한 마디. 어쩌면 이 말은 매 순간을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듣고 싶은 말일 수도 있다. 누군가 등을 툭툭 치면서,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어서 아무 걱정 안 한다는 말. 믿는다는 말. 이 한 마디가 위로가 되는 걸 보면, 잔잔하지만 엄청난 공감을 주는 웹툰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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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편집장 - 말랑말랑한 글을 쓰기는 글렀다
박현민 지음 / 우주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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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란 잡지를 좋아한다. 지하철 입구나 거리에서 판매하는 걸 우연히 구매했는데, 그걸 파는 사람이 홈리스고, 잡지 수익금의 상당 부분이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데 쓰인다고 했다. 그리고 TV에서도 (다큐 3일이었던가) 홈리스 판매원의 3일을 본 적이 있기에, 길거리에서 만나면 매번은 아니어도 틈날 때마다 구매를 해서 보곤 했다. 그저 '착한 일'에 나도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처음엔 구매했지만, 실제로 <빅이슈>를 보면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기사가 많아서 만족했다.

 

<나쁜 편집장>(박현민 지음 / 우주북스 / 2019>은 <빅이슈>의 박현민 편집장이 쓴 에세이로, 편집장으로서의 고민과 보람, 그 외 다양한 경험을 일기처럼 편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내가 자주 보는 그 <빅이슈>의 편집장이라니,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왜, <나쁜 편집장>일까. 제목부터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왜 이렇게 제목을 붙였는지 알게 되었다. '착한 잡지를 만드는 나쁜 편집장'. '착한 일'에 숨어서 대충 만드는 잡지 말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나쁜 편집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나 할까.

 

한 달에 두 번. 격주간지를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너무 어려운 일이다. 월간지도, 격월간지도 잡지사는 전쟁터가 된다고 들었는데, 격주간지라면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고 인력이나 자본이 풍부해서, 여러 팀을 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그 어려움은 보지 않아도 불보듯이 알 수 있다. 그런 잡지를 '빵꾸 없이' 꾸려간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가 더 위대하게 보인다. 한 권의 잡지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지... 과연 숨쉴 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쁘게 사는 인생이 보였다.

 

 

 

그래도 그 '바쁨' 사이에서도 박현민 편집장이 놓치지 않는 게 '어떻게 하면 홈리스 판매원의 수입원을 더 높여줄 수 있을까'라고 하니, 이건 <빅이슈> 편집장이기에 추가된 또 하나의 고민일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고민하는 데에도 머리가 터질 텐데, 홈리스의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고민도 어마어마할 터. 하지만 이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분명 저자가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로 맡을 수 없는 중책으로 보였으니까.

 

 

 

<나쁜 편집장>을 읽으면서 좋았던 건, 글의 첫 문장과 삽화였다. 오랜 기자 생활과 잡지 편집장으로서의 연륜이 담긴 '글맛'이 좋았다. 첫 문장의 임팩트가 끝까지 살아 있어서 몰입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저자의 친구인 이용혁 디자이너가 그렸다는 손그림 역시, 이 책이 갖고 있는 '날것'의 느낌과 잘 맞았다.(에필로그에서 두 사람의 인터뷰를 보면서, 내 생각과 딱 맞아떨어진 것을 보고 신기할 정도)

 

  

예전에 직장을 다니면서 지하철 출구에서 자주 접했던 <빅이슈>를, 내가 퇴사 후 3년 간의 공백이 생기면서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특히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오면서 내 동선에는 <빅이슈>가 없었다. 이제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왔고, 회사 앞 지하철역에 파는 <빅이슈>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리고 때마침 회사에 돌아오게 되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한 달에 두 번 나오는 이 잡지를, 꼭 사서 보겠다는 결심. 그게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데 쓰여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잡지 자체로서의 콘텐츠도 훌륭하니까. 게다가 나는 <빅이슈> 편집장이 쓴 책까지 읽었으니, 마음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진 듯하다.

 

<나쁜 편집장>이 만드는 <빅이슈>를 계속 보고 싶다.

 

 

인간은 모두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좋고 나쁨을 가르는 취향, 옳고 그름을 가늠짓는 가치관, 그 밖에 모든 다양한 사고들이 복잡하면서도 그 나름의 원칙을 가진 채로 얽혀 있는 미지의 공간. 인간의 삶이란 자신의 우주를 탐험하면서 평생토록 그것을 확장 혹은 축소하는 일련의 과정들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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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경로 -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강희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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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라.

우리가 '맵'에 던지는 미션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맵은 항상 '최단경로'를 안내해 준다.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는 '맵'에 잡히는 그 사람의 노드(node)를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큰 이야기 줄기는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책의 중간까지 등장인물의 '끊김' 또는 '생각의 버퍼링' 때문인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난 후, 전체적인 그림이 떠오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혜서는 그 뒤로 다시 한국에 돌아갔을까, 애영은 안락사를 택했을까, 마이레는, 진혁은?

 

 

 

그는 짧게 자기소개를 한 다음 화이트보드에 두 개의 점을 찍었다. 그리고 이 점에서 저 점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너무 뻔한 질문이라 오히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새 그가 두 점을 직선으로 이었다. 이걸 모를 줄은 또 몰랐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도 다 알 텐데. (중략)  아이가 엄마한테 뛰어가는 걸 보면 저렇잖아요. ..기계들도 마찬가지예요.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 p.31

시작은 라디오 피디인 '혜서'가 전임자인 '진혁'이 남겨놓은 트랙에서 '어떤 소리'를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진혁과 같은 계정을 쓰게 되면서 그가 '예상 밖 경로'로 이탈한 것을 보고 의문을 가지며, 그 뒤를 쫓아가게 된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아니면 뭔가 숨어 있는 다른 감정이 있었던 걸까?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애영이 왜 다미안의 프로그래밍 코드 수업을 듣는지,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혜서는 왜 전임자인 '진혁'의 발자취를 따라 암스테르담까지 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하지만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나서 "아하~"라며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왔다.

 

소설의 중간중간에 현재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이 언뜻언뜻 보였다. 가령, 이런 구절.

 

 

 

개인을 어떤 집단의 일부로 치부하는 것, 그리하여 그를 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차별이란 그 당연한 사실을 어떻게 해야 당연한 걸로 알아먹게 할지 매번 피로했다.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 p.33

개인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집단의 일부'로 치부하고, 그 집단의 프레임을 씌워 버리는 것. 그게 바로 차별이란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 그 사람의 배경과 소속을 보고 그 사람은 어떠할 것이라는 단정을 짓는 것에 익숙하니 말이다.

 

내가 <최단경로>를 읽으면서 방점을 찍은 곳은, 눈물샘이 터진 곳은, 희한하게도 안락사 심사관에게 애영이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털어놓을 때였다.

 

아이에게 말해줘야 하거든요.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생긴 건지. 완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줘야 해요. 아이한테는. 그러려면 배우는 수밖에 없어요. 내 아이는 어쩌면 손을 들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그렇게 됐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자기가 엄마 말을 안 들어서 그렇게 됐다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이죠. 나한테 미안해할지도 몰라요. 또 우리 엄마는요. 우리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니까 나는 배우고 죽어서 아이랑 엄마한테 얘기해줘야 해요. 그런 게 아니라고. 그게 그런 게 아니라고. 내 아이는 그걸 모른단 말이에요.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 p.123

엄마와 아이를 동시에 잃은 엄마의 절규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 와중에 공부를 할 정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같은 엄마로서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애영의 마음이 느껴져서 애잔하고 가여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을 떠난 아이와 엄마를 위해, 어떻게 당신들이 죽었는지 최선을 다해 설명하기 위해 배운다는 것.

 

이 부분에서 책에서 잠시 눈을 뜨고 멍하게 있던 건, 하필 이 책을 읽고 있는 오늘이 엄마의 10번째 기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건강해지리란 믿음 하나로 버티다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아무것도 모르고 갑자기 떠난 엄마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쳤다. 그리고 자살 혹은 안락사를 선택지로 둔 애영의 심정도 너무 크게 공감이 갔다. 사실, 소설 전체를 놓고 볼 때 많은 사람들의 방점은 여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여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많은 여운을 남겨둔 채 마지막 장을 닫게 되어서, 여전히 '맵' 속에서 등장 인물들의 '노드'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남겼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의 여운도 오래 남는다.

 

 

 

무엇이건 알려고 하면 할수록 나는 그 앎에 갇히고 만다. 그렇게 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상실했다.

 

강희영 장편소설 <최단경로> p.162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최단경로>.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 있는 반면에, 뚝뚝 끊어서 읽어야 할 소설도 있다. 이 책은 후자이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해준다. 라디오 방송의 히든 트랙으로 '아기 옹알이'를 심어놓은 진혁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애영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되는...공감과 울림이 큰 소설 한 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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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아리 -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던 데이트 폭력의 기록
이아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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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요즘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키워드이다. 데이트 폭력으로 죽이거나 스스로 죽는 사건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만큼 심각하고 빈도수도 자주 일어나는 무서운 범죄이다.

<다 이아리>(이아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는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한 웹툰이다. 이미 인스타툰으로 유명한 터라 이 웹툰을 본 지인들도 꽤 됐다. 한결같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마음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던 데이트 폭력의 기록'이란 부제만 봐도 데이트 폭력이 얼마나 만연되었는지 실태를 알 수 있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데이트 폭력을 덮을 수 있을까? 데이트 폭력이 사랑일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에 No를 외칠 수 있을까?

평소에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었다가 사소한 일로 눈이 뒤집히거나 술만 마시면 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 이아리>에 나온 폭력남도 평소엔 얼마나 친절한지 모른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돌변하니 이에 대응조차 할 수 없는 약자가 안타까울 뿐이다.

 

 

학교 폭력도, 데이트 폭력도...왜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가. 눈에 띌까 조마조마하고, 또 맞을까봐 벌벌 떠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리고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이아리'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준 웹툰이다.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하다가 또 다시 돌변하는 걸 보면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말을 실감한다. 만일 폭력의 피해자가 되더라도 입 밖으로 꺼내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도 방패막이가 되어 주지 못한다니, 세상에 자기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다.

 

 

 

 

 

 

누구나 이아리가 될 수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잊지 못할 상처가 생길 수 있고

누구보다도 약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마지막장에 웃는 이아리를 보고서야 비로소 내 마음도 놓인다. 보는 내내 "어쩜...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면서 화가 나기도, 슬프기도 했다. 성별을 떠나서 누군가 가해자가 되고 누군가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이 불균형한 관계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혼자 앓는다면, 더욱더 좋지 않은 생각으로 빠져들 수 있다.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하길, 그래서 하루 빨리 헤쳐나오길, 이 땅의 모든 '이아리'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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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색 - 이토록 컬러풀한 세계사
댄 존스 지음, 마리나 아마랄 그림, 김지혜 옮김 / 윌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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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글로만 배웠다. 교과서가 그랬고, 역사서가 그랬다. 몇 세기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고, 어떤 인물이 무슨 일을 했는지 달달 외우는 게 역사공부였다. 물론 이해는 된다. 옛날엔 사진 자료라는 게 없었을 테니.

<역사의 색>(댄 존스, 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19)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850년에서 1960년까지 110년 동안 역사의 순간을 생생한 '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특히 이 사진들에는 '특별함'이 숨어있는데 바로 흑백이 아니라 '컬러'사진이라는 점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 사진만 해도 흑백사진이 많은데 170년 전 사진이 컬러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책의 머리말을 본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책에 나온 200장의 사진은 본래 흑백으로 촬영되었지만 디지털 작업을 통해 색을 복원했다.

컬러쯤이야 포토샵으로 쭉쭉 바꾸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디자이너와 작업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본래 컬러로 복구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 색을 입히려면 가급적 많은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작업할 캔버스가 컴퓨터 스크린이라고는 하지만 사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한다. 그 공정에 공식 같은 것은 없다. 도구가 디지털로 바뀌었더라도 화가의 기본 기술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절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이 책은 2년에 걸친 합동 작업의 결과물이라니, 소장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역사적 순간을, 역사적 인물을, 역사의 현장을 마치 방금 찍은 것처럼 생생한 컬러사진으로 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폴레옹 3세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간디와 마르크스, 스탈린, 서태후, 명성황후, 톨스토이, 아인슈타인 등 유명한 인물과 여러 역사적 사건현장을 마치 기사를 보듯이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만 역사를 공부하는 것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읽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역사이야기에 더 눈길이 가고, 역사에 더 관심이 가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역사가 머리속에서 영화처럼 움직이는 영상으로 기억된다.

 

 

 

<역사의 색>은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글로만 읽기에 부담스러웠던 나같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특히 이제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등학생 큰 아이에게 어떤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해줄 때 시각 자료로 활용하면 아주 좋을 자료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컬러 복원 기술이 적용된 이미지들을 보고 있자니, 이 책은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예술책에 가까울 수 있겠구나 싶다. 2년여 간 쉼 없이 작업에 몰두해 온 작가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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