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리딩 - 나만의 콘텐츠를 찾아줄 신개념 독서법
이권복 지음 / 라온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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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지 5년째. 책은 나에게 무엇일까. 책은 나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닥치는 대로 읽었지만, 정작 '독서' 자체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다. 책이 주는 즐거움과 위로에 대해서만 생각해왔다.

재취업을 하게 되면서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그 전에만 해도 매년 200권 가까이 책을 읽었기에 '독서'라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보는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넥스트 리딩>(이권복 지음 / 라온북 / 2021)은 매일 1권의 책을 오랫동안 읽어온 저자가 '독서'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독서법에 관해 설명한 책이다. 대학교에서 최다대출자 3년 연속 1위. 강의 개근보다 더 멋진 훈장이 아닐까. 도서관 관계자도 저자를 알아볼 정도라고 했으니, 저자의 책 사랑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은 그에게 따라오는 직업이 어마어마했다.

작가, 강사, 칼럼리스트, 네이버 인플루언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브런치 작가, 팟빵 크리에이터, 투자자, 성장읽기 대표 등... 책으로 인해 얻은 그의 수식어이다. 책이 책에서만 머문 것이 아니라, 책 자체가 삶을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독서는 본래 삶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다. 독서가 내 삶에 성장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미있던 놀이가 과제가 되고, 하고 싶은 것이 해야만 하는 것이 되면서 그 속에 숨어 있던 '성장'의 코드가 사라지게 되었다.

성장의 코드가 사라진 독서는 글자를 읽는 행위에 불과하고 당연히 거기엔 즐거움이 남아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그 즐거움은 독서를 하는 데서 오는 '성장'에 숨어 있다.

책이 주는 것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성장'이란 것. 이 '성장'이란 코드가 빠지게 되면 독서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독서로 인한 성장이야말로, 책이 주는 가장 달콤한 열매가 아닐까 싶다.

또한 저자는, 책을 많이 읽는데도 불구하고, 삶에 변화가 없다면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를 해도,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뜻. 이것을 콩나물시루로 표현한 저자의 비유가 재미있었다. 콩나물시루 속에 콩을 담고 매일 물을 주면,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언뜻 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콩은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는 의미.



이 부분을 보면서, 책을 만나고 난 후의 내 삶을 돌아보았다. 180도 달라진 삶은 아닐지라도, 분명 조금씩 변화가 있다. 우선 말에 힘이 생겼다. 목소리야 원래 큰 편이었지만,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이 늘 두려웠던 나였다. 하지만 책으로 무장한 덕분인지 예전보다는 좀 더 조리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가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말에 자신감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이것이 모두 '독서의 힘'이다.

이 책에는 '독서'로 인해 변화하는 삶을 말한다. 알고보니 이 책의 제목인 'NEXT READING'은 다음과 같은 뜻을 담고 있다.

Narrow Reading : 좁은 분야를 깊게 읽어라

Expansion Reading : 다양한 분야를 넓게 읽어라

eXport Reading : 읽은 것을 새롭게 추출하라

Transmit Reading : 나의 독서를 전송하라

깊이 있게 읽고, 폭 넓게 읽고, 기록을 남기고, 활용하라는 게 NEXT Reading을 외치는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독서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용법을 제시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유튜브 등 SNS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올림으로써 독서가 주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창출하고, 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는 게 취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 되고, 삶 자체가 되는 일상. 생각만 해도 좋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삶이 아닐까.

바쁜 업무에 치이다 보면, 독서가 때론 짐이 되는 경우도 있다. 4시간 가까이 되는 출퇴근 시간에 독서를 해야지 결심했던 것도, 피곤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작심삼일로 끝나기가 일쑤였다. 일종의 '북럼프(?)'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넥스트 리딩>을 읽으면서 매일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었던 예전의 모습이 떠올랐다. 독서만으로 채워지는 하루가 무척 행복했던 그때가.

책 자체로도 무척 행복하지만, 독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게 이렇게 많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저자가 권한 것처럼, 독서가 더 즐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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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장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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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생생한 사진집이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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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장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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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트보다 시장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 엄마, 아빠와 손잡고 시장으로 향하던 그 골목의 추억을 간직하고, 온 가족이 가끔 가던 경양식집을 기억한다.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시던 시장의 순대국집을 기억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꼭 레코드 가게에 들러 당시 유행하던 곡이 메들리로 담긴 테이프나 추억의 영화음악 LP를 사들고 와서 집에서 함께 듣던 추억. 이게 모두 '시장'이란 공간에서 일어난 행복이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묻는다. "시장은 가까운가요?"

<세상의 시장>(EBS 지음 / EBS BOOKS / 2021)은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로, 세계의 시장을 생생하게 화보로 만날 수 있는 사진집이다. 시장에는 없는 게 없고, 갈 때마다 새로운 게 넘쳐난다. 무려 '세상의 시장'이라니 얼마나 진귀한 게 많을까.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것, 형형색색 물든 화려함, 불량식품 취급당한 어릴 적 추억들이 전 세계 시장에도 구석구석 숨어 있었다.



호수에서 열리는 오일장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탑뷰로 본 호수 시장은 신기방기 그 자체였다.




 

온갖 식재료와 심지어 이발하는 아이까지- 모든 게 정겹고 흥겹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샘솟는 기분이다.




 

삶이 힘겨울 땐 시장에 가라는 말이 있다.

생동감을 느끼며 다시 삶을 꿈꾸라는 뜻이 아닐까.

내가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 바로 생동감이다. 시장에 가면 엄청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없다.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이 진열되어 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래서 시장에 가면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떠난 지 오래. 이렇게 눈으로나마 전 세계의 시장을 둘러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잠시 멈춤모드로 있지만, 곧 다가올 미래엔 다시 이렇게 곳곳에서 생동감 넘치는 시장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평소에 <EBS 세계테마기행>을 즐겨보는 터라, 마치 영상을 보듯 사진집을 보았다. 그리고 영상보다 더 긴 여운이 남았다. 여전히 살아 숨쉬는 세상의 시장이 그립다.

백화점도 좋고, 대형마트도 좋지만, 내가 평생 기억할 만한 추억은 '시장'에서 만들어졌다.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진귀한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 이 책을 함께 펼쳐보았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날, 버스를 타고 시장에 놀러가기로 약속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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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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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암암리에 숨어 있던 종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러면서 한숨과 함께 나오는 반응들, "대체 왜 저런 걸 믿지?"

맹목적이고 광적인 믿음이 자초한 결과, '집단 감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과연 '종교가 뭐길래'라는 의아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믿습니까? 믿습니다!>(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0)는 미신과 종교, 별자리, 가짜 뉴스 등 사람들이 믿는 것에 대해 다방면으로 접근한 책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지식 스토리텔러 오후 작가의 유쾌한 미신복음!'이라는 뒷표지 문구가 설명하듯, 단순히 종교나 미신에 대한 사실만 열거한 것이 아닌, 전체적인 큰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는 동지와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이며 동지 이후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진다. 그래서 과거 사람들은 해가 가장 짧은 날을 태양신이 탄생한 날로 여겨 축하 행사를 벌였다. 로마를 접수한 기독교는 자연스레 기존에 행해지던 가장 큰 행사에 예수의 생일을 갖다 붙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은 아폴론이다. 신화가 몰락한 뒤에도 아폴론은 예수가 되어 지금까지도 찬양받고 있으니, 그리스 신화의 모든 신을 통틀어 가장 큰 영광을 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 아폴론이 예수가 되었다고? 뭔가 낯설고, 새로운 발상이다. 내가 수십 년간 듣고 배우고 믿어왔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아폴론이 예수라니, 말도 안 돼. 하지만 전후 맥락을 함께 읽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류가 탄생과 함께, '무언가 믿는다'는 사실도 함께 시작되었으니까 신화와 예수의 연결고리로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점성의학, 손금, 무당, 점, 사주팔자, 오행 등등... 책에는 우리가 '믿는' 무수히 많은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서양 의술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마저 "점성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가 아니라 바보"라고 말할 정도로 점성의학은 근대 이전까지 서양의학의 디폴트 값이었다고 한다. 세상에나. 또한 손금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어떻게 주먹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미신과 종교. 그 둘의 차이점을 뾰족하게 말할 수 있을까 늘 궁금했는데, 오후 작가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다."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다. 그들은 구원을 사후로 미뤄버린다. 현실적 문제는 다 신의 뜻이고, 지금 희생하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믿음을 설파한다.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사후 세계 어음을 무한정 발행한다. 이 어음에는 개인차가 없다. 신실한 믿음만 증명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무언가를 바쳐야 하지만). 사후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죽지 않고서야 아무도 알 수 없으므로 차우에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다. 프랜차이즈화 역시 가능하다.

종교가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고라니.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지금은 거의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태 신앙인으로 살았던 나로서는 이 내용이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그동안 믿었던 것을 모두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후 세계를 위해 지금을 희생해야 한다는 교리가 틀린 부분은 아니기에,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싶다. 특히, 요즘 종교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

이 말도 안 되는 명칭이 진짜 종교란다. 이름 그대로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모시는 종교란다. 줄여서 FSM이라고도 한단다. 진짜 믿을 게 없어서 스파게티를 믿나 싶었는데, 정말 있다. 로고와 활동들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다. 신념이란 게 참 무섭구나.

미신이 정치에 개입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겐 조앤 퀴글리라는 점성술사가 늘 옆에 있었다고 한다. 비선 실세로 백악관에 머물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점성술사인 조앤에게 뭐든지 물었다는 사실. 이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미신, 종교는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대체로 마음이 힘들거나 마음 붙일 곳 없는 사람이 종교나 미신에 매달리게 된다. 그 대상이 신이든, 사물이든, 동물이든 다양하다.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고, 매일 아침 재미삼아 운세를 찾아보며, 문턱은 밟지 않고, 집 안에서 우산을 펴지 않는 등, 우리 생활 속에도 알게 모르게 미신적 행위를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가 그랬듯, 미신 역시 인류와 함께 끝까지 살아남지 않을까.

지식 스토리텔러가 전하는 미신과 종교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진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고개가 숙여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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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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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

이 책은 3년 전에 처음 읽었다. 그때,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정상가족'이 무엇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정상으로 돌아왔는가. 슬프게도 얼마 전 대한민국을, 아니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인이 사건을 보면서 이 책이 떠올랐다. 당시 TV와 기사들을 계속 찾아보면서 가슴 아파하고 함께 울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집단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과연 이것이 정상이 맞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며, 고쳐야 할 곳이 있다면 반드시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저자의 확고한 의지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참고로 저자는, 18년간 동아일보 기자, 6년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권리옹호부장, 사업본부장으로 일했으며, 2019년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일했다.


중학생부터는 생활기록부에 잘 기록되기 위한 생기부 인생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생기부 인생을 사는 우리들은 절대적으로 자유시간이 부족합니다. 항상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일 덜 급하고 점수화되지 않을 일들이 가장 먼저 저희들의 인생에서 지워집니다. 어쩌면 행복은 지워진 일들 속에 있었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매일 파릇파릇한 꿈을 꿔야 할 꽃다운 나이에 '생기부 인생'을 살아간다는 말이 너무 안타까웠다. 일부 아이들이 아닌 대부분의 중학생이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만 집중되어 있고, 여기에 합당하지 않은 조건들은 무조건 내팽개쳐지는 인생. 어찌나 씁쓸한지.

'부모로부터 과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낮은 자존감과 우울로 인해 무기력하고 복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졸업하고 나면 학교 화장실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가아요. 마음 편히 놀 데가 화장실밖에 없거든요."



 

열두 살의 대답을 듣고 한동안 멍했다. 곧 열두 살이 되는 우리 큰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냥 뛰어놀아도 부족한 나이. 하루 종일 땀 흘리며 노는 게 제일 좋을 시기에,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화장실'이 가장 편안한 곳으로 기억되리라는 읊조림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모와 자녀의 '동반자살' 이야기.





 

언론에서 '가족의 동반자살 이야기'를 적잖이 접하기 때문에,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 이것은 자녀의 의지를 담은 것이 아니기에 '자녀 살해 후 자살'이란 표현이 맞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합의에 의한 자살이 아닌, 부모가 자녀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자들에게 '동반자살'이란 단어를 쓰지 말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이 책을 보면서, 실제로 포털에 '동반자살'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니 바꾸자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보이는 듯하다. 다행이다.



그리고 마음이 가장 아픈 부분, 입양.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울컥하는 순간이 잦아졌다. 입양이 된 후 양모의 학대로 인해 하늘의 별이 된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지막 어린이집에서 혼자 남아 있던 아이. 멍하니 벽을 쳐다보던 아이의 뒷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미 비슷한 사례가 이 책에도 나와 있었다. 은비. 두 차례나 '예비' 입양가정에 가야 했고, 학대로 인해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던 아이. 그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그때 저자가 지적한 '허술한 사후 관리'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니 제2의 누구누구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후 관리는 국내입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허술하다. 한국은 국내입양 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건강한 영아를 입양할 때에도 계속 현금을 지원하는 특이한 나라다. 노혜련 교수는 "입양부모는 선하고 대단한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은 입양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외부에 도움을 청할 수 없도록 만든다"라면서 "입양은 선한 일이라기보다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전 생애의 과정이라는 인식을 확대하고 현금 지원보다 전문적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스스로 선하고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선 학대를 일삼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시선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자녀 체벌, 미혼모 차별, 다문화 가정 차별, 인종 차별 등, 정상적으로 보이나 지극히 정상이 아닌 상황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앞으론 더 심해지리라 생각도 하니, 앞이 깜깜해진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이 과연 최선일까? 인간으로 태어나 행복하게 사는 게 우선이라 여긴다면, 다른 형태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 '정상가족'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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