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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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암암리에 숨어 있던 종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러면서 한숨과 함께 나오는 반응들, "대체 왜 저런 걸 믿지?"

맹목적이고 광적인 믿음이 자초한 결과, '집단 감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과연 '종교가 뭐길래'라는 의아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믿습니까? 믿습니다!>(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0)는 미신과 종교, 별자리, 가짜 뉴스 등 사람들이 믿는 것에 대해 다방면으로 접근한 책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지식 스토리텔러 오후 작가의 유쾌한 미신복음!'이라는 뒷표지 문구가 설명하듯, 단순히 종교나 미신에 대한 사실만 열거한 것이 아닌, 전체적인 큰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는 동지와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이며 동지 이후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진다. 그래서 과거 사람들은 해가 가장 짧은 날을 태양신이 탄생한 날로 여겨 축하 행사를 벌였다. 로마를 접수한 기독교는 자연스레 기존에 행해지던 가장 큰 행사에 예수의 생일을 갖다 붙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은 아폴론이다. 신화가 몰락한 뒤에도 아폴론은 예수가 되어 지금까지도 찬양받고 있으니, 그리스 신화의 모든 신을 통틀어 가장 큰 영광을 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 아폴론이 예수가 되었다고? 뭔가 낯설고, 새로운 발상이다. 내가 수십 년간 듣고 배우고 믿어왔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아폴론이 예수라니, 말도 안 돼. 하지만 전후 맥락을 함께 읽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류가 탄생과 함께, '무언가 믿는다'는 사실도 함께 시작되었으니까 신화와 예수의 연결고리로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점성의학, 손금, 무당, 점, 사주팔자, 오행 등등... 책에는 우리가 '믿는' 무수히 많은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서양 의술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마저 "점성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가 아니라 바보"라고 말할 정도로 점성의학은 근대 이전까지 서양의학의 디폴트 값이었다고 한다. 세상에나. 또한 손금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어떻게 주먹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미신과 종교. 그 둘의 차이점을 뾰족하게 말할 수 있을까 늘 궁금했는데, 오후 작가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다."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다. 그들은 구원을 사후로 미뤄버린다. 현실적 문제는 다 신의 뜻이고, 지금 희생하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믿음을 설파한다.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사후 세계 어음을 무한정 발행한다. 이 어음에는 개인차가 없다. 신실한 믿음만 증명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무언가를 바쳐야 하지만). 사후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죽지 않고서야 아무도 알 수 없으므로 차우에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다. 프랜차이즈화 역시 가능하다.

종교가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고라니. 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지금은 거의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태 신앙인으로 살았던 나로서는 이 내용이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그동안 믿었던 것을 모두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후 세계를 위해 지금을 희생해야 한다는 교리가 틀린 부분은 아니기에, 객관적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싶다. 특히, 요즘 종교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

이 말도 안 되는 명칭이 진짜 종교란다. 이름 그대로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모시는 종교란다. 줄여서 FSM이라고도 한단다. 진짜 믿을 게 없어서 스파게티를 믿나 싶었는데, 정말 있다. 로고와 활동들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다. 신념이란 게 참 무섭구나.

미신이 정치에 개입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겐 조앤 퀴글리라는 점성술사가 늘 옆에 있었다고 한다. 비선 실세로 백악관에 머물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점성술사인 조앤에게 뭐든지 물었다는 사실. 이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미신, 종교는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대체로 마음이 힘들거나 마음 붙일 곳 없는 사람이 종교나 미신에 매달리게 된다. 그 대상이 신이든, 사물이든, 동물이든 다양하다.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고, 매일 아침 재미삼아 운세를 찾아보며, 문턱은 밟지 않고, 집 안에서 우산을 펴지 않는 등, 우리 생활 속에도 알게 모르게 미신적 행위를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가 그랬듯, 미신 역시 인류와 함께 끝까지 살아남지 않을까.

지식 스토리텔러가 전하는 미신과 종교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진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고개가 숙여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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