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

이 책은 3년 전에 처음 읽었다. 그때,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정상가족'이 무엇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정상으로 돌아왔는가. 슬프게도 얼마 전 대한민국을, 아니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인이 사건을 보면서 이 책이 떠올랐다. 당시 TV와 기사들을 계속 찾아보면서 가슴 아파하고 함께 울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집단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과연 이것이 정상이 맞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며, 고쳐야 할 곳이 있다면 반드시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저자의 확고한 의지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참고로 저자는, 18년간 동아일보 기자, 6년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권리옹호부장, 사업본부장으로 일했으며, 2019년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일했다.


중학생부터는 생활기록부에 잘 기록되기 위한 생기부 인생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생기부 인생을 사는 우리들은 절대적으로 자유시간이 부족합니다. 항상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일 덜 급하고 점수화되지 않을 일들이 가장 먼저 저희들의 인생에서 지워집니다. 어쩌면 행복은 지워진 일들 속에 있었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매일 파릇파릇한 꿈을 꿔야 할 꽃다운 나이에 '생기부 인생'을 살아간다는 말이 너무 안타까웠다. 일부 아이들이 아닌 대부분의 중학생이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만 집중되어 있고, 여기에 합당하지 않은 조건들은 무조건 내팽개쳐지는 인생. 어찌나 씁쓸한지.

'부모로부터 과보호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일수록 낮은 자존감과 우울로 인해 무기력하고 복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졸업하고 나면 학교 화장실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가아요. 마음 편히 놀 데가 화장실밖에 없거든요."



 

열두 살의 대답을 듣고 한동안 멍했다. 곧 열두 살이 되는 우리 큰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냥 뛰어놀아도 부족한 나이. 하루 종일 땀 흘리며 노는 게 제일 좋을 시기에,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화장실'이 가장 편안한 곳으로 기억되리라는 읊조림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모와 자녀의 '동반자살' 이야기.





 

언론에서 '가족의 동반자살 이야기'를 적잖이 접하기 때문에,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 이것은 자녀의 의지를 담은 것이 아니기에 '자녀 살해 후 자살'이란 표현이 맞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합의에 의한 자살이 아닌, 부모가 자녀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자들에게 '동반자살'이란 단어를 쓰지 말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이 책을 보면서, 실제로 포털에 '동반자살'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니 바꾸자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보이는 듯하다. 다행이다.



그리고 마음이 가장 아픈 부분, 입양.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울컥하는 순간이 잦아졌다. 입양이 된 후 양모의 학대로 인해 하늘의 별이 된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지막 어린이집에서 혼자 남아 있던 아이. 멍하니 벽을 쳐다보던 아이의 뒷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이미 비슷한 사례가 이 책에도 나와 있었다. 은비. 두 차례나 '예비' 입양가정에 가야 했고, 학대로 인해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던 아이. 그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그때 저자가 지적한 '허술한 사후 관리'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니 제2의 누구누구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후 관리는 국내입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허술하다. 한국은 국내입양 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건강한 영아를 입양할 때에도 계속 현금을 지원하는 특이한 나라다. 노혜련 교수는 "입양부모는 선하고 대단한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은 입양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외부에 도움을 청할 수 없도록 만든다"라면서 "입양은 선한 일이라기보다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전 생애의 과정이라는 인식을 확대하고 현금 지원보다 전문적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스스로 선하고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선 학대를 일삼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시선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자녀 체벌, 미혼모 차별, 다문화 가정 차별, 인종 차별 등, 정상적으로 보이나 지극히 정상이 아닌 상황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쩌면 앞으론 더 심해지리라 생각도 하니, 앞이 깜깜해진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이 과연 최선일까? 인간으로 태어나 행복하게 사는 게 우선이라 여긴다면, 다른 형태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 '정상가족'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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