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자꾸 의지하고 싶은 나에게 - 혼자서도 당당하고 싶지만 여전히 타인에게 기대게 되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이계정 지음 / 팜파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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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존감'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김미경 강사의 <엄마의 자존감 공부>가 그렇고, <신경 끄기의 기술>도 주변의 신경을 끄고 오롯이 나를 반듯하게 세우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 <누군가에게 자꾸 의지하고 싶은 나에게>는 아예 제목부터 '홀로서기' 방법을 제안해줌을 암시하고 있다.

상담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누군가에게 자꾸 의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따뜻하게 조언을 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일대일로 상담을 받는 편안한 느낌이었다. 수 년 간 상담사로 일해오면서 만난 수많은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어,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라며 생생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대가 크면 상처가 된다'는 말에 200% 공감하며, 기대가 클수록 상처도 크다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남들에게 한 만큼 나도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더라도, 자꾸 의지하고 챙기게 되면, 나 역시 그만큼 돌려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아마도 본능일 듯하다. 내가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해서 실망하고 상처받고...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나도 사람이든, 물건이든 마음에 드는 대상을 만나면 완전히 빠져드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요즘엔 시작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한번 빠져들면 한동안 거기에 미쳐 있으리란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생각을 깊게 하게 되었다. 생각의 독립, 마음의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타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홀로 남겨지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빈 껍질이 아닌, '자존감'이라는 알맹이를 채워 어떤 유혹이 다가와도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당당하고 싶지만 여전히 타인에게 기대게 되는 이들을 위한 관계심리학.
표지에 설명된 이 문구가 이 책을 설명하는 가장 명확한 답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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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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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를 낳고 회사에 복귀했을 때 김미경 강사의 <언니의 독설>을 인상깊게 보고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시원시원하게 충고해주는 '언니'의 독설이 으쌰으쌰 힘을 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직딩맘으로서 힘든 마음을 품어주었다.

그러던 언니가 다시 돌아왔다. 재봉의 여왕이 되어서. 그 사이 다이어트를 성공해서(부럽부럽) 날씬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반가웠다. 그 사이 마음 고생이 많았었구나 생각되었다.

몇 년 만에 본 김미경 강사의 글은 전보다 더 부드러워졌다. 그 전에는 독설을 날리는 걸크러쉬 스타일이었다면, 이 책은 카운셀링을 받는 느낌의 부드러운 상담사였다.

'아이 키우느라 힘들지? 그때 나도 그랬어. 그런데 지나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더라고. 난 애 셋을 그렇게 키웠어.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더라도 네 자신을 놓지마. 자존감을 키우고, 무너지지 마. 너는 너 그대로 소중한 존재이니까.'

마치 이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본인의 이야기를 했다. 예고에 갔다가 자퇴한 둘째 아이에 대한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엄마의 격려와 위로가 아이를 바로 세우게 했고, 지금은 일본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공부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김미경 강사의 큰 특징은 '경청'이었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왜 너는 안 하니'가 아니라 '꼭 공부가 아니어도 돼, 니가 잘하는 걸 찾아서 그걸 하면 돼.'라고 응원을 해주었다. 자식이 자퇴한다고 할 때, 어느 부모가 "그래, 음악 하면 자퇴 정도는 해줘야지."라고 등을 두드려줄 수 있는가. 보통의 자존감과 믿음이 아니라면 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그 격려를 자양분 삼아 반듯하게 자란 둘째 아이의 성장을 보며, 깨닫는 게 많았다.

내년이면 학부모가 되는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공부 부담은 지우지 않기로 남편과도 약속했건만, 막상 학부모 입장이 되면 또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겠지. 그럴 때마다 '언니'의 조언을 기억해야지. 누구나 평생 다섯 가지 천재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는 것. 그게 공부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 그리고 아이와 함께 '엄마의 자존감' 역시 늘 키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

육아와 살림, 직장생활까지 모두 해내는 슈퍼맘들에게 힘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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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 - 아름다운 예문과 함께하는
이승훈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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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팅을 할 때, 네이밍을 할 때 꼭 알야아 하는 게 순우리말이다. 물론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급적이면 한글, 그것도 쉬운 한글로 쓰고자 한다. 영어 브랜드가 난무한 세상에서 참 힘든 작업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순우리말'이라고 돌아다니는 상당수가 순우리말이 아니거나 뜻이 틀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들었다. 그렇다고 국어사전을 끼고 살 수는 없으니, 예쁜 우리말을 아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러던 차에 반갑게도 <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저자인 이승훈 님은 수필가로서 이 책을 출간한 해드림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국어사전에 숨어 있는 예쁜 낱말을 모은 우리말 사전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을 보는 내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예쁜 우리말이 참 많았고, 이게 표준어일까 싶은 단어들도 꽤 많았다.

                                                                                                                     


예를 들면 '끌끌하다'는 어쩐지 '꿀꿀하다'의 뜻일 것 같은데, '마음이 맑고 바르고 깨끗하다'란 뜻이란다. 끌로 파서 깨끗하다는 뜻인가. '에너르다'라는 말도 생소하지만 예쁘다.

 

 

                                                                                                                      


빵 터진 단어들도 있다. 배냇불행. 배냇저고리의 '배냇'이랑 같은 뜻인가보다. 그리고 쥐코밥상이라니...하하하. 말만 들어도 상상이 가는 단촐한 밥상이다. '쥐악상추'는 잎이 덜 자란 상추란다. '쥐'가 들어간 만큼 작고 보잘 것 업는 것을 말할 때 쓰는구나 싶다.

                                                                                 

 

                                     

                                                                     

'사위스럽다=마음에 불길한 느낌이 들고 꺼림칙하다'는 뜻이란다. 사위가 불길하다니? 물론 그 사위는 아니게지만...우리말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머절싸하다'는 어쩐지 멍청하고 어리석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외에도 다양한 우리말이 풀이되어 있어 참 좋았다. 카피를 쓰거나, 동화를 쓸 때, 그리고 네이밍을 할 때 곁에 두고 꼭 한번씩 펼쳐보는 우리말 사전이 될 듯하다. 알고 보면 예쁜 우리말이 참 많구나 생각이 들었다. 자주자주 열어보고 많이 익혀야지.

맨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의태어를 기록해본다. 발롱발롱, 발씬발씬...우리말은 참 매력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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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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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라디오'이다. 라디오를 끼고 살던 청소년기 시절을 지나,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일 땐 라디오를 품지 못했지만, 다시 라디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주방에서 뭔가를 하거나 책상에 앉아 일을 할 때에도 항상 라디오를 틀어놓는 '라덕'이다.

그래서 김동률, 테이, 스윗소로우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의 '라디오작가'였다는 이유만으로도 난 이미 강세형 작가의 팬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라는, 강세형 작가의 첫 번째 책을 보고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다. 글을 참 덤덤하게 잘 쓰는구나, 잘 읽히는구나, 소위 '뽐'내려고 쓴 글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 글이 참 좋다.

이번에 새로 나온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작가가 본 영화와 책,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적은 에세이. 원래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영화나 책을 본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감동의 포인트도 다를 것인데, 과거에는 그런 '감정을 강요'하는 책이 꽤 많았기 때문에 이런 책은 피했다. 자신만이 그 감정을 느낀 것처럼 '유레카'를 연발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그럴싸하게 써내려간 글들에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강세형 작가의 글은 전작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기름기'를 빼서 좋다. 누가 봐도 영화를 많이 보고, 책도 많이 본 사람인 '티'가 나지만, 그걸 자연스럽게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고수라는 생각을 했다.

책은 영화와 책에서 느낀 바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자신의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인상적인 건 고1 말까지 의대를 준비 중인 예비 이과생이었지만, 어느 순간 한 책으로 인해 문과로 오게 되고 국문학을 전공하고 라디오작가를 거쳐 전업작가가 된 과정을 거품 없이 이야기해서 흥미로웠다. 아마 나와 한 두 학번 차이일 것으로 예상(?)되는 그녀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도 같은 시대를 지나왔기 때문은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특히 작가가 인상깊은 구절이나 대사를 직접 인용한 문구들이 나에게도 큰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글.


 

시간은 우연이라는 저 재미난 친구와 힘을 합해
엄청난 기적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모든 인생에는 거의 읽히지 않는,
분명코 큰 소리로 읽히지 않는
그런 페이지가 있기 마련이다.

 

 

사노 요코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언제나 부업을 더 좋아했다고.
.
(중략)
.
그러니까 본업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을 최대한 늦추고 싶어서였다.
그 마음, 나도 너무 알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작품들인데도
몇 개월을 취미로서의 독서는 금지당한 채
직업으로서의 독서만 계속했더니, 솔직히 나는 좀 지쳤던 것 같다.
그래서 더 기다려졌나 보다. 이 휴가가.

지금 내 마음을 들킨 것처럼 뜨끔했다. 나는 지금 본업이 무척 바쁜 시기이다. 회사 다니며 한창 밤샘했던 그 시절보다 요즘은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러 곳을 다니며 미팅을 하고, 몇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책을 더 읽고 싶었던 거다. 이 책을 읽는 이 새벽에도, '본업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을 최대한 늦추고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잘 꼬집어낼까.

책에 나온 영화와 책을 모두 본 것은 아니기에, 작가의 글만으로 그것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작가의 느낌에 따라 '보고 싶다, 보기 싫다'가 구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는 내내 '아, 이 책 보고 싶다, 이 영화 찾아봐야겠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히 홀로 있는 아이 문제를 다룬 '우리들'이라는 영화와 책에 소개된 몇 편의 일본 영화들을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느낀 점은, 감정은 강요하는 게 아니라는 것과 책은 뽐내고 잘난 '척'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뜬금포일 수도 있겠지만, 글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세형 작가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겸손한(?) 글들을 보며,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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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의 그림동화 246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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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등 나와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이수지 님의 그림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이수지 님의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손꼽아 기다렸다.

글이 없어서 꼬맹이에게도 참 좋은 책. 이수지의 <선>.


"모든 이야기는 선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연필과 지우개가 올려진 종이. 이것만 있다면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어린 화가들에게 -이수지'라는 글이 뭉클했다. 우리 7살 큰 아이는 이 페이지를 계속 보고 있더라.

"엄마, 내가 어린 화가야?" 물어보며. "그럼~~"


스케이트를 탄 꼬마가 쭉 들어오자 선이 그려진다. 그리고 아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선이 쭉쭉 그어진다. 빙상을 타는 샥~샥~ 소리가 절로 연상된다. 아이가 그리는 선은 높은음자리표가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곡선이 되기도 한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한 마리 나비같다.


무대 중앙에 와서 드디어, 점프!
하지만 착지와 함께 아이는 넘어지고만다.
나는 어른의 목소리로 "이런이런~", "아프겠구나.", "어서 일어나야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와서 엉덩방아를 찧고, 또 누군가가 와서 함께 넘어진다.
이제 다함께 넘어지기도, 뒹굴기도, 달리기도 하며, 즐거운 스케이팅 한판이 펼쳐진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내가 놀란 건 아이들의 관찰력이다.
맨 앞에 면지에는 긴 연필이 있었는데, 이렇게 맨 뒤에는 연필이 작아졌단다.
중간에 선을 많이 그어서 그런가보다고 두 꼬맹이가 이야기하는데, 무릎을 탁 쳤다.

어른이 보지 못한 걸, 너희들은 보고 있구나. 꼬마 화가들의 관찰력이 대단하구나.


얼마 전에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에서 추천해준 <점>이란 그림책이 생각난다. 뭘 그러야 할지 몰랐을 때 도화지에 점 하나 찍었더니, 그게 바로 작품이라고 선생님이 인정해준 것. 그래서 '점 그림 전문가'로서 전시회까지 열었던 그 꼬마 화가가 떠올랐다.


아이들에겐 점도, 선도 모두 작품이 될 수 있고, 거기에서부터 꿈이 출발한다. 그런데 자꾸만 어른의 잣대로 자르고, 고치고, 더하여 상상력을 묶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함께 생각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했다.


역시, 이수지 샘의 그림책은 좋다. 아이도, 어른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수지의 <선>.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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