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글배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에 인스타를 즐겨하다 보니 짧지만 감동을 주는 문구를 자주 받아보고 있다. SNS에 짧게 올린 글을 모아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많으니, 가히 트렌드라고 할 만하다.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이 책을 쓴 '글배우'라는 작가도 그런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작가이다. 가끔 그의 인스타에 들어가보면, 메모지에 노트에 손으로 직접 쓴 위로의 문장들이 그때그때 나의 마음에 위로를 주곤 했다. 내가 그의 인스타를 찾는 날은, 뭔가 위로를 받고 싶은 순간이란 뜻이다.

이 책은 그런 문구들을 모은 글배우 작가의 3번째 책이다.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다 맞는 이야기, 공감되는 이야기라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많았다. 물론 이렇게 위로와 공감의 시(또는 에세이)가 서점에 너무 많이 나와서 희소성이 없을지라도, 그냥 무심코 펼쳤을 때 내 마음에 찡~ 울림을 준다면 그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다들 힘내라고 하는데
그 말이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 정말 힘들어서...

그럴 때는
그냥 힘들어해야 한다

지금 힘들어한다고
인생이 잘못되는 건 아니니깐

힘들 땐 힘들어하고
힘 날 땐 또 힘내서 걸어가고

글배우의 글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그의 프로필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조금씩 써서 SNS에 올린 글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 후 불안과 두려움, 수많은 걱정과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적어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붙인 사진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수십만 팔로워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을 치고 2,000명의 사람들과 고민을 나눈 ‘불빛 프로젝트’로 jtbc, KBS 등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작가로 활동한 지 1년 만에 롯데 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스타필드 코엑스 등에서 러브콜을 받아 100회 이상의 대규모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중고등학교, 대학, 도서관 등에서도 학생은 물론 직장인, 주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든다. 2017년부터는 배낭 하나 메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1,000명의 사람들과 만나 고민을 듣고 위로해주는 ‘새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힘들어 본 사람만이 위로할 줄 아는 법이다. 위로받아본 사람이 위로할 줄 아는 법이다. 그래서 글배우의 글에 힘이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글이라는 건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전공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구나 싶다.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고 싶어서 안달인 작가들도 있다. 이젠 그런 행간이 보인다. 그런 면에서 글배우 작가는 인생의 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회복 중인, 그러는 과정에서 성찰과 겸손을 스스로 익힌 게 아닌가 싶다. 고해성사 때 신부님이 위로해주시듯,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생각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부러웠다.

비슷한 연배로,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김하나 카피라이터는 그동안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현대생활백서, 네이버 광고 등 무수한 히트 광고의 카피라이터로 유명했지만, 광고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가장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었던 박웅현 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와 내 친한 카피라이터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녀의 전작인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그리고 프로필엔 없지만 최근 박웅현 쌤과 함께한 <안녕 돈키호테>까지, 모두 읽었다. '카피라이터 김하나'라는 브랜드가 가진 힘이다. 믿고 보는 책이랄까.

<힘 빼기의 기술> 역시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고, 더 발전한 느낌이었다. 카피라이터 출신의 수필가가 아니라, 온전히 '수필가(본인에 따르면 '실내수필가'로 불리길 원한다는데)'로서 손색이 없는 훌륭한 글이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인상깊은 구절을 적거나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이 책은 꼭지마다, 페이지마다, 줄마다, 심지어 행간마저도 아름다워서 뭘 올려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그만큼 요 며칠간 푹 빠져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만다꼬'라는 키워드로 물꼬를 텄는데, "풋~" 하고 웃음이 났다. 아, 정말 그렇지. 나는 경상도 사람은 아니지만 이 세 글자가 가진 폭 넓음을 이해했으니 말이다. '뭐하러', '뭐 한다고', '뭘 하려고' 등에 해당하는 사투리로서, 이제 독립을 하고 나니 '만다꼬'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또는 사는 게 힘에 부칠 때면
'만다꼬?'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왜 이것을 하는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가?
나는 이것을 진정 원하나?
아니면 다들 그렇게 하니까 떠밀려서 하는 건가?
내 안에 내재된 '만다꼬?'에 대한 대답을 찾으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보게 되는 거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부분에 쏟고 있던 힘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이다. 그러면서 나도 그 방법을 따라해보기로 한다. 뭔가 생각할 때, 뭔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일이 꼬일 때, 힘조차 내기 힘들 때 '만다꼬?'를 붙여보면 뭔가 해결이 될 것만 같다. 마치 '하쿠나 마타타'처럼 말이다.

내게 이 책은 단순히 에세이 한 권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은 그런 나의 궁금증을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내가 꿈꾸던 남미 여행을 실천한 그녀가 부러웠고, 생각의 폭이 남다른 그녀가 부러웠다. 또한 글을 잘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부러웠고, 책을 많이 읽은 만큼 깊은 사유를 하는 그녀가 부러웠다.


또한 그녀의 겸손함과 털털함, 무심해 보이지만 섬세한 그녀의 감각에 감탄했다. 아무래도 나는 예전보다 더 그녀의 팬이 된 듯하다. 마치 친한 언니처럼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만다꼬?"라며 해결책을 툭 던져줄 것만 같다. 무심하게, 하지만 진심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불된 어텐션 - 디지털 세상에서 주목시키는 혁신적 광고
패리스 야콥 지음, 윤서인 옮김 / 참좋은날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불된 어텐션(Paid Attention)>. 전략 및 혁신 컨설팅 회사 ‘지니어스 스틸스 Genius Steals’의 공동 창업자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미디어 플래너, 어카운트 플래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Maxim지의 필자, 경영 컨설턴트라는 다양한 직책을 가진 페리스 야콥이 쓴 책이다.

제목을 먼저 살펴 보았다. 어텐션이란 말 그대로 '주의, 주목'이라는 것이고, Paid를 '지불된'이라고 번역한 걸 보고 '지불된 어텐션?' 이게 무슨 뜻인가 싶었다. 책을 다 보고 나니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광고도 누군가 비용을 지불해서 대중으로부터 선택되어야 하는 상품이며,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따라 광고도 변해야 한다는 게 큰 이야기이다. 

 

 

스티브(잡스)는 창의적인 생각의 주요 요소를 몇 가지 소개한다.

- 반복 : 기존의 것 위에 구축하기, 원점에서 시작하기보다는
무엇이 효과적인지를 찾아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기
- 재조합 : 서로 다른 요소들을 섞어서 새로운 완전체 창조하기
- 영감 : 재조합할 원천을 찾기 위해 관심사가 다른 분야들을 탐구하기

 

누군가가 어떤 것에 대해 참으로 창의적이라고 말한다면
그 이유는 보통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결코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조합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두 가지를 조합하기 위해서는 그 둘을 하나로 묶는
유사성을 찾아내야 한다.
서로 다른 두 아이디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은
벼락같은 통찰, 유레카 순간, '알았다'는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은유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프로슈머(Prosumer : Producer + Consumer)가 나오게 된 것도 미디어와 콘텐츠가 발전하면서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불과 십 수년 사이에 주력 매체가 변화하고,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하며, 콘텐츠의 주체가 달라지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이에 따라 주목을 끄는 방법도 달라지고, 어텐션의 가치도 크게 달라져 왔다.

저자는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계속 광고를 하다가는 돈만 쓰고 효과는 전혀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전화와 채팅, 이메일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계산, 정보검색,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 이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는 고품질의 단말기를 모두들 갖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억에 남는 몇 부분을 기록해 본다.

아이디어 얻는 법, 천재는 훔친다(p.192)
지니어스스틸스의 아이디어 창출 과정은 여섯 단계로 나뉜다.

1. 문제를 정의하라.
2. 은유를 구성하라, 추상적 개념을 끌어내라, 패턴을 찾아라.
3. 반복, 안팎에서 영감 얻기
4. 재조합 : 섞고 또 섞어라.
5. 부화 : 생각을 멈추어라, 주의를 딴 데로 돌려라, 궤도에서 벗어나라.
6. 명확한 표현과 판단 : 그 아이디어가 좋은가? 더 섞을 수 있을까? 어떻게 명확하게 표현할까?


에피어워드의 좋은 광고 기준들(p.213)

1. 비즈니스 목표로 시작하라.
2. 흥미롭고 유용한 시장조사를 하라.
3. 전략을 신뢰하라.
4. 대담성 속에는 천재성과 힘과 기적이 있다. - 괴테
5. 상호 운용하는 통합 미디어
6. 커뮤니티와 함께 실행하라. 그것을 말하지는 말라.
7. 문제를 통해 창의성으로 풀어내라.

 

광고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이다. 광고하는 사람이 나날이 발전하는 미디어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도 있고, 소비자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깐깐해지면서 잘 믿으려 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광고를 만드는 입장과 프로슈머의 입장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어떤 한 쪽의 손을 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저자의 말대로 과거의 방식으로 광고를 하려다가는 어텐션은커녕 돈을 허투루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고에이전시도, 플래너도, 크리에이터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은 죽지 않는다 - 도쿄대 병원 응급실 책임교수가 말하는 삶과 죽음의 원리
야하기 나오키 지음, 유가영 옮김 / 천문장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과 죽음. 우리 삶에서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원초적인 것인데, 또 우리가 잘 모르는 화두이기도 하다. 삶은 주어졌지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고 지내다가 그냥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비로소 죽음이란 게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죽지 않는다>. 이 책은 '도쿄대 병원 응급실 책임교수가 말하는 삶과 죽음의 원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제목 자체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표지도 마치 내세를 떠올리는 몽환적인 이미지로, 지하철에서 서서 이 책을 볼 때면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책 표지를 유심히 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자인 야하기 나오키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30년 이상 근무해 온 의사답게 항상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 늘 서 있었다. 저자 자신도 그동안 두 번이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경험이 있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체험했던 상황이 보통과는 달랐기에 내세(책에서는 '저세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함)가 반드시 있다고 믿고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오랜 기간 있는 동안 긴급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다시 회복되는 사람도 있고, 사경을 헤매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이 보았겠는가. 어찌보면 의사가 대체의학, 기공, 임사체험, 빙의, 사후 연구, 유체이탈을 이야기하니 아이러니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래서 더 신뢰가 가는 면도 있었다. 과학과 의학, 철학적인 면에 체험까지 더해 다양한 방면에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히 신의 영역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책에 저자가 직접 겪은 사례가 나온다. 홀로 지내시던 저자의 어머니가 갑자기 욕조에서 돌아가신 걸 나중에 자식들이 보고 많이 자책을 하고 있을 때, 엄마의 혼령이 영매를 통해 저자와 말하는 장면이 있다. 저자는 어머니가 고독사를 했다는 자책감과 자신이 50살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은 불효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여 어머니에게 늘 죄송한 마음을 안고 사죄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영매의 몸에 들어와서 영매의 목소리르 통해 '다 알고 있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며 마지막에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나는 마치 내 마음인 것처럼 그 대목에서 가슴이 찡했다.

병원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거나
'절대 죽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어기서 눈여겨볼 것은,
다른 사람은 죽어도 자신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근거 없이 자기 육체의 영속성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환자나 가족들이 사실 굉장히 많다.
하지만 말할 것도 없이 육체는 유한한 것이며 끝이 찾아온다.
(중략)
그것은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너무 바쁜 나머지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p.180)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 이 책 제목은 결국 '육신은 죽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한 건 '다음 세상'은 반드시 있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이 생이 마지막인 것처럼 허투로 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누구나 죽는다. 누구나 죽음의 문턱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그런데도 당장 오늘 먹고 살 궁리만 하다보면, 죽음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휩쓸려 갈 것만 같다. 일하려고, 돈 벌려고 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니기에, 삶의 목적과 지향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틀 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역시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몰입도가 뛰어나다.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던 때처럼 빠져들었다.

미스터리로 남은 KAL기 피격 사건. 1983년 당시 나는 꼬맹이 시절이라 나중에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접한 것이 전부였다. 탑승객 269명 전원 사망의 대참사. 그 무시무시한 사건을 '지민'이란 한 남자의 눈으로 쫓아가 보는데...

스파이의 세계는 알 수 없어. 그 현란한 위장과
눈속임의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오로지 한 가지 시각으로만 보면 돼.
내게 피해가 왔나 안 왔나
모스크바는 늘 하얗소.
애인이든 무엇이든 늘 읽기만 하는 이곳 사람들은
저 하얗게 내린 눈을 보며 럼을 마시지.
럼으로 어제를 지우고 보드카로 새로운 내일을 그리는 거요.
다시 럼으로 돌아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자, 마셔요. 마시고 잊어요.
내일은 훨씬 멋진 여자가 나타날 테니까
 
한국인. 나는 당신의 이름을 잊은 적 없는 한국인입니다.

팩트에 근거한 소설이라 팩션(Faction)이라고도 불렸다는 김진명의 <예언>. 어디까지 실제인지,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보는 중간중간에 "이거 실화냐?"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실제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책에 나오는 문 선생님(책을 본 사람은 다 누군지 알 듯한 그 분)이 정말 고르바초프와 회동을 했는지, 김일성과도 만났는지 말이다. 검색해보니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고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련의 공산주의가 붕괴된 것도 문 선생이 고르바초프에게 공산주의 종식 선언을 하라고 권했던 것이고, 당시 북한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었던 것도 김일성한테 '형'이라고 불렀던 문 선생의 역할이 결정적이고 매우 지대하다고 그려내고 있다.

음. 여기서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지금은 종교적 신념은 배제하고, '소설은 소설로 보자'는 시각에서 이 책을 보기로 했다. 이 소설의 큰 줄기는 KAL기 피격 사건이고, 그걸 파헤쳐가는 게 주된 내용이니. 그랬더니 다시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중반 이후로 갈수록 KAL기 피격에 대한 배후 추적보다는 문 선생의 업적을 칭송하는 면이 없지 않으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당시 사건에 관해 다시 한번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