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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 101 - 1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7
하들그리뮈르 헬가손 지음, 백종유 옮김 / 들녘 / 2010년 3월
평점 :
서른하고도 몇해를 더 살아온 남자 힐누어. 그는 직업도 없이 엄마랑 함께 지낸다. 엄마는 5년전에 아버지와 이혼을 하고 레즈비언으로 로라라는 애인과 가끔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삶을 이어나간다.
힐누어는 약간은 염세적이면서도 그가 살아간 시대에 어울리게 지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술과 여자를 만날 수 있는 바에 가더라도 가운데 앉기 보다는 한쪽 귀퉁이에 앉아 모든 것을 관람하는 듯한 분위기다. 게다가 말도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친구들이 말을 많이 하면 혼자서 다른 생각을 한다. 어찌 하면 그 공간을 벗어날 수 있을까란.. 그러다가 여자라도 만나면 잠도 잔다. 다만 잠을 자고 난후의 처리를 잘 못한다. 여자는 잠을 자고 난후 다른 걸 요구하지만 그것이 싫어서 도망 가버리고 상황을 피해버린다. 어찌 보면 진지하지 못하고 어찌 보면 투덜맨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방관자 같기도 하다.
1권에서는 이러한 상황과 조건 그리고 환경들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말투는 직설적이면서 외설적이다. 아가씨들이 보면 눈을 감아야 할 글귀들이 넘치기도 한다. 특히나 야밤에 포르노 드라마를 찾아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하는 말이든가. 누나에게선 성교 행위를 생각하지 못한다는 말을 할때도 다른 사람들이 생각을 안하는 것들을 그대로 읊어버린다. 물론 누나에게가 아니라 우리 독자에게 말이다. 그렇게 모든 사물, 모든 생각하는 것들을 혼자서 주저리 주저리 되뇌고 또 되뇐다. 대화가 아니라 독백.. 아니 독백도 아닌 그저 생각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생각 진행형인 것이다. 그것이 어찌 보면 따분할 수도 있지만 또한 어찌보면 흔히 접하지 못한 글을 접할 수 있으니 좋은 점일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아주 편하게 일상을 그저 서술적으로 기록한다. 그러면서도 상황과 레이캬비크 거리를 잘도 설명해 준다. 이혼한 아버지와 여자를 만날 수 있는 바에서 만나는 설정도 우리나라라면 적힐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룻밤에 여러바를 전전하기도 하고 한 여자의 자유분방한 이야기를 할때는 그 여자의 남자수가 수영장만큼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약간 그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호감도를 금방 자존심 있는 남자로 둔갑시켜 발을 빼기도 한다. 그렇게 이곳은 우리나라 보다는 모든 것이 자유 분방하다. 이혼을 했지만 아버지와 아버지와 함께 하는 여자랑 어머니와 어머니랑 함께 하는 여자가 누이 집에서 누이 가족들과 누이의 시댁식구들과도 아주 즐겁게 한자리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모로 재밌는 광경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