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번역도좋고, 투박하지만 번역투의 문장도 좋다. 그동안은 매끄러운 번역만 찾아다니곤 했는데, 상세한 추가 풀이만 추가돼 있다면 직역한 것 같은 문장도 나름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찬찬히 읽다 보니, 글쓴이의 의도를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표현은 그 중의적인 의도를 파악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엥케이리디온과 달리 번역이 매끄럽다. 술술 읽힌다. 편하게 읽으니 그것도 좋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타인이나 자연, 나아가 운명마저도 모두 바꿀 수 없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그저 수용하는 것 말고는 달리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설사 그것이 불행한 운명이라고 할지라도..
‘과녁은 맞히지 말라고 세워놓은 것이 아니듯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운도 본질적으로는 당하지 말라고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ㅡ 이 책 71쪽
대신 남들의 비난이나 남들의 감정도 마찬가지로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니까 수용해야만 한다. 남의 감정이나 비난이 옳다고 수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라는 거다. 그런 생각 속에서 내가 할 일을 해 나간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그대로 추진하라. 설령 사람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며 숙덕거릴지라도 사람들의 이목을 무시하고 실천하라.‘ ㅡ이 책 95쪽
왜냐하면 타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그들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일 테니까. 나는 나의 길을 가면 된다. 비난은 뒤로 하고..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나를 모욕하는 사람에게 보다 너그러워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그렇게 보였나 보다.‘ 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ㅡ이 책 106쪽
그러니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 할 수 있는 표현은 판단이 아니라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면 된다. 나의 판단은 속으로 생각하거나, 아예 중지해 버리고 사실만을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하자. 쉽진 않지만.. 정말 쉽진 않다. 거의 모든 표현이 판단인 나로서는..
‘목욕을 후딱 해치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목욕을 잘못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빨리 끝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와인을 과하게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와인을 잘못 마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와인을 과하게 마신다고 해야 할 것이다.‘ ㅡ이 책 110쪽
그리고 겸손해지자. 뭐 마음 먹는다고 겸손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겸손해지겠지.
양은 자기가 얼마나 풀을 많이 뜯어먹었는지 과시하기 위해 양치기 앞에 먹은 것을 토해놓지 않는다. 대신 뜯어 먹은 꼴을 속에서 소화시킨 뒤, 이것으로 양털과 양젖을 생산해낸다. 그러니 속인들 앞에서 아는 척 과시하려 드는 대신 자신이 소화해낸 철학에서 우러난 행동을 보여주도록 하라.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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