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쳐나가기 직전에, 아직도 코피를 흘리며 방문 앞에 쭈뼛거리고 서 있는 무희와 눈이 살짝 마주친 것 같았다.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지만 적어도 네 잘못은 아니라고 살짝고개를 끄덕여줄 수는 있었다. 그 애가 고통스러운 순간을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순간적으로 곁에 있는 ‘아무나인 나를 지목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 애는 단지 타조처럼 흙 속에 머리를 파묻고 몸통이 보이지 않으리라고 착각한 것뿐이야.
손을 뻗었다. 달려가려 했다. 소금 기둥처럼 나는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소리쳤으나 그 외침은 목구멍에서 맴돌다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흩어져 갔다. 검은 띠 아래로 걸어간 사람은 빨간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유아용 의자 위에 불안정하게 올라섰다. 의자에서 푸식 꺼지는 듯한 바람 소리가 났다. 그 사람은 천천히 검은 띠를 자기 목에 감았다. 나는 소리 높여 외쳤지만 적막을 찢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