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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고백록 ㅣ 현대지성 클래식 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평점 :
톨스토이는 일종의 완벽주의자이다. 특히나 도덕적으로 완전하게 되고자 했다.
유년시절에는 그리스 정교회의 종교적 교리를 무지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청년기부터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세속적인 삶의 행태로 일관한다.
그 결과 살인, 폭력, 여성편력, 음주 등 방탕하고 타락한 삶을 산다. 그러면서 작가로서의 명망을 쌓고 승승장구하면서,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삶의 의미에 대한 명쾌한 지향점을 갖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삶이 무의미한 시간일 뿐이라는 허무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때 찾아온 자살에의 유혹은 거의 병적일 정도의 압박감을 주기에까지 이른다.
그래서 그는 공부를 시작한다. 죽지않기 위한 생존 방편으로서의 공부. 동서양의 철학은 물론이고 실험학문까지 철저히 독파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으로도 인생의 무의미함은 극복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되고, 소크라테스, 쇼펜하우어, 석가모니의 결론과 마찬가지로 삶은 무상하고 악한 것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실험학문을 통해서는 어떤 답들을 얻긴 했지만, 그것은 묻지도 않은 별의 운행원리 같은 것들이거나 별을 이루는 구성물질이 무엇인지 같은 것들일 뿐이고 유한한 것은 유한한 것일 뿐이란 것 외엔 아무것도 아님을 안다.
영원하고 참된 진리를 찾고자 했으나 무한한 것은 알 수 없고, 유한한 것은 유한한 것일 뿐이란 허망한 결론이었다.
그는 여기서 자신의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검토한다. 일반적인 독선이 남들이나 세상을 탓하는 방식이듯이 자신의 질문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 끝에 내린 전회였다. 개인적으로 톨스토이의 고백록 가운데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는데, 자신의 오류를 스스로 고백하고 정리한 점이 멋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영원하고 참된 진리를 찾는다고 하면서 ‘왜 삶이 무의미한지‘ 유한한 것들을 검토했다고 고백한다. 즉, 무한한 것의 영역인 진리를 찾으면서 유한한 삶이 왜 허망한지를 검토했다는 오류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주변의 농부들이나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간 점에 주목하면서 신앙에서 답을 찾게 된다. 그들에게서 그는 유한한 삶에 응답하는 영원한 신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종교의 종파간 갈등을 목도하면서 자신의 견해에도 일부 수정할 내용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종교적 신앙의 합일을 위해서 제거해야 할 참이 아닌 것들이 무엇인지 걸러내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며 글을 맺는다.
톨스토이의 훌륭한 점은 이런 그의 일련의 진리 탐색과정이 단지 가벼운 말로 머무르지 않고 실천을 통해 뒷받침 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던 그의 꿈은 아내와 자식들에 의해 거부당하고 그는 집을 떠나 황량한 벌판의 농가에서 폐렴에 걸려 죽음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진솔한 고백을 짧은 글로 정리한 톨스토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번역 문장을 한 번 더 다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별점을 하나 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