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특히, 현상학적 환원, 지향성, 지평, 정적현상학, 발생적현상학, 상호주관성 등의 개념을 쉽게 풀이하고 있다. 후설이 타자를 자신의 세계속에서 자연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감정이입을 통해 타자의 인식 가능성을 더불어 인식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철학적 난관을 타개하는 걸 보면서, 누구나 생각해 보았을 아이디어를 철학적 용어로 활용하는 건 무척 흥미로웠다. 내가 인식하는 세계와 타자가 인식하는 세계가 결국엔 동일한 세계임을 입증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아마도 현상학은 세계 속에서 타자와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보면 인식론적인 성격을 지니기만 한 게 아니고, 윤리적인 학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다분히 지니고 있는 것 아니었을까? 레비나스가 그런 점에서 후설을 비판하고 자신의 현상학을 전개해 나간 건 어쩌면 필연적인 수순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