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느끼는 기술
이반(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이반 표트르비치)처럼 문득 ‘왜 내가 이런 불쾌감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든지 ‘분노‘ 라는 구체적인 감정을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막연한 불쾌감은 느낀다. 화내지 못하는 사람은 그런 사실을 금세 잊어버리거나 마음속에서 털어내려고만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그 감정을 세세하게 관찰하여 분노로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 P29
화를 키우는 기술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소중한 씨앗을 마음속에서 잘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곰곰이 자신의 행동이나 말을 되새겨보라. 상대방의 반응과 식당 관계자의 얄미운 표정을 떠올리고, 분노를 곱씹으며 ‘분노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면 분노의 묘목 정도는 키워낼 수 있다. - P55
화를 표현하는기술
답답한 마음을 철저히 분석하고 표현해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악을 받아들여라. 자신은 어떠한 악도 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뒤 자신의 말과 행동을면밀하게 관찰한다면, 최소한 "정신을 차리고보니 제가 누군가를칼로 찌르고 있었어요" 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P90
화를 받아들이는 기술
화의 연소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그 화에 정확한 표현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으로부터 모욕적인 일을 당했을 경우, 상대방이 한 말이나 시선, 태도 등을 정확히 기억해 두었다가 정밀하고 치밀하게 언어화한다. 그러나 막연히 ‘정말 오만한 녀석‘ 이라든가 ‘죽여버리고 싶은 녀석‘ 이라는 식으로 기술하면 안 된다.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재현하고 그 시선의 움직임이나 상대방이 무심코 보인 행동 등을 모두 정확하게 언어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관찰력을 기르고, 항상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 P92
화를 전하는 기술
만약 간호사가 환자마다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대할 경우, 환자의 병세가 악화되거나 사망할 때마다 심적으로 크게 동요되어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때는 표면적으로는 슬퍼하더라도(표층감정)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담담할 수 있는(심층감정) 능력이 필요하다. 피의자를 심문하는 형사도 항상 진짜로 화내면 얼마지나지 않아 스스로 지쳐 쓰러지고 만다. "네가 한 짓 맞잖아!" 라고 소리를 지르며 역할상의 화(표층감정)를 분출하면서도, 실제로는 화를 내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심층감정)이 중요하다. - P103
이쯤에서 내 어조는 강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강도를 어디까지 높일지는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다르다. 마지막엔 심한 욕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여러 단계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 P126
화를 전하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상대방의 화를받아들이는 기술도 익혀야 한다. 상대방에게 화를 전하려고 생각한다면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화도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한다. 그럴 경우 심한 말을 듣거나 구타를 당하는 등 불쾌한 경험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두려워만 한다면결코 화낼 수 없다. - P132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기초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분노를 남김없이 정확하게 쏟아내고 난 뒤 이해받고 이해하는 그런 관계다. - P149
화를 즐기는 기술
나의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화내는 기술이 뛰어난 부이셨다. 선생님은 평소 온화한 미소를 띤 인정 많은 분으로, 말썽많은 학생들에게도 "얘야, 왜 그러는데?"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그러나 일단 한번 화가 나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방금 전까지의 미소 띤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너당장 일어나! 왜 숙제를 잊었어!" 하며 교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호통을 치곤 하셨다. 그러나 쉬는 시간만 되면 선생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온화한 얼굴로 변했다. 그 엄청난 변화의 폭 때문에 거친 남학생들에게도 위압적이랄 수 있는 지배력을 갖고 있었으며, 그래서 어느 누구도 선생님을 얕잡아보지 않았다. 오히려 모두들 선생님을 존경하며 잘 따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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