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사물의 원인을 모른 채 태어난다.
(………)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욕구를 의식하므로 스스로 자유롭다고 여기지만 자신이 애쓰고 원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않는다. 그 원인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 P14

이렇게 끝없이 계속되고무한하며 필연적이고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무의미한 세상에서 유한하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는, 가혹한 운명의 시련을 피할 수 없는 인간 같은 존재가 행복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할까? - P15

그러나 스피노자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에 대해서는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공식 문서에 기록된 "극악무도한 이단 행위와 추악한 행위"로 인해 추방되었다는 사실 말고는그가 왜 추방을 당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그나마 알려진 이야기라고는 1677년 2월 21일에 요절하기 전까지의 성년기시절뿐이다. - P16

대개 삶에서 찾아오는 것, 인간의 행동으로 판단하건대 인간이 최고의 선이라고 여기는 것은 크게 부, 명예, 감각적 쾌락세 가지로 추려진다. 인간의 정신은 이 세 가지 때문에 매우산란하여 다른 선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 - P18

실제로 그는 "확실한 선을 위해 확실한 악을 버려야 한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속적 가치에 좌우되고 덧없는 소유물에 집착하는 인습적 삶을 포기하고 궁극의 선, 즉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 전념하는 철학의 삶을 살기로 했다. - P19

스피노자의 모든 저작을 관통하고 통합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유다.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다루는 『신학정치론』에서 그는 개인과 시민으로서의 자유와종교적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정치권력이나 종교 권력이 개인이 철학적으로 사색할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P21

『에티카』는 이와 관련은 있지만 종류는 다른 자유를 이야기한다. 사유하고 말하는 자유, 바라는 대로 행동하는 자유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행위자가 되는 자유를이야기한다. - P22

그러나 자유로운 인간(이하 자유인)은 삶을 스스로 통제한다. 반응하지 않고 행동한다. 원하는 것은 반드시 행동에 옮기되, 그가 원하는 것(그래서 곧 행위가 되는 것)은 내면의 상상, 감정, 기분이 아니라 인식에서 나온다. 자유인은정념이 아니라 이성에 이끌려 산다. 간단히 말해서 자유인의 삶은 인간에게 귀감이 되는 삶이다. - P22

스피노자의 세계에 불완전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함이있거나 어설프거나 부족한 것은 없다. 악도 없고, 본래 ‘그러해야 할‘ 상태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완전하다. - P23

이를테면 무한한 영속적 실체인 신 또는 자연은 무한한 완전성을 지닌다. 반면 스피노자가 영속적이고 무한하며 고유한 실체의 "유한한 양태"라고 부르는 나무나 기린, 인간과 같은 유한한 존재들은 유한한 완전성을 지닌다. 다시 말해 자연 그 자체는 절대적으로 완전하고, 자연 안에 있거나 자연에 속한 것은 자연의 완전성을 공유하고 고유의 제한적 측면 안에서 완전하다. - P24

스피노자에 따르면 "완전함과 불완전함은 사유의 양태, 즉우리가 동일한 종(種) 또는 속(屬)의 개체를 다른 개체와 비교해서 만들어 내는 개념" 또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해당 종의 형태에 비교해서 만들어 내는 개념일 뿐이다." 어떤것이 완전하거나 불완전한 것은 단지 그 사람이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 P26

"선과 악에 관해 말하자면, 사물들이 그 자체로 고찰되는 한 그것은사물 안에 있는 어떤 실체적인 것도 나타내지 않으며, 사유의 양태 또는 우리가 사물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형성하는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 P27

선악의 문제에 정답과 오답이없으므로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의견이 갈릴 때는 그저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 P27

스피노자가 천착한 좋은 삶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결국 한 인간의 삶을 평가하고 그것이 좋은 삶이라고 말할 수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선하고 완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기준이 있는가? - P29

사실 스피노자는 그러한 기준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는 이 기준을 "인간 본성의 전형 (exemplar naturae humanae)"
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개인적인 기호의 문제로 받아들일수 있는, 곧 보는 사람이 시각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느끼는나무나 먹는 사람의 입맛에 더 맞는 아이스크림의 전형과는다르다. 스피노자의 인간 본성의 전형은 주관적인 특성과무관하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형이상학적인 근거를둔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완전한지 불완전한지는 그 사람과 그가 사는 삶이 그 전형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판단된다. - P30

스피노자는 홉스의 견해와 달리 세상에 비물질적이거나 연장되지 않은 사물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과 신체가 뚜렷이 구별되는 실체이며 인간은두 실체의 결합의 결과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에도 동의하지않는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하나의 실체, 즉 궁극적 실재는신 또는 자연밖에 없기에 인간 정신과 인간 신체는 신 또는 자연의 양태이거나 그 안에 존재하는 개체일 수밖에 없다. - P32

신 또는 자연의 근원적 본질은 능력이다. 끝없이 무한한 실체인 신 또는 자연의 본성은 끝없이 무한한 능력이다.
스피노자가 설명하는 것처럼 "신의 능력은 신의 본질 그 자체다. 이 능력은 자연 만물의 근원에 자리한다. 자연의모든 개물(個物)은 이 능력의 독자적이고 확정적인 표현이15다. 자연의 유한한 양태라는 것은 자연의 무한한 능력의 유한한 일부라는 의미다. - P33

신 또는 자연은 능력 외에도 스피노자가 ‘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지닌다. 속성이란 자연에존재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속성은 자연의 능력이 스스로를드러내 보이는 매우 일반적인 방법을 의미하는데, 이런 속성은 무한히 많다.(그렇지 않다면 신 또는 자연은 무한한 실체가아닐 테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두 가지 속성, 즉 존재 방식은 사유(본질적으로 정신적 존재 방식)와 연장(공간을 차지하는 물리적 존재 방식)이다. - P34

그러므로 각각의 정신은 모두 신 또는 자연의 무한한 사유 능력의 유한한표현이다. 마찬가지로 각각의 물체는 물질과 운동의 형식을취한 신 또는 자연의 무한한 능력의 유한한 표현이다. - P34

자연에 있는 모든 개물을 형성하는 능력의 유한한 일부를 스피노자는 코나투스(conatus)라 부르는데, 이는 추구,
경향, 노력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된다. 스피노자는 이것을
"활동 능력" 또는 개체의 "존재하려는 힘"이라고도 부른다.
각각의 유한한 사물에서 이 능력은 스스로를 그 사물로서유지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 P34

사실 모든 개체는 본질적으로 그런 코나투스, 즉 존재를 지속하려는 노력 그 자체다.
코나투스는 사물의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성질이 아니다. 개체는 코나투스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코나투스는 "무한한 지속"을 필요로 하며 사물의 개체화의 핵심이다. 코나투스는모든 것의 "현실적 본질"을 구성한다. 그것은 사물의 본성이며 사물 그 자체와 다르지 않다. - P35

코나투스, 즉 존재를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연의 무한한 능력의 확정적이고 유한한 일부다. 인간의 정신은 이 독자적이고 유한한 노력이 사유라는 속성 아래서 나타나는 것이며, 인간의 신체는 이 독자적이고 유한한 노력이 연장이라는 속성아래서 나타나는 것이다. - P36

 "사유하는 실체와 연장된 실체는 하나의 동일한실체이고, 때로는 이 속성 아래서, 때로는 저 속성 아래서파악된다."라는 인상적인 주장을 편 스피노자는 "연장의 양태와 그 양태의 관념(즉 정신은 하나의 동일한 것이나 다만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될 뿐이다." 21라고 결론 내린다. 두가지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사물‘은 개개의 코나투스다. 한 사람의 정신은 코나투스의 한 가지 표현이며, 그 사람의 신체는 동일한 코나투스의 다른 표현이다. - P36

인간을 정신과 신체의 결합이라고 이해할 때,
코나투스는 욕구가 된다. 사람이 자신의 정신과 신체의 노력을 함께 의식할 때, 즉 욕구를 자각할 때 그것을 욕망이라고 부른다. - P37

특히 코나투스는 강화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한다. 이것이감정 또는 정서에 관한 스피노자 설명의 핵심이다. 정서란바로 사람의 활동 능력 안에서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일어나는 변화를 말한다. - P38

수동적 정서, 즉 정념은 개체의 능력에 일어나는 변화로서 인과관계를 온전히 설명할수 있는 변화의 적합한 원인이 전적으로 그 개체의 내부에있지 않고 부분적으로 외부 사물에 있다. 정념은 개체가 겪게 되는 능력의 변화다. 반면 능동적인 정서는 적합한 원인이 온전히 그 개체 자체에 있는 개체 능력의 변화다. - P39

정념, 즉 외부 원인에 의한 변화는 더 나은 쪽으로의 변화일 수도 있고 더 나쁜 쪽으로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능동은 언제나 개체 능력의 향상이다. - P40

수동적 정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다른 정념들은모두 이 세 가지 정서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동적 정서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기쁨, 슬픔, 욕망이다. - P41

스피노자가 더 완전하고 이상적인 인간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임의적인 정의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이런 설명, 곧정신과 신체에 관한 특별한 형이상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 P44

인간 본성의 전형은 능력과 존재 지속을 위한 노력에서가장 좋은 결과를 이뤄 낸 인간이다. 곧 최대치의 코나투스를 지닌 인간이다. - P44

내가 이해하는 선이란 우리가 설정해 둔 인간 본성의 전형에 더욱 가까이 가도록 해 줌을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수단이다. 내가 이해하는 악이란 우리가 그러한 전형에 도달하는것을 방해한다고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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