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비극이라...

동시에 뱀처럼, 비둘기처럼...

옛날에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동반자살에 말려들 뻔 했을 때, 나는 온갖 지혜를 짜내 살아남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와줄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야말로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나는 혼자서 상처 입은 들개처럼 자신의 상처를 핥았다. 애처로운 방법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을 때 나는 혼자 힘으로 살길을 찾았다는 데 얼마쯤 긍지를 품었다. 결코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은근히 운이 좋아 다행이라고 안심했다. 그때는 무척 힘든 날들이었건만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의 일은 세상 한 귀퉁이에서 늘 일어나는, ‘남에게 이야기할 만한 것도 못 되는‘
흔한 비극으로 그 일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뱀처럼 영리하고 비둘기처럼 순해지라."
이렇게 성서는 가르친다. 여기에는 의리, 인정, 연륜 등으로 도저히처리할 수 없는, 강인하고 복잡한 인간성과 논리가 숨겨져 있다. 사람은 때에 따라서 거짓말도 하고, 속이기도 하며, 돈벌이를 하려고 기를쓰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 살인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따라서 성서는그저 밝고 친절한 좋은 사람이 되라고는 결코 가르치지 않는다. 복잡한 영리함과 투명한 순함이 조화된 중층적 정신 구조를 가진 인간이 되라고 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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