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아 풀아 애기똥풀아 - 식물편, 생태 동시 그림책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3
정지용 외 지음, 신형건 엮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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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만 10개월로 접어든 우리 아가를 데리고 매일 하는 일 하나가 생겼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파트 주변 공원과 풀숲 길을 산책하는 것.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풀잎을 보고 좋아서 팔을 뻗는 아이를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 아이가 자라는 이 서울은 얼마나 답답한 공간이던가. 온통 시멘트 공간에 둘러 싸여 있던 아이는 조그맣게 조성된 아파트 내 공원만 나가도 보고 싶은 것이 많다. 화단에 심어 놓은 작은 나무들과 이름 모를 풀꽃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는 아이. 그 작은 눈망울에 풍부한 자연을 담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직은 어려서 산이나 들로 자주 나들이 할 수 없지만 조금 크면 야외로 나가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많다. 개구리, 개미, 지렁이처럼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동물과 곤충도 보여 주고 작은 꽃과 풀의 이름을 하나씩 알려 주며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도 공부가 필요하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도시에서 나고 자란 엄마는 모르는 풀들이 너무도 많다. 시골로 가면 여기저기 흔히 피어 있는 예쁘고 자그마한 노란 꽃들이 바로 애기똥풀이라는 것, 책 <풀아 풀아 애기똥풀아>를 보고서야 깨달은 사실이다.

 

이 책을 엮은 이는 치과 의사이면서 아이들이 읽는 책과 동시를 사랑하여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자작 동시가 실릴 만큼 유명한 신형건 씨다. 아이들이 읽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보니 <동화책을 먹는 치과의사>라는 제목으로 동화책 서평집도 냈다.

 

이 책을 엮은 방식도 독특한데 현대시를 개척한 정지용 시인부터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용택까지 다양한 시인의 시들을 모아 놓았다. 특히 이 시인들의 시들 중 식물 이름이 등장하고 꽃을 소재로 한 시들만 골라 엮은 것이 독특하다.

 

각 페이지에는 꽃을 소재로 한 시인의 시가 하나씩 놓여 있고 그 옆에 은은한 느낌이 드는 한국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책장의 아래 부분에는 시의 소재로 등장하는 꽃 그림과 그 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으며 꽃에 대한 지식을 얻기에 좋다.

 

겨우내/ 들이 꾼 꿈 중에서/ 가장 예쁜/ 꿈

 

하도 예뻐/ 잠에서 깨어나면서도/ 놓치지 않고/ 손에 꼭 쥐고 나온/ 꿈

 

마악/ 잠에서 깬 들이/ 눈 비비며 다시 보고,/ 행여 달아나 버릴까/ 냇물도 함께/ 졸졸졸 가슴 죄는

 

보라빛 고운/ 꿈. 시 <제비꽃> 전문

 

제비꽃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제비가 올 때쯤 꽃이 피고, 모양이 제비와 비슷해 제비꽃이라고 부른다. 4-5월 경에 짙은 붉은 빛을 띤 자주색 꽃이 핀다. 그리고 그 옆에 제비꽃 그림이 아주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에 나오는 꽃들은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이다. 그러나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와 부모라면 잘 알지 못하는 것들도 꽤 있다. 특히 꽃 이름과 실제 꽃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고 헷갈리는 사람이라면 책을 보며 쉽게 연결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 그 작고 예쁜 보라색 꽃이 제비꽃이었구나! 하고 말이다.

 

이처럼 꽃 그림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 것은 자연 교육의 효과가 있다. 들꽃의 이름과 생태에 대해 잘 모르던 어린이와 어른 모두 간단한 그림과 설명을 보면서 가볍게 꽃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 설명과 그림이 지루하지 않고 간결한 점이 더욱 시선을 끈다.

 

한편 꽃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시와 수묵화 그림을 곁들인 것은 마치 책 한 권이 커다란 꽃 시화전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자연 교육서들은 자칫 정보와 지식 전달 위주로 빠지기 쉽다는 맹점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정서적 자극을 주는 시와 그림을 함께 넣는다면 쉽게 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책과 함께 출간된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 <자 들어간 벌레들아>는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 땅의 여러 동물들을 소재로 한 시들과 그림이 들어 있다. 학교와 학원, 컴퓨터, 건물 속에 갇힌 도시의 아이들에게 권하면 좋을 만한 시골 동물들에 대한 내용이다.

 

아이라면 누구나 동식물에 관심이 많다. 다만 그것을 접할 기회가 적을 뿐이다. 특히 도시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자주 보여 주어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책을 통해서라도 이 세상의 모든 자연을 알고 접하도록 도와 주자. 그렇지 않으면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푸른 생명력을 잊고 살지도 모른다.

 

방학이라고 하여 여기 저기 야외를 찾아 나서는 가족들이 많다. 자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들과 산으로 나가기 보다 미리 공부하고 가면 더 많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에서 돌아와 다시 책을 보면서 자신이 경험한 푸른 세상을 기억하면 더 행복한 아이가 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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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초콜릿
공병호 지음, 오금택 그림 / 21세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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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성공학 강의와 저서로 유명한 공병호의 신간이 나왔다. 맛있는 성공 이야기라는 부제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책의 제목은 <공병호의 초콜릿>이다. 책 속에는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지하철 같은 데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글 반 그림 반으로 구성했다고 밝힌다.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고 하면 삶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 그 속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평온함을 갖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일상적인 삶과 꿈꾸는 삶의 괴리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앞만 보고 달리게 하였다.

 

이 책은 이렇게 미래를 준비하고 바쁜 일과를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수집된 여러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다. 독자들은 나와는 다른, 혹은 비슷한 많은 이들을 보면서 삶의 위안과 힘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이들의 멋진 삶은 현재의 삶을 벗어나게 할 용기와 결단의 힘도 만들어준다.

 

예전에 수지 올만은 유명한 투자은행 메릴린치 사에 입사를 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밤낮 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녀가 가장 많이 벌어 본 돈은 주급 400달러였다. 그래서 그녀는 우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또박또박 기록한 다음 수시로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읽고 또 읽는 일을 반복하였다. (중략) 나는 젊고 강하고 똑똑하다 최소한 한 달에 1만 달러는 벌 수 있다. 수지 올만은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목표를 반복해서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타인의 성공 사례는 현재의 나를 채찍질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성공이란 나 자신이 이루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그러므로 괜히 타인의 성공에 배 아파할 필요 없다. 자기 자신도 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에 늘 성공만 있으랴. 실패하고 넘어지고 멍드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실패를 겪을 때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 실패를 교훈으로 삼고 뛰어 넘고자 노력한다. 실패에 주저 앉으면 그것은 진정한 패배자로 남을 뿐이다.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보여주면서 실패로 인해 주저앉은 이,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 무엇이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 찾고 있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다. 그 교훈들이 좀 뻔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럼 어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옆에서 누군가 조언해주고 충고해주길 기대한다. 그 역할을 이 책은 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 인간의 성숙함이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능력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이따금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계획을 세워 활기차게 지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중략)

 

혼자 있을 때 가장 견디기 힘든 무료함을 극복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단다. 지적 호기심을 갖고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습관이야말로 홀로 지내는 시간에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책의 두 번 째 장에 나오는 글의 일부인데, 이 장에서는 특별히 저자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전한다. 직접 아들을 향해 독백하듯이 써 내려간 글들은 아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각별하게 보여 준다. 자신의 아들에게 전하는 충고들은 타인에게 말하는 것보다 더 솔직하고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이 장에서는 성공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분명히 밝힌다. 성공은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일상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공병호는 일상의 작은 일, 아침에 스스로 정한 시간에 일어나 계획한 만큼의 일을 하고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 등 사소한 일들이 곧 성공 체험이라고 말한다.

 

성공을 꿈꾸는 이들은 마치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향해 저자는 외친다. 일상의 작은 일들을 성취하고 그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사실 이 말처럼 성공을 제대로 정의 내린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많은 이들은 언제나 성공에 목말라 한다. 그들을 향한 공병호의 충고는 대체로 이렇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자신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운 후 그것을 위해 노력할 것. 그리고 차근차근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여 하나씩 실현해 나갈 것.

 

이러한 철학은 사실 매우 쉬운 듯 보이지만 실행하기에는 까다로운 점이 많다. 책 구석구석에 놓인 그의 충고들도 그렇다. 간단한 성공 사례들이지만 그 주인공들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살았을까.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늘 벅찬 감격을 동반한다. 나도 이 책에 나온 이들처럼 성공한 이들의 대열에 속하고 싶다면 많이 읽고 생각하라. 그래서 내 삶을 한 단계 전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라.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전보다 훨씬 더 나아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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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하고 있을까요?
멜라니 월시 지음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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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랩북이라고 하여 들추면 다른 모양의 그림이 나오는 책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한가보다. 우리 아기가 좋아하는 알록달록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은 단순한 그림과 색채가 어른들 보기에 별로인 듯해도 아이는 참 좋아한다.

입을 다물고 있는 하마의 입 을 열어 보면 하품하는 커다란 입 속이 들여다 보인다. 아이는 그 모양이 신기한지 자꾸 책장을 들춰본다. 물속에 뛰어드는 펭귄, 달려 나오는 치타 등 모든 동물들은 마치 실제 움직이는 것처럼 플랩을 들추면 모양이 달라진다. 아이들은 이렇게 움직이는 듯한 모습에 푸욱 빠져드는 모양이다.

책의 색깔도 매우 단조롭고 그림에 나오는 동물 모양도 단순하기 짝이 없어서 어른이 보기에는 매우 재미없는 그림이다. 그러나 아이는 플랩을 자꾸 들춰가면서 움직이는 듯한 동물 모양에 집중한다.

한창 손놀림에 관심을 갖는 10개월의 우리 아기는 열심히 책장을 넘겨 보면서 플랩을 움직여 본다. 그리고 동물이 움직이는 듯한 것이 신기한지 자꾸 넘겼다 다시 덮었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멜라니 워시의 책도 아주 유명한데 한권 정도는 소장할 만한 것 같다. 돌 전후의 아이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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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좋아해요
뻬뜨르 호라체크 지음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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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뜨르 호라체크의 책, <작은 새야 안녕>과 <생쥐야 빨리빨리>를 워낙 좋아해서 다시 신청하게된 <고양이가 좋아해요>.

이 작가의 책은 선명한 그림과 기발한 상상력을 토대로 하여 단순한 모양의 그림과 글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특히 시공주니어에서 '알록달록 아기그림책'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이 시리즈 중 몇권은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꼭 사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엄마들은 이 책을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고 얘기하는데 우리 아이는 워낙에 그전 책들에 재미를 붙여서인지 이 책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가 하나씩 등장하다가 마지막에 커다란 고양이인 호랑이가 나타나는 내용인데 다른 책보다 조금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이들은 이 시리즈 중에서 이 책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그냥 무심히 쳐다 본다. 생쥐와 새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책들이 더 친숙한 모양이다.

아마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도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작가의 책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며 내용과 그림이 단순한 듯 하면서도 상상력이 기발하기 때문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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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왜? - 피에르 신부, 영원한 질문에 답하다
아베 피에르 지음, 임왕준 옮김 / 샘터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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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랑스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열 아홉에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성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들어간 피에르 신부.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그가 선택한 삶이란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타인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일이었다.

 

2차 대전 중 사제의 몸으로 참전해 나치에게 박해 받는 이들의 망명을 돕는다던가, 아흔을 넘긴 나이에 무주택자들의 시위 현장으로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는 등 그가 행한 일들은 진정으로 용감한 행동이었다. 지금도 교회와 성직자가 범하는 오류를 과감히 질타하고 고통 받는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할아버지 신부님.

 

가장 최근 그와 대담한 내용을 담은 <하느님, 왜?>는 사회적으로 야기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책이다. 교황이든 대통령이든 잘못된 것들은 낱낱이 들춰내어 비판하는 이 신부님의 이야기들은 카톨릭 내에서도 논란이 일 정도이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조금 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드는 데에 일생을 바쳤기 때문인지 이 책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사람들은 내게 자주 묻습니다.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중략) 마음과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신념을 가지고 나는 대답합니다. 삶의 목적은 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고.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인 당신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인인 당신이 불행하고 괴로우면 나도 아픈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이처럼 지극히 단순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말합니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악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서, 우리의 자유에 맡겨진 짧은 순간이라고.

 

이렇게 시작하는 사랑에 대한 언급들은 우리가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왜 태어났을까를 묻는다면 피에르 신부님은 사랑하며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답한다. 성경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이유가 바로 서로 사랑하며 이 땅에 기쁨을 전파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인내, 슬픔과 눈물도 수반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랑이 있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만은 않다. 가난한 부부의 삶에 사랑이 머무를 수는 있을지 모르나, 늘 행복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피에르 신부는 만약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면 반항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그 고통을 감싸 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고통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이며 우리 존재를 성숙하도록 만드는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종교적 관점에서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인생의 무게를 이겨나갈 힘이 생긴다.

 

이 책은 이처럼 피에르 신부가 얻은 인생의 진리와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사회비판적인 문제들도 함께 언급한다. 동성 부부, 이혼 및 재혼을 인정하지 않는 카톨릭 규율을 말하면서 신부님은 없어져야 할 법이라고 비판한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 방식이 비도덕적이지만 않다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성 부부의 입양을 막을 근거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성 부모라고 해서 반드시 자녀에게 행복과 안정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성 부부의 입양이 허용되려면, 그 특수한 상황이 아이에게 극복할 수 없는 결함이 되거나 견딜 수 없이 무거운 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검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그의 주장들은 카톨릭 단체의 맹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흔이 넘은 이 신부님은 할말은 한다는 태도로 잘못된 규율을 꾸짖는다. 책을 읽다 보면 신부님의 냉철한 비판들이 언젠가는 카톨릭의 보수적 성격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 사제가 없는 카톨릭에 대하여 현대는 여성들이 많은 사회 활동을 하는 경향이므로 여성 사제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다빈치 코드>의 상상대로 예수가 막달레나 마리아와 사랑을 나누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 등은 카톨릭 교계의 비판거리가 될 만하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신부님의 주장이 억지 논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얘기가 참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것은 아마 몸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온 한 인간이 진실된 목소리로 자신이 생각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깊은 신앙심과 성경에 대한 공부,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사랑의 실천에 한 평생을 바쳐온 피에르 신부님. 텔레비전 대담에서 신부님은 우스개 소리로 하느님이 나에게 시키실 일이 많아서 아직도 나를 데려가지 않는 모양이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종교적인 생각이 모자란 독자의 입장에서 그가 행한 일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아직도 할 일이 많은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많은 종교인들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기뻐하며 마음 속의 하느님을 찬미하며 일생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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