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왜? - 피에르 신부, 영원한 질문에 답하다
아베 피에르 지음, 임왕준 옮김 / 샘터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프랑스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열 아홉에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성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들어간 피에르 신부.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그가 선택한 삶이란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타인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일이었다.

 

2차 대전 중 사제의 몸으로 참전해 나치에게 박해 받는 이들의 망명을 돕는다던가, 아흔을 넘긴 나이에 무주택자들의 시위 현장으로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는 등 그가 행한 일들은 진정으로 용감한 행동이었다. 지금도 교회와 성직자가 범하는 오류를 과감히 질타하고 고통 받는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할아버지 신부님.

 

가장 최근 그와 대담한 내용을 담은 <하느님, 왜?>는 사회적으로 야기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책이다. 교황이든 대통령이든 잘못된 것들은 낱낱이 들춰내어 비판하는 이 신부님의 이야기들은 카톨릭 내에서도 논란이 일 정도이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조금 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드는 데에 일생을 바쳤기 때문인지 이 책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사람들은 내게 자주 묻습니다.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중략) 마음과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신념을 가지고 나는 대답합니다. 삶의 목적은 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고.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인 당신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타인인 당신이 불행하고 괴로우면 나도 아픈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이처럼 지극히 단순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말합니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악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서, 우리의 자유에 맡겨진 짧은 순간이라고.

 

이렇게 시작하는 사랑에 대한 언급들은 우리가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왜 태어났을까를 묻는다면 피에르 신부님은 사랑하며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답한다. 성경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이유가 바로 서로 사랑하며 이 땅에 기쁨을 전파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인내, 슬픔과 눈물도 수반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랑이 있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만은 않다. 가난한 부부의 삶에 사랑이 머무를 수는 있을지 모르나, 늘 행복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피에르 신부는 만약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면 반항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그 고통을 감싸 안아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고통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이며 우리 존재를 성숙하도록 만드는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종교적 관점에서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인생의 무게를 이겨나갈 힘이 생긴다.

 

이 책은 이처럼 피에르 신부가 얻은 인생의 진리와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사회비판적인 문제들도 함께 언급한다. 동성 부부, 이혼 및 재혼을 인정하지 않는 카톨릭 규율을 말하면서 신부님은 없어져야 할 법이라고 비판한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 방식이 비도덕적이지만 않다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성 부부의 입양을 막을 근거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성 부모라고 해서 반드시 자녀에게 행복과 안정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성 부부의 입양이 허용되려면, 그 특수한 상황이 아이에게 극복할 수 없는 결함이 되거나 견딜 수 없이 무거운 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검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그의 주장들은 카톨릭 단체의 맹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흔이 넘은 이 신부님은 할말은 한다는 태도로 잘못된 규율을 꾸짖는다. 책을 읽다 보면 신부님의 냉철한 비판들이 언젠가는 카톨릭의 보수적 성격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 사제가 없는 카톨릭에 대하여 현대는 여성들이 많은 사회 활동을 하는 경향이므로 여성 사제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다빈치 코드>의 상상대로 예수가 막달레나 마리아와 사랑을 나누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 등은 카톨릭 교계의 비판거리가 될 만하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신부님의 주장이 억지 논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얘기가 참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것은 아마 몸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온 한 인간이 진실된 목소리로 자신이 생각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깊은 신앙심과 성경에 대한 공부,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사랑의 실천에 한 평생을 바쳐온 피에르 신부님. 텔레비전 대담에서 신부님은 우스개 소리로 하느님이 나에게 시키실 일이 많아서 아직도 나를 데려가지 않는 모양이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종교적인 생각이 모자란 독자의 입장에서 그가 행한 일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아직도 할 일이 많은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많은 종교인들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기뻐하며 마음 속의 하느님을 찬미하며 일생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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