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서명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내용이 사뭇 다른 책이다.

해고 됐다는 착각 - 우발적인 살인 - 도피 - 여성들 - 단어들의 나열

간략하게만 보면 위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블로흐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과거에 유명한 골키퍼였지만 지금은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을 일하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국경근처로 도망치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지만 주인공이 바라보고 있는 풍경의 묘사가 아주 세세하고 사실적이라 마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 담긴 풍경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언어유희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한번 읽고 두 번째 다시 훑으니 아래와 같은 언어유희와 관련된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시마르크트로 돌아와 가게들 뒤에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텅 빈 과채 상자들을 보고 있자니 재미있는 익살을 보는 듯했다. '무언(無言)의 위트!'하고 생각했다. 블로흐는 무언 풍자극을 즐겨 보았다. 19쪽


그는 이제야 비로소, 마치 강제로 하는 것처럼, 모든 대상에 대한 단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대상을 보면 단어가 떠오른다. 56쪽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대상들 가운데서도 마치 윤곽만 존재하는 듯 윤곽을 우선 보았다. 그는 모든 것을 이전처럼 단어로 옮기거나 언어유희로 파악하지 않고 직접 보고 들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러한 상태에 있었다. 100쪽


'다시 마을로, 다시 여관으로, 다시 방으로. 전부 아홉 단어군.'하고 블로흐는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했다. 75쪽


주의해서 생각하자 단어가 하나씩 하나씩 쉽게 머리에 떠올랐다. 비가 올 듯한 10월 어느 날, 이른 아침, 먼지낀 창유리. 완전하게 작동되고 있었다. 76쪽


화창한 낮에 혐오스러운 언어유희병이 그를 엄습했다. 88쪽


그가 바라보는 주위 풍경들은 글자의 형상으로 그의 눈에 확 들어와 박혔다. '호출 부호 같군.'하고 블로흐는 생각했다. 지시문 같은! 그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져서 나타났다. 92쪽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대상들 가운데서도 마치 윤곽만 존재하는 듯 윤곽을 우선 보았다. 그는 모든 것을 이전처럼 단어로 옮기거나 언어유희로 파악하지 않고 직접 보고 들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러한 상태에 있었다. 100쪽


나는 언어유희라고 하면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다. 또 단어를 모으거나 단어에 집중하는 행위는 착하고(?) 내면이 깊은 사람들이 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렇지만 한트케는 나의 그런 편견을 한번에 깨부신 사람이다.

한 인간의 불안한 심정을 언어유희로 표현한 그 기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정신분열 같기도 하고 ADHD같기도 하고... 아니면 AI가 탑재된 기계인간 같기도 하고...

뭔가 혼돈스럽지만 그의 뇌 속에 내가 들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단어들의 나열, 접속사의 선택, 문장의 선후관계까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한다.

블로흐적 사고가 이 책을 읽는 오늘 하루 나와 함께 하는 경험을 했다.


독자들의 이런 반응을 작가가 원한 것이라면 단연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문학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Brand new boo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수의 시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으면서 "뉴욕, 미국인의 이미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화나 미디어로 접했던 미국 이미지는 "기회의 땅"으로 도전과 모험과 같은 단어가 어울리는 나라고, 뉴욕은 젊음의 도시로 생각했는데, <순수의 시대>에서 만난 뉴욕은 너무 낯설었다. 역사도 짧은 미국 조차도 역시나 타인과 나의 차이를 구분짓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가진 자들끼리도 귀족과 진짜 귀족 등으로 서로를 나누는 모습이, 인간 사회가 매한가지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


미국이 귀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기나 하던가?

어느 나라든지 지배계층의 사고방식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뉴욕 아카데미 오브 뮤직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대비와 미국 상류층의 힘겨루기가 재미있었다.


다른 책과 달리 상류층의 취향에 대해서 묘사하는 부분이 많았다. 음악, 공연, 미술, 책, 식기들, 의복, 마차, 당대 유명한 작가나 가수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가득했다.


<파우스트>공연으로 1장을 시작하고, 세브르 산 고급 자기, 트리베나의 조지 2세 접시, 로스토프트 자기, 크라운 더비 자기와 같은 식기들, 밴 더 루이든 부인을 카바넬의 그림 속 인물로 묘사, 아처 부인을 이자베이의 세밀화 속 인물로 묘사, 영국 작가의 <르네상스>, <미들마치>, 연극 <방랑자> 등 이런 상세한 묘사는 그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참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서 하나씩 찾아보면서 이 책을 읽어내야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차츰 상상이 되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순수의 시대'란 제목은 무얼 의미할까?

뉴욕의 바보같은 옛 모습을 말하는 듯하다. 체면과 가문을 중시하는 상류층 사람들의 시대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결론을 냈다. 지금 뉴욕은 순수의 시대가 아닌 바빠서 이웃을 성가시게 할 시간도 없고 원하는 건 당연히 원할 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보퍼트의 사생아들과 결혼하는 그런 도시이기 때문이다.


순수와 구분짓는 상류층 이야기는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메이의 엘렌 퇴치법(?)은 너무 무서웠다. 살면서 메이같은 사람은 안만나며 살고 싶다. 그런데 그게 옛 뉴욕의 방식이었다니... 작가는 메이가 대표적인 순수의 시대 인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이 '피를 흘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는 옛 뉴욕의 방식이었다. 412쪽


엘렌의 아래 대사는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도 얼마나 많은 거짓 흉내를 요구하고 요구 받았던가?


진짜 고독이란 거짓 흉내만을 요구하는 이런 사람들에게 온통 둘러싸여 사는 거예요! 99쪽


메이의 대사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는 저 한 문장 뿐이었다.


옷은 그들의 갑옷이야. 낯선 타인들에게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자 도전이지. 247쪽


아처가 엘렌을 포기하고 임신한 메이를 택하며 마음 속 성소를 만들었다는 표현이 좋았다.


그는 자기 마음속에 일종의 성소를 만들어 놓고 비밀스러운 생각과 열망가운데 그녀를 간직해 두었다. 그곳은 조금씩 그의 진짜 삶이자 이성이 활동하는 유일한 장이 되어 갔다. 324쪽


이 책을 읽는 시점에 미국 대선이 진행되고 있어 트럼프도 미국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한 전처와 피자 광고를 찍어 본인의 이미지를 바꾸는 전략적이고 저돌적인 트럼프. 날것을 있는 그대로 비판하는 트럼프. 순수의 시대 사람들이 그어 놓은 선을 트럼프는 가뿐하게 넘어가 버린다. 이런 사람들이 순수의 시대를 끝내버렸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디언 안녕?

오랜만이지? 나의 학창 시절을 함께한 나의 일기장 친구, 인디언!


오늘은 <모래의 여자>라는 책을 읽고 너에게 편지를 써.

8월은 정말 무더웠어. 그 더위 속에서 바다로 여행을 다녀왔고, 수영하다가 모래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놀기도 했지. 또 영화 <듄 2>도 봤어. 배경이 사막인데, 석양이 비치는 모래사막이 정말 아름답더라. 그 영상을 보면서 "사막에 여행을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영상미는 매혹적이었어.


8월 한 달 동안 이렇게 모래와 관련된 책과 영화를 접하고 나니까, 여행에서도 모래가 다르게 보였어. 그래서 이번 8월은 '모래'에 관한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

이 책은 일본을 배경으로 해. 학교 선생님인 한 남자가 휴가를 내고 곤충 채집을 하기 위해 모래 마을에 갔다가 실종되는 이야기야. 세상 밖에서는 그를 찾는 뉴스가 나와도, 그는 무너져 가는 모래 경사 아래 형성된 마을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해.


모래가 끊임없이 쌓이는 마을에서, 혼자 남은 여자는 모래를 퍼내야만 해. 이 남자는 그녀를 돕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 마을에 갇히게 돼.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곤충처럼, 이 남자도 모래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어.


결국 그 남자는 그 여자와 부부처럼 생활하게 되지만, 여자와 마을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 도망치려다 다시 붙잡혀.


이 이야기는 굉장히 기이하고 이상해. 그런데도 읽다 보면 실제로 일본 어딘가에 그런 마을이 있을 것만 같은 사실감이 느껴져.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 입안에 모래가 든 것처럼 거칠고 꺼끌꺼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져. 이 작가, 아베 코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과 여자가 한심하게 느껴졌어. 그리고 탈출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곳에 순응해버리는 그 남자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고군분투하다가 주어진 삶에 안주하게 되는 모습이 우리 평범한 사람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혹시 작가가 이런 감정을 유도하려고 했던걸까?


모래에 대한 프로젝트는 아직 그 안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그냥 싱겁게 끝났어. 이제 가을이 왔거든.

다시금 모래에 대해 생각이 정리가 되면 다시 편지할께.


그럼, 안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하세요? 헤르만 헤세님,

당신의 <데미안>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독자입니다. 이번에는 <싯다르타>로 다시 인사드리네요.

제가 <데미안>을 읽었던 시기는 아이엄마가 되어 육아로 인해 고군분투하고 누구누구 엄마로 불리며 제 이름 석자가 지워져가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제게는 가장 힘겨운 시간이었답니다. 그때 <데미안>을 읽게 되었고 흔들렸던 제 마음을 추스려 다시금 육아의 터널을 씩씩하게 걸아가게 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데미안은 자아를 찾아가는 책이었어요.

<싯다르타>는 자아를 버리고 좀더 큰 범위에서 의미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데미안>은 젊은 시절의 방황하는 헤르만 헤세를 보는 것 같다면, <싯다르타>는 노년의 헤르만 헤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아이들을 다 키우고 바쁜 시절이 점점 끝나가는 이 시점에 이 책을 읽게 되었지요. 육아터널의 시작에 <데미안>을 읽고 터널 마지막에 <싯다르타>를 읽는다니 왠지 운명처럼 느껴지네요.

초년의 <싯다르타>는 길을 떠나요. 중년의 <싯다르타>는 삶을 경험하고, 노년의 <싯다르타>는 아들을 사랑하며 절망하기도 하고 떠나는 자식을 슬슬프게 바라보기도 하죠. 그러다가 강물을 바라보며 깨닮음을 얻구요. 저는 아직 자식을 사랑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삶을 경험하고 있구요. 아직 갈길이 멀지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다음 단계가 다가오더라도 당황하지 않으려고요. 노년의 저도 깨닮음을 얻게 되겠지요? 마치 싯다르타처럼요.

책을 읽다보니 '강'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그러다 문득, <월인천강지곡>이라는 세종대왕이 지은 노래가 있는데, 그 제목이 여러 중생을 널리 교하시킨 것이 마치 달은 하나이나 달빛이 수만개의 강에 골고루 비치는 것과 같다는 의미라는 걸 기억했어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부처님의 교리에서 '강'은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강이었어요. 당신도 강으로부터 그것을 배우게 될 거예요. 그 강은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우리는 강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지요. 보세요. 당신도 이미 강물로부터, 아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 가라앉는 것,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152-153쪽

우리가 아웅다웅하며 싸우고, 때로는 비겁하기도 한 내 자신을 보기도 한데, 그런 나를 위로한 말은 아래 부분이었어요.

그에게는 이러한 어린애 같은 인간들이 자기의 형제들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허영심, 탐욕이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이제 그는 웃음거리가 아니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 사랑스러운 일, 심지어는 존경할 만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187쪾

그는 바로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무한한 업적을 이루고, 여행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무한한 고통을 감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188쪽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살아보려구요. 헤르만 헤세 당신은 정말 등불 같은 존재네요.

당신의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되어도 그럴까요?

당신의 번뇌와 고민이 이런 작품들을 탄생시켰나봐요.

다시 한번 감사하며, 다른 작품으로 또 인사드릴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슈타인, 안녕하세요?


길고 긴 당신과 니나의 이야기를 읽고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처음에는 당신이 18년이란 긴 시간동안 니나를 사랑하는 것이 진심이었을까? 또한, 긴 시간 일기장에 니나와의 일을 기록하는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편지하게 되었어요.


결론은 니나는 참으로 행복했겠다라는 거예요. 불안하고 열정적이고 어린 니나는 당신과 같이 따뜻하고 한결같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서 안정감을 갖았던 거 같아요. 부모님의 지지나 사랑이 없던 니나에게 당신은 부모님과 같은 분이었을 거 같아요.

부모님같은 사랑을 니나에게 주었다고 평가받는다면 당신은 괴로울까요?

소설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당신이라는 넓고 푸른 안전한 목장이 있어서 니나는 더 마음껏 자신의 열정대로 살 수 있었던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니나가 부럽고 사랑스러운 건 분명히 당신의 몫도 있을거예요.


처음에는 니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마흔이 넘은 제게는 안정감이 있고 딸같은 니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네 삶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구요. 간섭하고 싶었죠. 그렇지만 점점 성숙해 가는 니나를 보고 부럽기도 했어요.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그녀는 실천하는 어른이었음을 본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배운대로 내가 믿는 신념대로 나는 인생을 살아오고 있었는지 반성도 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어요.


그런 니나의 모습에 당신의 사랑이 제대로 느껴졌어요. 니나가 저런 사람이어서 당신은 니나를 사랑했구나라구요.

죽음을 앞둔 당신의 글에서 저는 굴복했습니다. 니나를 기다리며 지난하게 지나온 당신의 인생을 마감하면서 아름답다라고 표현한 당신의 말에 숭고함을 느꼈습니다. 당신의 삶은 기다리는 삶이었다고 불평할 수 있었지만 당신은 감사하며 죽음을 맞았지요.


나는 이런 아름다운 만남을 선사한 인생에 감사한다. (406쪽)


당신과 니나의 거리를 잘 알고 있었지요. 당신의 삶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던 제 생각을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거두었지요. 당신이 행복했다고 했으니까요.


당신이 그 문을 열어두었다 하더라도, 이 일을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더 오랫동안 했소, 나는 그쪽으로 갈 힘이 없었을 것이오. 내 눈은 색깔과 빛을 위해 만들어지지 못했소. 그래서, 당신도 알 거요, 우리는 서로 만나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방의 문지방을 넘어서지 못한 거요. 문지방 너머 다른 사람의 왕궁이 있는 그곳으로 말이오. 당신은 나의 생을 인정할 수 없었소. 당신의 인생과는 너무 달랐던 거요. (405쪽)


이만 줄입니다.


서울의 한 독자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