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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쩐지 딱딱한 분위기가 풍기는 책이다.
제목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니, 마치 군대에서나 외칠 법한 구호가 아닌가.
실제로 책의 맨 첫 페이지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구호가 중국어와 함께 나와있고 그 시초가 무려 마오쩌둥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나온다. 또한 책 속 내용에서도 위의 구호가 많이 언급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당시 중국의 사상적 토대를 소개하고 옹호하는 책인가 싶지만 여기선 전혀 다른 의미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외쳐진다.
정확한 때는 나와있지 않으나 마오쩌둥의 사상이 지배하던 시설. 고참 공무분대장이자 마오쩌둥의 어록과 저작을 모두 외울만큼 투철한 혁명당원인 ‘우다왕‘이 사단장네 집안의 취사병으로 들어와 사단장 부인인 ‘류롄‘과 본격적으로 만나게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둘은 사단장이 잠시 타지로 출장갔을 때 (어찌보면) 불륜의 관계로 빠진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역할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구호가 적혀있는 팻말이다. 즉, 혁명을 위해 일하라는 말이 전혀 다른 방향을 뜻하는 말이 되버린 것이다.
처음엔 불륜관계가 된다는 주요 줄거리를 보고 보기가 꺼렸지만 막상 읽어보면 이 둘이 비록 좋지 못한 길로 빠졌지만 그 행위로 인해 어떠한 ‘결과‘에 도착했다는 교훈적이고 결과적인 면으로 인해 읽을만했다.
또한 ‘내로남불‘과 같은 말이 있으나 이 둘의 관계는 ‘내가 하는 불륜은 아름답다‘라는 주장이 보이는 로멘스의 분위기의 달달함이나 절절함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 우다왕의 삶에 대해 고찰하게 되는 이야기랄까.
옮긴이가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당시 중국의 사상을 풍자한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의 본연의 감정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것 같다. 또한 작가가 묘사하는 배경묘사와 등장인물의 행동들은 읽으면서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며칠 전에 알라딘에서 노벨 문학상 후보들의 작품들을 나열해 놓았을 때 이 책을 발견했기에(작가에 대해서도 아무런 지식도 없었음) 참 도박적인 읽기였는데, 성공적이어서 개인적으로 뿌뜻하다.
천 번을 말하고 만 번을 말해도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잘 사는거야.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사병들은 모두 간부로 신분상승하길 원하고, 간부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중간층간부로 신분상승하길 원하지. 또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난사람은 자신과 가족이 모두 도시인이 되길 원하네.
한 개인에게 이런 목표는 결코 큰 것이 아니지. 하지만 때로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의 정력을 바쳐야 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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