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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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이번 여름에 장례식 소식을 많이 접한다. 일전에 문상 다녀온 장례식장은 바로 옆방이 유명 연예인 차**씨의 부친상이었다. 워낙 유명 인사라서 유명세를 치르는지 식장 입구부터 늘어선 화환이 이중 삼중으로 복도를 메워 다니기 불편할 정도였고 심지어 대통령실에서도 장례기를 보내왔다. 문상갔던 집이 여염집은 아닌데도 비교의 대상이 못 된다.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똑같은 죽음인데 본인과 자녀의 신분에 따라 죽어서까지 차별대우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세상에 죽지 않는 인간은 없다. 인간은 필멸의 존재다. 동시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음을 알면서도 정작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것을 부고라고 한다. 요즘은 예전처럼 상주가 직접 전화를 돌리거나 신문에 내기보다는 대개 SNS나 문자로 연락한다. 한국에서 신문의 부고란에 이름을 올릴 정도면 고관대작이나 대기업, 유명인쯤 된다고 보면 되지만, 미국과 같은 서구 사회는 신분과 관계없이 부고는 매우 보편적인 행위이다. 우리는 망자의 이름과 생몰일시, 상주 등을 간략히 알리는 반면, 미국은 이 책의 저자처럼 고인에 관한 기사를 쓴다. 고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짚어 유품을 정리하며 기억할만한 사진이나 글 등을 이용해 추모 게시판을 만들기도 한다. 대개는 고인의 이름, 삶에 대한 약력, 직계 유가족, 추모 또는 장례 정보, 기부처 등을 기재하여 사망 기사의 자료로 제공한다. 저자는 그렇게 해서 알게 된 망자가 지나온 삶의 흔적을 바탕으로 이야기라는 하나의 예술 분야로 승화시킨다.


이 책의 원제 <Yours Truly>는 본래 편지글의 결구로 쓰이며 우리말로는 이만 총총쯤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글로 써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기억을 되살려 볼 것을 권유한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의 부고 기사 작가로 일한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독특한 이해를 얻었다.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손에 아무렇게 부고 기사를 맡기기보다는, 일반적인 전기적 서사를 뛰어넘어 우리가 누구인지 본질을 포착해 보라고 독려한다. 아울러 부고에 포함할 내용, 포함하지 말아야 할 내용, 가족에 대해 솔직해지기,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 등 다양한 실용적인 도움을 준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인터뷰 내용, 일화, 사례를 통해 각계각층 사람들의 개인적 이야기의 가치를 설명한다. 그의 어조는 친절하고 지지적이며,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할 때 고려할 만한 인터뷰 질문과 시각을 제시한다. 우리가 아직 할 수 있을 때 추억을 담는 행위의 중요성을 즐겁게 상기시켜 준다. 진심 어린 사색과 매력적인 이야기를 통해 후손을 위한 선물일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글을 쓰자는 영감 어린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일이므로, 인생 이야기를 통해 내면의 진정한 성격을 드러내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는 청사진을 제공해준다. 아마도 친구, 가족, 그리고 인생을 거쳐 간 다른 모든 이들이 분명히 고마워할 것이다. 부고 기사 작성 가이드로서 저자의 목표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야말로 질문은 아주 간단하다.

 

첫째,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둘째, 그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목표를 이루었는가?

 

저자가 보는 시각의 요점은 우리가 인간이므로 결점 투성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고인의 잘못과 실수 등이 부고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불행을 견디고 극복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자기 삶에서 의미를 발견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저자는 자신의 부고 기사를 미리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본인보다 더 잘 쓸 수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 친구나 친척이 부고를 작성한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생략하거나 진부한 표현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저자는 짧은 시간에 구술사를 기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 자신이야말로 친절함의 가장 큰 수혜자임을 보여주면 어떨까. 미리 부고(자신의 이야기)를 써 보고픈 마음이 들지 않으시는지?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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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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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이 등장하는 영화 <루시>를 보신 독자라면 아프리카 모처에서 시냇물을 마시는 루시를 만나 그림 <천지창조>처럼 검지를 마주 대는 찰나 순간 이동이 이루어지던 놀라운 장면을 기억하시리라. 이 책을 접하게 될 독자들은 아마 그런 느낌으로 두 번쯤 놀랄 것 같다. 책 자체가 두툼한데다 저자가 현직 내과 의사라는데 한번 놀라고, 태초 인류의 발달사부터 현대의 나노 기술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인류학자보다 더 박식한 데 두 번 놀란다.

 

신피질은 호모사피엔스의 무기다. 다른 동물이 지닌 강한 이빨이나 날카로운 발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다. 이 무기가 발휘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범용성에 숨겨져 있다. 무기를 하나 고르라 했을 때 칼이나 화살이 아니라 무기고의 열쇠를 잡은 셈이다.(87)

 

사피엔스(인류)와 로지(학문)를 결합한 책 제목에 끌려 읽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흥미를 자아내는 부분은 앞쪽에 놓였다. 지금까지 문명을 이어오며 온갖 지식이 축적된 최근세사를 이해하는데 바로 눈앞의 것만 좇아서는 알기 어렵다. 물론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말은 믿지 않지만, 이 인류사의 시작도 그래서 태초로부터 시작한다.

 

가족 시스템 외에 우리를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종으로 만든 특성이 또 있다. 이것 역시 다른 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이타심과 협력이다. (161)

 


동물과 인간의 신체를 견줘 보자면 인류는 참으로 나약하다. 맹수를 이길만한 발톱과 이빨도 없고 달음박질도 그리 빠르지 않다. 먹이사슬의 바닥 어디쯤 있어서 언제 잡아먹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허접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한다. 저자는 그 비결로 지능과 혁신 본능 그리고 통제 욕구를 꼽는데, 이들은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아닌 뇌 구조에서 흘러나온 생물학적 표현이다. 여기서 이 책의 제목을 합성한 연유가 나온다. ‘현생 인류에 대한 학문으로 정의하며 진화학, 고고학, 사회심리학, 역사, 과학사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며 인류의 빅 히스토리이자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북극곰은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수천 세대를 거치는 동안 하얀 털을 진화시켰다. 하지만 인간은 서너 세대 만에 그것을 빼앗아 뒤집어쓰는 방법을 터득하고 동족과 후손에게 전수했다. (307)

 



인류가 공동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오고 아프리카에서 각 대륙으로 이주하며 전 지구적으로 뻗어나간 다음, 너무나도 오랫동안 서로 만날 수 없었던 인류는 인종과 피부색이 너무나 다른 모습에 완전히 다른 인종으로 여기게 되었다. 물론 우리가 잘 아는 앞선 서구 문명의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을 지배 억압하며 사고팔기도 했던 흑역사를 잘 아실 터이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짓을 일삼던 때가 불과 200년 이내이고 비록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부끄럽게도 인종차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의 한계인가, 피부 아래는 모두 아프리카인임을 늘 잊고 산다.

 

우리 뇌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머리로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끊임없이 항로를 경정하는 항법사에 가깝다. 신피질은 계산기가 아니라 패턴을 다루는 곳이자 환경 변화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억-예측 장치다. (326)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이유로는 첫째, 생존을 위해 새 땅을 찾아간 결과이며 둘째, 먹잇감인 동물의 이동을 따라나섰다는 견해가 있다. 울창한 밀림에서 햇볕이 강렬하고 숨기도 마땅찮은 사바나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척박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진화 과정을 겪는다. 밀림에 남아있던 조상들의 후손은 여전히 거의 옛 모습 그대로 산다. 불을 사용해 단백질의 공급이 늘고 뇌 용량이 커졌다는 얘기는 이제 싫증 나기까지 한 상식에 속한다. 수렵 채집의 다음 단계는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인류 최악의 실수라고 일컬은 농경 집단생활이다. 식생이 예전보다 나을 것 없고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동물 매개 전염병으로 고생하는 환경을 택한 결과는 인구수의 번성이었다. 지금은 너무 번성해서 지구 인구가 80억에 육박하고 그 가운데 절반은 굶주리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끌던 부분은 뇌의 혁명이었다. 뇌가 급격히 커짐으로써 생기는 방열과 영양공급에 관한 해결 방법은 매우 신박해서 비싼 조직이라는 별명의 유래가 되기도 한다. 신피질의 등장이 진화가 아닌 돌연변이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도 대단히 훙미롭다.

 

역사적으로 한 종은 더 강한 종을 만나면 멸종했다. 지능의 열세로 수많은 동물이 인간에게 밀려나 멸종했고, 이제 지구의 대형 포유류는 인간이 키우는 가축들만 남아있다. 인공지능도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모든 자원과 에너지와 공간을 차지해 인간을 밀어낼지 모른다. 미래에는 우리가 필요 없을지 모른다.“ (374)

 

단순히 인류학의 영역에만 한정될 것 같던 내용이 영어교육학이나 최첨단 IT 기술까지 넓어진다. 이 방대한 내용을 어찌 속속들이 다 알고 있을까 궁금증이 일기도 하고, 일개 내과의사의 저서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읽을수록 저자의 독서량과 학문적 깊이, 통섭의 범위가 우러나온다. 인간에 관한 거의 모든 학문을 총망라한 느낌이다. 이 책은 결국 지구상에 남겨진 인간의 발자취를 좇아 온 기록서의 개념을 지닌다. 사실 최근의 역사로 올수록 알아가는 재미는 덜해지지만, 인류학 교양과정 교재로 손색없는 책이다. (2023-07-23)



 

#인간의역사 #사피엔솔로지 #흐름출판 #인류학 #북클럽 #책추천 #호모사피엔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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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솔로지 -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때까지의 거의 모든 역사
송준호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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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발자취에 대한 거의 모든 영역을 훑어주는 훌륭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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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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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뿐. -아인슈타인』

전 지구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며 난리다. 과수 식물의 80%가 꿀벌을 비롯한 충매화이기에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이 먹을 식량도 타격을 받는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고 불과 4년이면 인류도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 그럼,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얼까?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살충제 남용, 지구온난화로 인한 밀원식물의 감소, 양봉농가와 벌통 숫자의 급격한 증가로 꿀벌 개체수가 급증하여 심해진 경쟁으로 폐사, 꿀벌응애류 기생충 감염, 이동식 양봉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이스라엘 급성 마비 바이러스 감염, 전자기파 급증과 자전축의 변화로 귀소본능 무력화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인류가 꿀벌 멸종의 원흉이다. 각성해야 한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 절정인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다시 한번 우리를 특별한 세계로 안내한다. 그는 사라진 비밀을 찾아 역사, 난해함, 모험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사라진 비밀은 무엇일까? 꿀벌의 예언이다. 제목은 꿀벌의 예언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상한 동물, 즉 인간이다. 따라서 벌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을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이 소설의 초점은 인간과 꿀벌의 밀접한 관계에 있다. 소설의 제목과 표지 사진만 보고 2020년의 전작 날개 달린 노란 줄무늬 ‘개미’ 버전의 꿀벌을 상상한 사람들은 작가의 야망이 상당히 다른 곳에 있음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적어도 이 소설이 중세 기사단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만 안다면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금방 눈치챌 것이다.

『예언서에 따르면 이 세계는 3보 전진 2보 후퇴의 법칙을 따를 것이라고 하네. 3보 전진의 단계에서는 공감과 연민에 바탕을 둔 조화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인류의 평화와 연대를 위해서 말이야. 그러다 갑자기 폭력과 몽매주의와 야만이 지배하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거야. 그러면 인류는 진보를 멈추고 후회하는 거지. 2보 후퇴의 시기야.』



* 주제

고대 신화는 우리 문명의 탄생과 발전을 꿀벌의 삶과 생존에 연관시킨다. 직업이 최면술사인 르네 톨레다노는 시연 쇼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그가 미래의 문을 열어 둔 덕분에 그의 삶은 이내 뒤집힐 운명이며 그 미래는 꿀벌이 사라진 종말론적인 세계다. 그는 어떻게 이 예측된 미래에 개입할 수 있을까? 퇴행 최면을 통해 그는 미래로 통하는 문을 연 자신의 '옛 자아'를 찾고 이 예견된 재앙으로 이어질 일련의 사건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예루살렘의 성 요한 성벽 아래에서 수도사들이 소장하고 있으며 미래를 예언한다는 이유로 권력자들이 탐내는 비밀 서적 '꿀벌의 예언'의 저자이자 기사단인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현재의 동료들(소르본 대학 총장과 그의 딸, 역사학자, 고고학자)과 함께 예루살렘에서 키프로스로, 다시 소르본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 신성한 책을 추적하고, 예언서의 마지막 장을 읽음으로써 꿀벌과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여정을 떠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이야기를 세 축으로 풀어나간다. 한 축은 역사이고 또 다른 축은 종교다. 두 가지 축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생태와 환경이라는 현대의 이슈다.』

* 소재

이 소설은 ‘양자역학’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을 배경으로 시간 여행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간단히 말해 특정 조건에서 현상을 관찰해도 그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확실하게 결정할 수 없음을 말한다. 한편 십자군, 종교적 명령, 왕, 술탄, 기사단의 운명, ‘공정’의 상징이지만 이단이라는 구실로 기사단을 해산시켰던 필립 4세의 냉혹한 정치적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과 계약한 빚을 갚지 않기 위한 꿀벌과 등검은말벌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 책은 또한 중세와 여러 대륙에 걸친 종교 간 관용과 전성기, 몰락에 대해 살펴본다. 정치적으로 이슬람은 기독교 서방과 그 포교의 대상보다 더 안정된 관용과 문화의 온상이었다.



* 시간여행

베르베르는 우리를 시간여행으로 초대한다. 이는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의 세계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 더 잘 이해하고,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그는 허구적 장치를 사용하여 현실에 봉사한다. 이 소설은 2018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의 상자>와 연결되어 있으며, 최면으로 전생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을 다루고 있다. 타임머신은 물론 어떤 기계도 필요 없이 우리 머릿속에서 움직인다는 발상은 참으로 베르베르답다.

모든 것의 뿌리인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며, 이 경험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이러한 콘셉트를 활용하면 가능성의 영역이 무한해진다. 퇴행 최면 기술을 익히면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앞뒤로 이동할 수 있다. 성전기사단을 창설하던 시기와 그 이후의 시대를 탐색하는데 탁월한 장치이며 주인공의 생애와 전 세계를 섭렵하기에 이상적이다.

『중세 시대에는 신생아 넷 중 하나는 한 살도 되기 전에 죽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아니고 둘 중 하나는 열 살을 넘기기가 힘들었어. 질병과 전쟁 때문에 평균 수명은 서른다섯 살에 불과했지.』



* 즐기면서 이해하기

하지만 시간여행은 오감을 총동원하는 몰입형 경험이므로 인터넷 웹 서핑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1,000년 전으로 돌아가기란 항상 좋기만 한 생각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꿀벌의 예언'이라는 기묘한 책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간과 조상들의 영혼을 통해 그 책을 찾는 일이 곧 세상을 구하기 위한 궁극적인 탐험이 된다. 이런 점에서 저자 자신은 예언자이자 탐정 역할을 한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라 권유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줄거리에는 유명한 인물과 민족(특히 유대인뿐만 아니라 기사단 같은 종교 및 군사 단체)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와 신화의 교훈이 산재해 있다. 수시로 등장하는 조금 긴 프랑스 이름들은 조금 산만하다. 계몽과 오락은 베르나르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인 듯하다. 그는 600쪽 넘는 이 책에서 그 신념을 더욱 발전시켰고 때로 중복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항상 흥미롭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 하지만 저 갈매기는 물고기를 못 잡아도 개의치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동물은 인간처럼 실수와 실패에 발목 잡히지 않아.』

* 꿀벌을 통한 희망 찾기

독자들은 경험적 학습과 상징주의의 영역에 놓여있다. 진실, 신화, 영성은 서로 얽혀 우리가 세상과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꿀벌은 어떤가? 벌은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의 구세주처럼 책 곳곳에 등장한다. 꿀벌이 없다면 생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꿀벌의 예언에 대한 집착은 곧 생명의 필멸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초점은 지구에 대한 존중에 있다. 과거의 환경 또는 현재의 행동에 대해 저자는 매우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이 작품은 배움의 소설인 동시에 탈출의 소설이기도 하다. 시간과 정신에 대한 서사시적 여정을 통해 이해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영적-과학적-역사적 고랑을 적절한 시기에 갈아엎으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것을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는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



* 기타 단상

이 책에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퇴행 최면을 통해 세상을 뒤집거나 구할 수 있는 예언을 찾고, 그 음모를 쫓는 데 필요한 인물로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설정은 기적과도 같은 불가능한 이야기라 믿기 어렵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한 마디로 조금 과장된 부분으로 보인다. 또한, 꿀벌의 놀라운 특성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지만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연상시키는 성전기사단만큼 꿀벌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시각 자료가 없어 살짝 아쉽다. (2023-07-11)

#북유럽 #꿀벌의예언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지구환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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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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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

. -아인슈타인

 

전 지구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며 난리다. 과수 식물의 80%가 꿀벌을 비롯한 충매화이기에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이 먹을 식량도 타격을 받는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고 불과 4년이면 인류도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 그럼,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얼까?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살충제 남용, 지구온난화로 인한 밀원식물의 감소, 양봉농가와 벌통 숫자의 급격한 증가로 꿀벌 개체수가 급증하여 심해진 경쟁으로 폐사, 꿀벌응애류 기생충 감염, 이동식 양봉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이스라엘 급성 마비 바이러스 감염, 전자기파 급증과 자전축의 변화로 귀소본능 무력화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인류가 꿀벌 멸종의 원흉이다. 각성해야 한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 절정인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다시 한번 우리를 특별한 세계로 안내한다. 그는 사라진 비밀을 찾아 역사, 난해함, 모험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사라진 비밀은 무엇일까? 꿀벌의 예언이다. 제목은 꿀벌의 예언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상한 동물, 즉 인간이다. 따라서 벌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을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이 소설의 초점은 인간과 꿀벌의 밀접한 관계에 있다. 소설의 제목과 표지 사진만 보고 2020년의 전작 날개 달린 노란 줄무늬 개미버전의 꿀벌을 상상한 사람들은 작가의 야망이 상당히 다른 곳에 있음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적어도 이 소설이 중세 기사단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만 안다면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금방 눈치챌 것이다.

 

예언서에 따르면 이 세계는 3보 전진 2보 후퇴의 법칙을 따를 것이라고 하네. 3보 전진의 단계에서는 공감과 연민에 바탕을 둔 조화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인류의 평화와 연대를 위해서 말이야. 그러다 갑자기 폭력과 몽매주의와 야만이 지배하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거야. 그러면 인류는 진보를 멈추고 후회하는 거지. 2보 후퇴의 시기야.

 

* 주제

고대 신화는 우리 문명의 탄생과 발전을 꿀벌의 삶과 생존에 연관시킨다. 직업이 최면술사인 르네 톨레다노는 시연 쇼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그가 미래의 문을 열어 둔 덕분에 그의 삶은 이내 뒤집힐 운명이며 그 미래는 꿀벌이 사라진 종말론적인 세계다. 그는 어떻게 이 예측된 미래에 개입할 수 있을까? 퇴행 최면을 통해 그는 미래로 통하는 문을 연 자신의 '옛 자아'를 찾고 이 예견된 재앙으로 이어질 일련의 사건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예루살렘의 성 요한 성벽 아래에서 수도사들이 소장하고 있으며 미래를 예언한다는 이유로 권력자들이 탐내는 비밀 서적 '꿀벌의 예언'의 저자이자 기사단인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현재의 동료들(소르본 대학 총장과 그의 딸, 역사학자, 고고학자)과 함께 예루살렘에서 키프로스로, 다시 소르본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 신성한 책을 추적하고, 예언서의 마지막 장을 읽음으로써 꿀벌과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여정을 떠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이야기를 세 축으로 풀어나간다. 한 축은 역사이고 또 다른 축은 종교다. 두 가지 축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생태와 환경이라는 현대의 이슈다.

 

* 소재

이 소설은 양자역학슈뢰딩거의 고양이역설을 배경으로 시간 여행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간단히 말해 특정 조건에서 현상을 관찰해도 그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확실하게 결정할 수 없음을 말한다. 한편 십자군, 종교적 명령, , 술탄, 기사단의 운명, ‘공정의 상징이지만 이단이라는 구실로 기사단을 해산시켰던 필립 4세의 냉혹한 정치적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과 계약한 빚을 갚지 않기 위한 꿀벌과 등검은말벌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 책은 또한 중세와 여러 대륙에 걸친 종교 간 관용과 전성기, 몰락에 대해 살펴본다. 정치적으로 이슬람은 기독교 서방과 그 포교의 대상보다 더 안정된 관용과 문화의 온상이었다.

 

* 시간여행

베르베르는 우리를 시간여행으로 초대한다. 이는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의 세계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 더 잘 이해하고,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그는 허구적 장치를 사용하여 현실에 봉사한다. 이 소설은 2018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의 상자>와 연결되어 있으며, 최면으로 전생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을 다루고 있다. 타임머신은 물론 어떤 기계도 필요 없이 우리 머릿속에서 움직인다는 발상은 참으로 베르베르답다.

모든 것의 뿌리인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며, 이 경험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이러한 콘셉트를 활용하면 가능성의 영역이 무한해진다. 퇴행 최면 기술을 익히면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앞뒤로 이동할 수 있다. 성전기사단을 창설하던 시기와 그 이후의 시대를 탐색하는데 탁월한 장치이며 주인공의 생애와 전 세계를 섭렵하기에 이상적이다.

 

중세 시대에는 신생아 넷 중 하나는 한 살도 되기 전에 죽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아니고 둘 중 하나는 열 살을 넘기기가 힘들었어. 질병과 전쟁 때문에 평균 수명은 서른다섯 살에 불과했지.

 

* 즐기면서 이해하기

하지만 시간여행은 오감을 총동원하는 몰입형 경험이므로 인터넷 웹 서핑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1,000년 전으로 돌아가기란 항상 좋기만 한 생각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꿀벌의 예언'이라는 기묘한 책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간과 조상들의 영혼을 통해 그 책을 찾는 일이 곧 세상을 구하기 위한 궁극적인 탐험이 된다. 이런 점에서 저자 자신은 예언자이자 탐정 역할을 한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라 권유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줄거리에는 유명한 인물과 민족(특히 유대인뿐만 아니라 기사단 같은 종교 및 군사 단체)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와 신화의 교훈이 산재해 있다. 수시로 등장하는 조금 긴 프랑스 이름들은 조금 산만하다. 계몽과 오락은 베르나르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인 듯하다. 그는 600쪽 넘는 이 책에서 그 신념을 더욱 발전시켰고 때로 중복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항상 흥미롭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 하지만 저 갈매기는 물고기를 못 잡아도 개의치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동물은 인간처럼 실수와 실패에 발목 잡히지 않아.

 

* 꿀벌을 통한 희망 찾기

독자들은 경험적 학습과 상징주의의 영역에 놓여있다. 진실, 신화, 영성은 서로 얽혀 우리가 세상과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꿀벌은 어떤가? 벌은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의 구세주처럼 책 곳곳에 등장한다. 꿀벌이 없다면 생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꿀벌의 예언에 대한 집착은 곧 생명의 필멸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초점은 지구에 대한 존중에 있다. 과거의 환경 또는 현재의 행동에 대해 저자는 매우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이 작품은 배움의 소설인 동시에 탈출의 소설이기도 하다. 시간과 정신에 대한 서사시적 여정을 통해 이해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영적-과학적-역사적 고랑을 적절한 시기에 갈아엎으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것을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는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

 

* 기타 단상

이 책에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퇴행 최면을 통해 세상을 뒤집거나 구할 수 있는 예언을 찾고, 그 음모를 쫓는 데 필요한 인물로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설정은 기적과도 같은 불가능한 이야기라 믿기 어렵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한 마디로 조금 과장된 부분으로 보인다. 또한, 꿀벌의 놀라운 특성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지만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연상시키는 성전기사단만큼 꿀벌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시각 자료가 없어 살짝 아쉽다.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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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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