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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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을 촉구하는 베르나르 선생의 환경 영향 평가 조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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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굉장한 세계 -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우리 주위의 숨겨진 세계를 드러내다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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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모든 동물은 현실의 충만함의 극히 일부만을 향유할 수 있다. 각각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거품(Umwelt)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광대무변한 세계의 미미한 조각에 불과하다. (19)

 

퓰리처상을 수상한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동물이 환경을 인식하는 다양한 방식을 다중 감각적으로 탐구한다. 우리에게 친숙하거나 완전히 낯선 감각도 있지만, 인간이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세계는 훨씬 더 큰 세계의 일부일 뿐임을 보여준다. 무릎에 귀가 달린 곤충부터 우리보다 더 예민한 청각을 가진 동물까지, 동물의 감각에 대해 글을 쓸 때 기이하다거나 최상급임을 강조하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비교나 나열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다만 동물의 시각에서 동물을 이해하려 노력할 뿐이다. 미국 철학자 토마스 네이글의 유명한 1974년 에세이 <박쥐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를 시금석으로 삼았지만, 이 책의 중심은 1909년 에스토니아계 독일 동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이 정의한 개념, 즉 동물의 '움벨트Umwelt'(환경)에 대한 개념이다. 저자는 이 감각적 개념으로 시작하여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 거품 속에 갇혀 거대한 세계의 아주 작은 조각만을 인식한다"는 명쾌한 정의를 제시한다.


1. 냄새와 맛

어떤 종은 의도적으로 냄새를 방출함으로써 메시지를 보내는 반면, 우리 모두는 무심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위치, 정체성, 건강, 최근의 식단을 올바른 코를 가진 생물들에게 털어놓는다. (42)

 

인간과 구조 면에서 거의 유사한 개의 후각 능력은 정말로 놀랄 놀랍다. 냄새로 일란성 쌍둥이를 구별하고, 일주일간 비바람에 노출된 지문을 탐지하고, 다섯 발자국의 냄새를 맡으면 출처의 방향을 알아낸다. 사람은 그러지 않지만, 개들은 냄새를 통해 상대의 성별을 알아낸다. 왜 처음 만나는 개들이 서로의 엉덩이 쪽을 향해 킁킁대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동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의 냄새를 맡는데 때로는 냄새가 시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개미는 페로몬으로 상대 개미의 생사를 판단하고 코끼리는 상대의 정체를 식별한다. 인간의 후각 지각은 개와 비슷하지만, 개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감각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또한 개의 코에는 사람의 코와 달리 후각 전구로 공기를 보내는 통로와 폐로 가는 통로를 분리하는 틈새가 있다. 개의 코는 냄새를 맡을 때 냄새 흔적이 흩어지지 않고 순환하도록 설계되어 냄새를 더 잘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냄새의 특징은 첫째, 냄새 인식 수용체는 항상 얇은 액체층에 덮여 있으므로 액체 단계여야 하며 둘째, 접촉을 전제로 하며 셋째, 항상 물에 사는 물고기는 냄새를 맡을 수 없다. 맛은 학습을 통해 거부감을 줄여갈 수 있지만, 냄새는 경험과 관련되기 전에는 의미가 없다. 커피나 초콜릿 같은 쓴맛은 거부감이 들다가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맛을 알아가는 한편, 냄새와 관련된 의미 정보를 획득하지 못한 아기들은 땀이나 오물 냄새에 매우 둔감하다. 단맛을 학습하고 전달에 성공한 명금류는 어떤 환경에서든 고열량의 단맛 나는 먹이를 섭취하고 힘을 얻었으며 단맛 하는 먹잇감을 구별 확보함으로써 왕성한 번식에 성공했다. 저자는 개가 인간보다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간은 인식해 왔지만, 그 후각이 개에게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이해하기보다 인간의 목적을 위해 그 후각을 악용하는 결과를 낳았음을 지적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개의 후각이 어떻게 반려견의 움벨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개의 후각을 인간의 움벨트 내에서 사용하도록 강요한다. 또한 인간이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는 잘못된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며, 1879년 폴 브로카가 인간의 후각구는 다른 동물보다 작고 후각은 '고등한' 사고의 일부가 아니라 '동물적'이라는 주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

민감도와 해상도는 서로 상충관계에 있으며, 두 가지 면에서 모두 탁월한 눈은 없다. 동물들은 시각의 예리함보다 민감성을 우선시했다. 눈은 소유자의 필요에 맞게 진화한다. (105)

 

인간의 문화유산에 못 하고 나음이 없는 것처럼 동물의 감각기관은 환경과 생존 여건에 맞도록 진화된 결과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므로 인간의 감각기관이 표준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경도되지 않아야 한다. 빛 감지와 시각을 담당한 눈은 네 단계를 거쳐 진화하면서 복잡성이 점점 더 증가했다. 1단계, 광수용체 세포의 역할은 빛의 존재를 탐지하는 데 국한된다. 2단계, 광수용체는 그늘-즉 특정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는 어두운 색소 또는 다른 장벽-을 얻는다. 3단계, 그늘진 광수용체는 그룹으로 뭉쳐 주변 세계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4단계, 고해상도 시각을 갖춰 동물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화한다.

 

모든 감각계와 마찬가지로, 눈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필요할 때 반응할 수 있도록, 빛의 도착에 대비해 광수용체와 관련 뉴런을 준비하는 데만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124)

 

땅 위의 먹이를 찾느라 정면을 바라볼 필요가 없는 독수리는 상상도 못 했을 높고 거대한 인공 장애물과 자주 충돌을 일으킨다. 한쪽 눈의 시야가 180도인 왜가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발 근처의 물고기를 볼 수 있다. 저자는 동물의 망막에 정점을 이루는 고해상도 영역을 첨예부라고 부른다. 닭 눈의 첨예부는 45도 각도에 맞춰져 있어 사물을 바라볼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송골매를 비롯한 대부분 새의 좌뇌는 주의집중과 대상 분류에 특화되어 오른쪽 눈으로 먹이를 찾지만 왼쪽은 그러지 못한다. 머리를 빨리 돌리지 못하는 일부 초식동물과 고래 종류는 두세 개의 첨예부를 지닌다. 대왕오징어는 천적인 향유고래의 실루엣을 가장 빨리 파악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동물의 감각 기관은 알면 알수록 참으로 신비롭기 그지없다.

 

3. 색깔

결론적으로 말해서, 개도 색깔을 본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는 색깔대를 보지 못할 뿐이다.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136)

 

사람의 코는 못 하지만 개의 코는 냄새를 분간하듯, 인간의 청각 기능도 연령대별로 다르다. 청각 세포의 섬모가 살아있어 아직 청각이 예민한 젊은 세대는 초고주파를 듣지만, 나이가 들면 고주파 음을 듣지 못해 가는 귀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에게는 두 유형의 원뿔세포가 있지만, 인간에게는 세 유형의 원뿔세포가 있다. 개는 이색형 색각자, 사람은 삼색형 색각자로 분류되며 각각 흑백과 빨강, 파랑, 노랑 삼원색의 혼합으로 색을 인식한다. 대부분 동물에 색각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탐색, 먹이 찾기, 의사소통에 회색 음영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장류는 어린잎과 익은 과일을 더 잘 발견하기 위해 삼색형 색각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일단 환경 세계에 빨간색이 추가되자, 빨갛게 충혈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맨살 부분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178)

 

제브라피시 유생의 망막은 세 종류의 색각을 지녔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부분은 공중 포식자의 실루엣을 식별하느라 흑백이다. 정면은 UV 탐지 기능으로 플랑크톤을 찾아낸다. 수면과 물속 공간은 사색형 색각으로 훑어 인간이 못 보는 색상을 본다. 갯가재는 특정 시야의 검색을 위해 무려 12개에 이르는 광수용체를 지녔다. 다양한 색깔을 12가지 색으로 간소화시키는 듯하며 무엇보다 왜 그리 많이 필요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들은 수직 및 수평 편광뿐만 아니라 원형 편광도 볼 수 있으며 또한 이를 생성하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4. 통증

통증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통각수용체nociceptor라고 불리는, 일종의 뉴런에 달려 있다. 이 뉴런은 유해한 자극들-강렬한 열이나 냉기, 짓누르는 압력, , 독소, 부상과 염증에 의해 방출되는 화학물질-을 탐지하는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따끔거림, 찔림, 화상, 욱신거림, 경련, 통증의 풍경을 집합적으로 형상화한다. (188)

 

감각의 경험은 통증의 경우 특히 중요하다. 이 장은 산소 없이 18분까지 생존하는 등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벌거숭이두더지쥐로 시작한다. 통증의 경험은 신경세포인 통각 수용체에 의존하며, 벌거숭이두더지쥐를 포함한 거의 모든 동물이 통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 동물은 산성에 무감각하다. 통증은 종에 따라 같은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통증 역시 주관적 감각이다. 통각 수용은 통증을 느끼지 않고 유해 자극을 감지한다. 통각은 손상을 감지하는 것이고, 통증은 이러한 감지에 수반되는 고통이다. 통각 수용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인지하기 전에 반응을 유발하며,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통증이 이 반응의 뒤를 잇는다. 통증은 뇌에서 생성되는 반면 통각 수용은 손상을 목격했을 때와 척수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은 대개 이 두 가지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묶어 말한다. 통증은 종종 원치 않는 감각이며, 통각과 통증의 구분은 도덕적 이유로 중요하다. 이는 동물 대상 실험의 설계 및 절차뿐만 아니라 동물을 가두거나 죽여 식용으로 준비하는 과정에 연관되기 때문이다.

 

5.

모든 생물은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조건이 너무 차가우면, 화학반응이 느려져 쓸모없는 느림보가 된다. 조건이 너무 뜨거우면, 단백질과 그 밖의 생명 분자가 모양을 잃고 망가진다. 이러한 효과는 생명체 대부분을 골디락스 존(온도가 딱 맞는 영역)으로 제한한다. 그 영역의 한계는 다양하지만,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신경계를 가진 모든 동물은 온도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216)

 

일부 땅다람쥐는 영하 또는 영하의 기온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열세 줄 땅다람쥐의 심장 박동은 분당 몇 박자까지 떨어지며 필요한 경우 6개월 동안 거의 얼어붙은 상태로 지낼 수도 있다. 북미의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적응한 결과다. TRP 채널이라 불리는 단백질 그룹은 대부분 동물의 온도 센서 역할을 한다. 동물의 필요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진화했으며 각각 최고 및 최저 온도의 한계 센서가 있다. 극단적인 예로 사막에서 활동하는 사하라 은개미, 초저온 극지방에서 활동하는 눈파리, 얼음벌레 등이 있다. 이들의 감각 시스템은 이러한 극한의 온도 범위에서 편안하게 작동하도록 조정되어 있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계절의 구분이 뚜렷한 지역에 사는 인간은 그렇지 않은 인간보다 큰 온도 차에 잘 적응한다.

 

다른 환경세계에 대해 생각할 때는 항상 거리가 중요하다. 적절한 조건에서, 냄새와 시각은 장거리에서 작용한다. 적외선 감각은 타오르는 산불을 감지하도록 연마되지 않는 한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어떤 감각들은 여전히 더 은밀하기 때문에 긴밀한 접촉을 필요로 한다. (240)

 

거의 모든 동물은 온도가 맞지 않는 지역에서 맞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불을 쫓는 침엽수비단벌레는 산불의 열(빛이 아닌)을 향해 엄청난 숫자로 몰려드는데 1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산불을 감지할 수 있다. 일단 산불에 도착하면 짝짓기하고 암컷은 불에 탄 나무껍질에 알을 낳아 애벌레가 번식한다. 이들의 날개 아래에 있는 고도로 민감한 적외선 감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분선충, 집파리, 흡혈박쥐, 진드기, 방울뱀 등 열 감지에 뛰어난 다른 생물도 등장한다. 방울뱀은 주변의 따뜻한 물체를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하여 감지하는 열 전문 감지기 중 하나로,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설치류를 공격할 수 있으며 그것도 항상 머리만을 노린다.‘ 인간의 눈이 전방을 향한 것처럼 어떤 감지장치든 항상 쌍으로 이루어진 데에는 아마도 사냥감이나 열원과의 거리와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삼각측량의 원리가 숨어있는 것 같다.

 

6. 촉감과 흐름

손가락의 민감성은 기계수용체-가벼운 촉각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에 달려 있다. 메르켈 신경종은 지속적인 압력에 반응하며, 루피니 종말은 악력을 조정하고 물체가 손아귀에서 미끄러짐을 인식하며, 마이스너 소체는 느린 진동에 반응하고, 파치니 소체는 빠른 진동에 반응한다. (248)

해달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뇌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으며 다재다능한 발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세한 질감을 구별할 수 있으며, 재차 확인하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 능력 덕분에 어두운 바닷속에서도 해저를 만져보고 먹잇감을 재빨리 찾아낼 수 있다. 별코두더지는 코에 손가락처럼 생긴 11개의 돌기가 있어 작은 먹이를 찾아 먹어 치우며 터널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많은 새의 부리에는 부리의 범위 밖에서도 먹을 수 있는 물질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 있다. 매너티의 입은 만지고 느끼는 감각기관이다. 많은 동물이 직접 만지지 않고도 주변 환경을 감지한다. 수염, , 피부 센서를 이용해 다른 생물이 만들어내는 공기와 물의 흐름을 감지하고 인간의 감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흔적을 따라갈 수 있다.

잔점박이물범은 물고기가 물속을 지날 때 남기는 흔적(후류)을 감지 추적할 수 있다. 물고기는 몸체를 따라 나 있는 측선이라는 센서를 통해 신호를 포착한다. 움직임과 압력에 매우 민감한 이 센서는 물고기의 몸길이 한두 뼘까지 주변의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무리를 지어 다니거나 심지어 앞을 보지 못하는 물고기조차도 이 센서를 통해 방향을 유지한다. 악어는 수면의 아주 작은 잔물결을 감지할 수 있는 피부 센서를 가지고 있다. 새는 비행 중에 공기를 감지하는 작은 깃털을 가지고 있으며 박쥐도 같은 역할을 하는 작은 털을 지녔다. 떠돌이호랑거미는 거미줄을 돌려가며 짓지 않는 대신 나뭇잎에 매달려 기다린다. 다리에 있는 초 민감한 털은 접근하는 작은 곤충의 기류를 감지할 수 있다. 다른 많은 곤충도 아주 미세한 기류를 감지하는 고유한 털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의 시각 수용체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


7. 표면 진동

공중에 떠다니는 소리는 진행 방향으로 진동하는 파동이다(용수철 형태의 장난감인 슬링키를 앞뒤로 잡아당겼다 놓는 것을 상상하라). 그와 대조적으로 표면파는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진동한다(슬링키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을 상상하라). 표면파는 수면에서 잔물결로 확연히 드러나지만, 단단한 지면에서는 감지하기 어렵다.

 

표면 진동을 소리의 한 형태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기 중 음파는 힘의 방향으로 이동하는 반면 표면 파의 움직임은 힘의 방향에 수직으로 이동한다. 호수에 돌을 던지는 사례가 이 점을 잘 설명한다. 돌은 가라앉고 파도는 돌이 떨어진 방향에 수직으로 물을 가로질러 이동한다. 수면파는 지면과 물 모두를 가로질러 이동한다. 식물은 표면파를 쉽게 전달하며, 20만 종의 곤충은 식물에 표면파를 만들어내는 진동을 통해 진동 노래로 의사소통한다. 이 진동은 진동계를 통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할 수 있다. 표면파는 평면을 따라서만 이동하기 때문에 음파처럼 에너지를 빨리 잃지 않는다. 따라서 멀리 이동할 수 있으며 몸 크기와 관계없다.

 

모래, 토양, 단단한 땅은 표면파를 놀라울 정도로 잘 전달하므로, 표면파는 동물이 탐지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그들이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유익하다. (304)

 

아주 작은 곤충의 노래를 진동계로 들으면 매우 크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일부 동물에게는 수면파를 듣는 것이 수면파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모래전갈은 발에 틈새 감각기가 있어 먹잇감의 발자국이 내는 표면 진동을 감지할 수 있다. 사막처럼 건조한 지역의 모래 속에 사는 황금두더지, 개미, 지렁이는 시력을 거의 잃었으며 생존 양식은 진동에 맞춰져 있다. 코끼리는 보기와 달리 예민한 발바닥으로 지반의 진동으로 멀리까지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어떤 코끼리인지 진동의 원천까지도 구별한다.

 

거미는 거의 4억 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해왔고, 그동안 줄곧 거미줄을 생산해왔을 것이다. 거미줄은 공학의 경이로움으로, 가볍고 탄력성이 있지만 강철보다 강하고 케블라보다 질길 수 있다. (313)

 

거미는 자체적으로 틈새 기관으로 뒤덮인 하나의 수금형 기관으로, 자연적인 바람의 흔들림과 먹잇감의 몸부림 같은 아주 미세한 진동의 차이도 구별한다. 대부분 방사형 거미줄의 중앙에 앉아 거미줄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을 느끼지만, 도리어 이런 거미를 노리는 다른 거미나 참노린재도 있다. 몸집이 큰 무당거미의 주위에는 무당거미의 감각을 속이고 거미줄을 해킹해 먹이를 훔쳐 가는 거미계의 좀도둑 더부살이거미도 있다. 절대 약자도, 절대 강자도 없는 자연의 오묘한 섭리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8. 소리

청각은 빠르고 정확한 장거리 및 ‘24시간 정보 제공 시스템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먹이와 순식간에 접근하는 위협을 모두 감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히 유용하다. (330)


원숭이올빼미는 완전히 어두운 방에서도 쥐를 정확하고 빠르게 잡을 수 있다. 얼굴 전체가 귓구멍으로 소리를 집중시키는 레이더 접시의 역할을 하며 땅바닥의 나뭇잎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먹이를 귀로 구별하고 찾아낸다. 왼쪽 귀가 오른쪽 귀보다 높아서 좌우 스테레오뿐만 아니라 상하 축에서도 목표물을 발견할 수 있다. 올빼미는 자신의 날갯짓 소음을 차단할 수 있다. 생쥐는 날갯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캥거루쥐는 들을 수 있어 올빼미는 이를 포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포유류의 대부분 귀는 기본적으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곤충은 매우 다양한 귀와 비슷한 소리를 듣는 기관으로 들을 수 있다. 많은 곤충은 전혀 듣지 못한다. 아니, 들을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통계적으로 곤충의 수가 다른 모든 동물보다 많기에 동물 대부분이 청각 장애를 가지고도 잘 사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어쨌든 소리가 누구에게 필요하겠는가? 나비는 포식자인 새의 날갯소리에 맞춰 귀를 진화시켰다. 귀뚜라미는 짝짓기를 위해 서로를 찾아야 하므로 다리에 귀를 달아 우는 소리를 듣고 짝짓기하는 방법으로 진화하였다. 기생파리는 귀를 발달시켜 귀뚜라미에 구더기를 낳기 위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파리의 귀는 쥐가 있는 원숭이올빼미보다 울고 있는 귀뚜라미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찾아낸다. 퉁가라개구리 수컷은 짧게 낑낑대는 소리를 내는데 암컷은 짧은소리를 내는 수컷을 선호한다. 울음소리를 오래 내는 수컷은 박쥐의 먹이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절적 주기는 미적 감각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동물들은 소리가 양쪽 귀에 도달하는 시간 차를 이용해 음원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348)


동물 청각에 관한 최근의 가장 큰 발견 중 하나는 새소리에 관한 것이다. 새는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매우 빠른 음의 변주를 만들거나 들을 수 있다. 우리가 듣는 음표는 단지 운반 음일 뿐이다. 메시지는 멜로디가 아니라 미세 구조에 있으며, 이를 통해 성별, 건강, 정체성, 의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다. 수중 청각 연구에서도 비슷한 획기적인 발견이 이루어졌다. 소리는 공기보다 물속에서 훨씬 더 빠르고 먼 거리를 이동한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청각 범위보다 낮은 소리를 포함한 고래의 노래를 녹음하여 참고래의 울음소리가 2,400km 이상 이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고래가 이렇게 먼 거리에서도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으며, 해저지도를 만들고 장거리를 항해할 때 울음소리와 메아리를 사용한다.

 

고주파 음은 저주파 음보다 찾기 쉬울 수 있지만 중요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에너지를 빨리 상실하고, 나뭇잎, , 나뭇가지와 같은 장애물에 의해 쉽게 산란되고 반사될 수 있다. 이는 초음파 노래가 짧은 거리에만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62)

 

육지에서 코끼리는 사람의 청각보다 낮은 소리를 내며 서로 의사소통한다. 주파수가 너무 낮아 사람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굉장히 먼 데까지 지면을 따라 전달되며 코끼리는 부드러운 발바닥으로 이를 감지한다. 코끼리 무리는 서로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한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고 있다. 생쥐, 쥐 등 다른 종은 사람의 청각보다 높은 주파수로 대화한다. 수 세기 동안 실험실에서 쥐와 생쥐를 키우면서도 이 동물들이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코끼리와 고래의 초저주파나 생쥐들의 초고주파 사례를 통해 두개골의 크기와 주파수의 높이는 서로 비례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9. 메아리

반향정위의 10가지 난관. 첫째, 단거리에서만 작동함. 둘째, 음향 이득 제어로 목표물에 대한 박쥐의 지각을 안정화함. 셋째, 최후의 비명-성대근을 초당 200회 수축하는 빠른 펄스. 넷째, 매우 짧은 호출로 해당 메아리에 일치시킴. 다섯째, 구성 주파수로 음향적 초상화 제작. 여섯째, 울음소리가 의도를 드러냄. 일곱째, 초음파 섬광 그룹으로 주변 환경 파악. 여덟째, 비스듬히 접근하며 초음파를 발사하여 위장 배경을 식별함. 아홉째, 주파수 변경 또는 교대로 침묵하여 피아식별. 열째, 기억과 본능에 의한 비행으로 충돌방지. (376~386)

 

박쥐는 초음파 소리를 내고 그 울림을 듣는 능력을 키운 대단히 특이한 동물이다. 반향정위(echo location)를 사용하여 어둠 속에서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을 사냥하기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며 사냥 방식은 박쥐 종류마다 다르다. 돌고래도 이와 비슷하다. 미 해군은 돌고래를 군사 임무에 투입하고 SONA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돌고래를 모집했다. 현존하는 어떤 최고의 소나 장비도 돌고래의 능력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돌고래는 몇 피트 깊이의 퇴적물 아래에 묻힌 지뢰와 같은 물체를 찾아내며, 그 물체의 재질이 황동인지 강철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 돌고래, 벨루가, 일각고래, 향유고래, 범고래도 돌고래만큼이나 능숙한 반향정위 능력을 지녔다. 박쥐와 전혀 다른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 돌고래가 소리를 내고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신기한데, 돌고래는 박쥐가 공중에서 할 수 없는 물속에서의 반향정위 탐지 기술까지 지녔다. 돌고래는 마치 엑스레이를 보는 것처럼 생물의 외형뿐만 아니라 장기와 같은 내부 구조까지 감지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특이하게도 어릴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대니엘 키시(Daniel Kish)는 입으로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고 메아리를 들으며 길을 찾는 방법을 배워 정상인과 다름없이 살고 있다.

 

10. 전기장

전기수용 동물의 시사점. 첫째, 전기감각은 물고기의 측선에서 진화된 오래된 감각이다. 6억년 전의 우리 조상은 확실히 전기감각을 지녔을 것이다. 둘째, 척추동물은 진화과정에서 적어도 네 번 전기감각을 잃었다. 셋째, 일부 척추동물 그룹은 전기감각 능력을 되찾았지만 대다수는 그러지 못했다. (441)

 

말 한 마리를 기절시킬 수 있는 2미터 길이의 전기뱀장어부터 아프리카의 코끼리고기, 남미의 칼고기에 이르기까지 350여 종의 물고기가 전기를 생산한다. 칼고기는 사람 손만 한 크기이며 서식지에서 흔한 물고기 중 하나다. 전기장이 너무 약해 사람은 느끼지 못하나 물고기는 피부 전체에 수만 개의 전기 센서가 있어 전기장을 느낄 수 있다. 박쥐나 돌고래가 소리를 내는 것처럼 물고기는 전하를 방출하여 주변 물체가 만들어내는 전기장의 교란을 듣거나 느낀다. 또한 많은 종이 전기 방전을 사용하여 서로 의사소통한다.

상어를 비롯하여 전기장을 생성하는 종은 전기장을 감지만 하는 종보다 훨씬 더 많다. 상어는 실험자가 묻어놓은 전극을 찾아내려 모래를 맹렬히 파헤친다. 물속의 모든 생명체는 전기장을 생성하며 매우 미약하나마 상어, 가오리 및 기타 많은 종은 가까운 거리에서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꿀벌도 꽃 주변의 전기장을 감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거미와 다른 곤충도 정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많은 물고기가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며, 최초의 배터리는 전기 물고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전기뱀장어는 전기를 생산하는 커다란 전기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전기 에너지로 다른 동물의 근육을 경련시켜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동시에 먹잇감을 마비시키는 더 강한 전기 자극을 내보낸다. 그러나 대부분 물고기는 약한 전기를 만들며 사냥이나 방어에 사용하지 않아 찰스 다윈을 당황하게 했다. 약한 전기 어류는 다른 동물이 감각을 사용하는 것처럼 전기장을 사용하여 탐색하고, 박쥐가 음파 반향을 탐지하듯 전기 위치를 파악하여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 수용체는 살(도체)과 바위(절연체) 사이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검은 유령 칼새치는 몸 전체에 전기 수용체가 있는데, 사람의 망막에 빛이 내리쬐면 상이 맺히는 방식처럼 전기 물고기는 도체가 빛나고 절연체가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피부에 번쩍이는 다양한 전압을 감지함으로써 전기를 수 있다. 음파 반향과 같은 능동적 위치 탐지에는 단순히 자극받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만들어야 하므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음파 반향과 달리 전기장은 정적이며 전기 기관이 작동되면 전기장이 즉시 발생한다.

 

11. 자기장

자기수용체 작동 메커니즘. 첫째, 자성 철광물과의 연관성. 둘째, 전자기 유도 현상. 셋째, 라디칼 쌍으로 알려진 두 개의 분자로 알려진 양자물리학. (467)

 

동물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는 증거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됐다. 호주의 보공나방은 북미의 제왕나비처럼 자기수용 능력을 이용해 연례적으로 장거리를 이동한다. 바다거북, 가시 가재, 울음새, 고래 같은 많은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이는 현재 과학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 중 하나인데,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당혹스러워한다. 고래의 뇌에는 작은 자석이라도 들어있단 말인가. 최근 유행하는 이론은 양자 물리학을 포함한다. 이전에 "새의 눈에 있는 양자 자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이론이 확증된다면, 그리고 새로운 실험이 나올 때마다 힘을 얻고 있다면, 새는 실제로 자기장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아마 자기 지각의 작동원리를 밝혀내는 연구팀에게 노벨상은 떼놓은 당상일 것이다.

 

12. 감각 통합

동물들은 가능한 많은 정보 흐름을 활용하며, 한 감각의 장점을 사용해 다른 감각의 단점을 보완한다. 다른 감각들을 제쳐놓고 하나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종은 없으며, 한 감각 영역의 모범이 되는 동물조차도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485)

 

환경세계 개념의 선구자인 야콥 폰 윅스퀼은 동물의 몸을 정원이 내다보이는 여러 개의 감각 창을 가진 집에 비유한 바 있다. 이 장에서는 다양한 감각에 대한 이해와 동물마다 다른 감각이 어떻게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지를 설명한다. 물론 창문 자체뿐만 아니라 창문이 집의 구조에 어떻게 통합되는지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창문이 자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창문이 서로 어떻게 열리고 닫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러한 감각의 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동물이 몸 안팎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어떻게 감지하고 처리하는가에 주목한다. 모든 동물은 하나 이상의 감각에 의존하며, 동물은 신경계가 처리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각을 사용한다. 감각기관은 동물이 움직일 때마다 두 가지 형태의 정보, 즉 외부 자극과 재인식으로 구분한다. 외부 자극은 외부 세계로부터의 자극을 의미하며, 재인식은 동물 내부에서 생성된 신호를 나타낸다. 저자는 전자를 '타자의 생성물', 후자를 '자아의 생성물'이라 명명한다.

 

13. 감각풍경의 위기

소리는 하루 종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며, 단단한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소리는 동물에게 탁월한 자극이지만 특출한 공해 물질이기도 하다. (518)

 

저자는 두 가지 기본 사항을 강조한다. 첫째, 이 책에서 감각을 하나하나 분석했지만, 어떤 동물도 한 가지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모든 동물은 감각을 항상 어떤 조합으로 사용한다. 둘째, 이제 우리는 존재하는 감각 세계의 광대함을 알았으므로 이를 보존해야 할 수문장 같은 의무가 있다. 글쎄, 비관적이고 싶지는 않지만, 개인이고 국가고 눈앞의 제 이익에 눈이 멀어 있으니 얼마나 의무에 충실할지는 의문스럽다. 새삼 환경 동물 보호단체의 순기능이 아쉽다.


우리는 다른 동물이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를 이해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지만, 그들의 삶을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게 만들었다. (521)

 

우리는 인류세 시대에 살고 있으며, 동물 종과 그들의 감각 세계에 잔인한 짓을 해왔다. 우리는 어둠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고요함을 소란스럽게 하고, 물을 훼손하고, 토착종을 유해 외래종으로 대체하고, 많은 종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기후를 가열하고 있다. 우리는 선사 시대의 대량 멸종에 버금가는 생물학적 멸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팬데믹과 같이 인간에게 재난이 닥쳤을 때야 비로소 자연은 약간의 휴식을 얻었다. 저자는 야간 조명 감소와 같은 생물 종에 대한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소규모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만, 우리는 감각 공해를 진정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더 큰 조치가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감사의 말

- 나는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바쁜 와중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했다. (534)

 

발견의 기쁨이 가득한 이 거대한 세계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낯선 땅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는 것이 유일한 진정한 항해"라고 말한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동물은 감각을 통해 외부 세계의 자극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자극을 처리하지 못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심지어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저자는 더 이상 감각 환경을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는 호소의 강도와 속도를 높인다.

결국, 감각 공해, 특히 빛 공해와 소음 공해는 동물이 환경 내에서 온전히 기능하는 데 방해가 된다. 인간 역시 이러한 공해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빛 공해와 소음 공해는 인간이 환경에 과도한 양의 자극을 방출한 결과이지만, 앞서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제거한 결과 발생하는 감각 상실을 돌이켜 보고 회복할 방법을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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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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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 번쯤은 한밤중에 무서운 꿈에 잠이 깨어 부모님의 침대로 파고들어 가 다시 잠을 청해본 적 있으시리라.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꿈이 아무리 흉흉해도 아이들의 돈 달라는 소리와 아내의 얘기 좀 하자는 소리보다 무섭지는 않다. 아무래도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모양새고, 아이들과 아내가 귀신보다 윗전인 게 분명하다.

 

이 책은 귀신, 귀신 들린 사람 또는 사물을 소재로 재미있게 엮어낸 연작 소설이다. 작가나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다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마치 사슬처럼 앞 이야기의 주연급 등장인물이 뒷이야기의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하고, 한날한시 한 자리에 있던 조연급 등장인물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아마 예전에 환상특급이라는 TV 시리즈가 이런 형식을 취해 중간에 시청을 그만둘 수 없던 기억이 난다.

 

귀신은 아니지만 괴이한 존재를 겪는 인물들도 매우 다양하다. 무표정하지만 굉장히 흔한 인상의 경비원 아저씨, ’인간 연구소직원이자 성 소수자인 찬, 실제로 아팠던 경력을 지닌 연구소의 부소장, 유투버로 재미를 보기 위해 연구소에 위장 취업했다가 혼쭐이 난 이니셜 DSP, 그리고 도저히 귀신 캐스팅으로는 부적합해 보이지만 예지 능력을 보이는 양이 등장한다. 이들은 평범해 보이는 이면 뒤에 비친 사회 비주류 계층이자 평생 일그러진 자화상을 품고 사는 소외된 사람들이다. 동시에 정신적인 평온함을 얻으려 애쓰는 연민의 대상이기도 하다. 자신을 쓸만하고 괜찮은 존재로 여기는 정상적인 사람들이지만, 일단 비치면 숨겨진 모습이 드러나는 마법의 거울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이들 기괴한 일곱 가지 연작은 대부분 작가의 일상 속 경험을 통해 환상 괴담으로 재탄생한다. 동시에 현실과 꿈을 구별하지 못하고 인간과 사물이 뒤섞이는 인간 두뇌의 경계선을 자유로이 오가고 있다. 고대 설화를 배경으로 한 권선징악의 결말 같은 뻔한 예상은 먹혀들지 않지만, 그 오랜 이야기는 바로 오늘날에 와서야 끝을 맺는다. 연구소에 보관된 물건은 정기적으로 햇볕을 쬐어줘야 하며 물건마다 원혼이 깃들어 있어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나름 틀을 갖춰 읽는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현대판 전설의 고향 또는 대낮에 듣는 기묘한 이야기이다. 쓰면서 정말 재미있는 놀이동산 같다고 말하는 정보라 작가의 신묘한 괴담 <한밤의 시간표>에 한 번 빠져 보시길.

 

#한밤의시간표 #정보라 #환상괴담 #퍼플레인 #갈매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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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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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던 무렵 지인이 주선해 준 소개팅에 나갔다. 그때까지 만나본 상대 가운데 가장 빼어난 미모였기에 은근히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나의 허를 찌르는 그녀의 첫 질문은 연봉이 얼마나 되세요였다. 결혼을 염두에 두었으니 당장 현실적으로 궁금했으리라 짐작은 하면서도, 사람을 만났으면 사람에 관해 물을 일이지 사람을 어떻게 보고 얼마나 버는지부터 묻다니? 사람의 됨됨이를 연봉으로 계산하는 것 같아 굉장히 예의가 없다고 느끼고는 당시 연봉의 두 배 넘는 액수로 답을 했다. 순간, 그녀의 눈이 반짝거리는 게 아닌가. 정작 본인은 무직이면서 아무리 돌려 물어도 그녀의 주된 관심은 고소득에 머물렀다. 50대 중년이나 되어야 가능한 수입을 아직 서른 살도 안 된 총각에게서 기대하다니.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 정중하게 집까지 자동차로 바래다준다며 일어섰다. 차는 물론 아버지가 타시는 중형차였고 무심코 맞춰놓았던 주파수에서 흘러나오던 우아한 피아노 연주가 끝나기도 전 집 앞에 내려주었다. 그런데 왜 이리 그날의 기억이 선명한 걸까?

 

나이와 직급, 외모 등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적 지위에 지나치게 민감한 현상은 내가 너보다 더 낫다는 우위를 확인하고픈 마음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기질이 결합한 결과이다.(p.45)

 

20년 전 여름 휴가차 안면도의 꽃지 해수욕장을 찾았다. 이제 임신 5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쌍둥이를 가진 아내는 이미 만삭이었다. 개펄에서 캐낸 조개를 굽다가 우연히 옆 텐트의 중년 부부와 간단한 술자리에 합석하게 되었다. 대전에 산다던 그들의 당시 목표는 자산 10억 확보하기였다. 휴가비용 단돈 10만 원에도 즐거웠던 우리 부부에게 그들의 목표는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미래였다. 그러면서 휴가를 왔지만 속은 편치 않다고 했다. 그럴 거면 휴가 올 시간에 돈을 더 벌 일이지 왜 휴가까지 와서 속앓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버는 건 권장할 일이지만, 오로지 돈만을 목표로 현재가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글쎄,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 아닌가 싶었다.

 

한국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시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은 중간보다 못하는 것 또는 평균에 미달하는 것이다.(p.73)

 

평소 희망이었던 취미 드럼 교습을 받은 지 6개월 될 무렵, 가족 식사 자리에서 연주하는 동영상을 자랑삼아 보여주었다. 이를 보신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그건 배워서 뭘 하냐 돈벌이라도 된다더냐 취미는 무슨. 남들만큼 돈이나 벌어라이러신다. 상처받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지만 그때는 좀 울컥했다. 세상 모든 일을 돈벌이와 관련짓고 최고의 선으로 간주하는 듯하여 매우 껄끄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돈을 벌었으면 뭘 하나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결국은 요양원에 다 갖다 바치고 있질 않는가.

 

과거 급제-토지 확보-수확량 증대라는 조선시대의 성공 기제는 현재 한국 사회의 성공 공식으로 여겨지는 고시 정규직 합격(시험을 매개로 한 간판)-아파트(자산) 보유-소득() 증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p.162)

 

한국 사회가 온통 돈 때문에 난리다. 늙으나 젊으나 주식과 코인, 주택과 부동산에 투자한다며 영혼까지 끌어모은 빚투성이 삶을 산다. 주택담보 대출액과 국가 채무액이 매년 기록을 경신한다. 사회에 기댈 곳이 없으니 오로지 돈뿐이라며 돈 모으기에 혈안이다. 쉽고 빠르게 돈 버는 방법을 배우고 가르치겠다며 여기저기 아우성친다. 그러나 돌아보면 돈 번 사람은 없고 죄다 파산 직전이라며 울상만 짓는다. 호황을 누려본 지는 어언 30년은 된 듯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글로벌 3고 현상에다 수출 채산성은 빨간불이고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다. 경제가 성장할 낌새는 안보이고 스태그플레이션은 유력해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믿을 데라고는 돈뿐이다. 그러나 정작 돈은 또 투자할 곳을 잃고 돌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된다.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한국에 사는 자체가 서바이벌 게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좇는 것은 흠이 아니지만, 돈만 바라보는 인생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는 요원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사회가 된 지도 벌써 옛날이다. 대체 왜 이렇게 변했을까?


본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굳이 힘들게 경쟁해 사다리에 오르지 않아도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으며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꿈꾼다.(p.250)

 

저자는 시험-아파트-이라는 견고한 연결고리를 해체함으로써 성공의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돈에 관한 생각을 조금만 더 바꾸고 사회적 인식을 달리하며 유물론적 세계관에 머물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국민 기본 소득을 보장하고 아파트를 지급할 여력이 충분히 있으며 중산층의 삶을 회복할 방도가 있는데도 다들 외면하고 승자독식 논리에 취해있음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는데도 나만은 패자가 아닐 거라고, 아니, 반드시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자는 못되어도 패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승자는 되기 어려운 현실을 보고 승자 쪽에 가까워야 한다고 몸부림친다.

 

숫자 외에도 가치를 발견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하루가 팍팍한 사람들에게 삶에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목소리는 공허하다. 당장 내일이 불안한 이들에게 경제적 자유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이야기는 와닿지 않는다. 사회가 사람들에게 돈이나 직업, 학벌, , 아파트 등 결국 숫자로 환산되는 유무형의 가치 외에도 삶의 성공과 만족에 이르는 길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p.276)

 

본래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단계가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린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며 오로지 돈에 매달리지 않아도 세상은 결딴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까지의 불편을 어떻게 참아낼 것인지 사회적 합의로 끌어내기만 하면 된다. 물론 여기까지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문제 인식의 다음 과정은 신뢰의 회복이다. 믿을 수 있는, 믿을만한 공정한 세상을 말한다. 해답은 있으되 성취하기 난망한 것은 특히 돈과 물질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매우 지난한 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데도 우리는 그렇게 가야 한다고, 그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라고 말한다. 우리, 다 함께 삽시다.

 

#사회과학 #숫자사회 #임의진 #천민자본주의 #삶의의미 #한국사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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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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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만능이 된 한국 사회의 민낯과 속살을 파헤치는 우리들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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