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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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

. -아인슈타인

 

전 지구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며 난리다. 과수 식물의 80%가 꿀벌을 비롯한 충매화이기에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이 먹을 식량도 타격을 받는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고 불과 4년이면 인류도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 그럼,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얼까?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살충제 남용, 지구온난화로 인한 밀원식물의 감소, 양봉농가와 벌통 숫자의 급격한 증가로 꿀벌 개체수가 급증하여 심해진 경쟁으로 폐사, 꿀벌응애류 기생충 감염, 이동식 양봉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이스라엘 급성 마비 바이러스 감염, 전자기파 급증과 자전축의 변화로 귀소본능 무력화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인류가 꿀벌 멸종의 원흉이다. 각성해야 한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 절정인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다시 한번 우리를 특별한 세계로 안내한다. 그는 사라진 비밀을 찾아 역사, 난해함, 모험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사라진 비밀은 무엇일까? 꿀벌의 예언이다. 제목은 꿀벌의 예언이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상한 동물, 즉 인간이다. 따라서 벌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을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이 소설의 초점은 인간과 꿀벌의 밀접한 관계에 있다. 소설의 제목과 표지 사진만 보고 2020년의 전작 날개 달린 노란 줄무늬 개미버전의 꿀벌을 상상한 사람들은 작가의 야망이 상당히 다른 곳에 있음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적어도 이 소설이 중세 기사단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만 안다면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금방 눈치챌 것이다.

 

예언서에 따르면 이 세계는 3보 전진 2보 후퇴의 법칙을 따를 것이라고 하네. 3보 전진의 단계에서는 공감과 연민에 바탕을 둔 조화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인류의 평화와 연대를 위해서 말이야. 그러다 갑자기 폭력과 몽매주의와 야만이 지배하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거야. 그러면 인류는 진보를 멈추고 후회하는 거지. 2보 후퇴의 시기야.

 

* 주제

고대 신화는 우리 문명의 탄생과 발전을 꿀벌의 삶과 생존에 연관시킨다. 직업이 최면술사인 르네 톨레다노는 시연 쇼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그가 미래의 문을 열어 둔 덕분에 그의 삶은 이내 뒤집힐 운명이며 그 미래는 꿀벌이 사라진 종말론적인 세계다. 그는 어떻게 이 예측된 미래에 개입할 수 있을까? 퇴행 최면을 통해 그는 미래로 통하는 문을 연 자신의 '옛 자아'를 찾고 이 예견된 재앙으로 이어질 일련의 사건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는 예루살렘의 성 요한 성벽 아래에서 수도사들이 소장하고 있으며 미래를 예언한다는 이유로 권력자들이 탐내는 비밀 서적 '꿀벌의 예언'의 저자이자 기사단인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현재의 동료들(소르본 대학 총장과 그의 딸, 역사학자, 고고학자)과 함께 예루살렘에서 키프로스로, 다시 소르본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 신성한 책을 추적하고, 예언서의 마지막 장을 읽음으로써 꿀벌과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여정을 떠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이야기를 세 축으로 풀어나간다. 한 축은 역사이고 또 다른 축은 종교다. 두 가지 축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생태와 환경이라는 현대의 이슈다.

 

* 소재

이 소설은 양자역학슈뢰딩거의 고양이역설을 배경으로 시간 여행에 대한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간단히 말해 특정 조건에서 현상을 관찰해도 그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확실하게 결정할 수 없음을 말한다. 한편 십자군, 종교적 명령, , 술탄, 기사단의 운명, ‘공정의 상징이지만 이단이라는 구실로 기사단을 해산시켰던 필립 4세의 냉혹한 정치적 현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과 계약한 빚을 갚지 않기 위한 꿀벌과 등검은말벌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 책은 또한 중세와 여러 대륙에 걸친 종교 간 관용과 전성기, 몰락에 대해 살펴본다. 정치적으로 이슬람은 기독교 서방과 그 포교의 대상보다 더 안정된 관용과 문화의 온상이었다.

 

* 시간여행

베르베르는 우리를 시간여행으로 초대한다. 이는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의 세계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 더 잘 이해하고,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그는 허구적 장치를 사용하여 현실에 봉사한다. 이 소설은 2018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의 상자>와 연결되어 있으며, 최면으로 전생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을 다루고 있다. 타임머신은 물론 어떤 기계도 필요 없이 우리 머릿속에서 움직인다는 발상은 참으로 베르베르답다.

모든 것의 뿌리인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며, 이 경험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이러한 콘셉트를 활용하면 가능성의 영역이 무한해진다. 퇴행 최면 기술을 익히면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앞뒤로 이동할 수 있다. 성전기사단을 창설하던 시기와 그 이후의 시대를 탐색하는데 탁월한 장치이며 주인공의 생애와 전 세계를 섭렵하기에 이상적이다.

 

중세 시대에는 신생아 넷 중 하나는 한 살도 되기 전에 죽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아니고 둘 중 하나는 열 살을 넘기기가 힘들었어. 질병과 전쟁 때문에 평균 수명은 서른다섯 살에 불과했지.

 

* 즐기면서 이해하기

하지만 시간여행은 오감을 총동원하는 몰입형 경험이므로 인터넷 웹 서핑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1,000년 전으로 돌아가기란 항상 좋기만 한 생각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꿀벌의 예언'이라는 기묘한 책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간과 조상들의 영혼을 통해 그 책을 찾는 일이 곧 세상을 구하기 위한 궁극적인 탐험이 된다. 이런 점에서 저자 자신은 예언자이자 탐정 역할을 한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라 권유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줄거리에는 유명한 인물과 민족(특히 유대인뿐만 아니라 기사단 같은 종교 및 군사 단체)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와 신화의 교훈이 산재해 있다. 수시로 등장하는 조금 긴 프랑스 이름들은 조금 산만하다. 계몽과 오락은 베르나르의 글쓰기에 대한 신념인 듯하다. 그는 600쪽 넘는 이 책에서 그 신념을 더욱 발전시켰고 때로 중복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항상 흥미롭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 하지만 저 갈매기는 물고기를 못 잡아도 개의치 않아. 금방 잊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동물은 인간처럼 실수와 실패에 발목 잡히지 않아.

 

* 꿀벌을 통한 희망 찾기

독자들은 경험적 학습과 상징주의의 영역에 놓여있다. 진실, 신화, 영성은 서로 얽혀 우리가 세상과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꿀벌은 어떤가? 벌은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의 구세주처럼 책 곳곳에 등장한다. 꿀벌이 없다면 생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꿀벌의 예언에 대한 집착은 곧 생명의 필멸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초점은 지구에 대한 존중에 있다. 과거의 환경 또는 현재의 행동에 대해 저자는 매우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이 작품은 배움의 소설인 동시에 탈출의 소설이기도 하다. 시간과 정신에 대한 서사시적 여정을 통해 이해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영적-과학적-역사적 고랑을 적절한 시기에 갈아엎으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것을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는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

 

* 기타 단상

이 책에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퇴행 최면을 통해 세상을 뒤집거나 구할 수 있는 예언을 찾고, 그 음모를 쫓는 데 필요한 인물로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설정은 기적과도 같은 불가능한 이야기라 믿기 어렵다. 소설이니까 가능한, 한 마디로 조금 과장된 부분으로 보인다. 또한, 꿀벌의 놀라운 특성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지만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연상시키는 성전기사단만큼 꿀벌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시각 자료가 없어 살짝 아쉽다.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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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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