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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프랑크 디쾨터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세계 최고의 중국 현대사 연구자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중국 곳곳의 기록 보관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수집한 방대한 자료, 비밀스러운 일기, 그리고 현존 인물들의 회고까지 엮어 중국의 이면을 밝히는 집요한 탐구자다. 그래서 이 책 『마오 이후의 중국』에는 모든 내용에 그의 현장 경험과 분석이 녹아 있다.
이 책에서 디쾨터는 마오쩌둥 사후 권력의 소용돌이와 그 뒤에 숨겨진 정치적 음모와 사적 욕망을 소설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반복되는 권력투쟁과, 오직 자신만이 “옳다”라며 자기 노선만을 강요하는 지도자들, 유교적 원리주의의 껍질에 싸인 이념 세력의 아집과 폐쇄성이 인상적이다. 합리적 비판에 조금도 귀 기울이지 않는 정치인과 지식인, 그리고 그들의 얄팍한 지식 위에 이루어진 국가적 결정은 신화적 망상에 가까웠다.
저자는 중국의 사회는 언제나 잘못된 정보가 체계적으로 확대·재생산되는 구조임을 지적한다. 거짓된 믿음과 정보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그러한 정보에 따라 국가 정책이 집행되어 비극적 결과를 남긴다는 통찰이 곳곳에 드러난다.
1980년, 밀턴 프리드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조차, 현지 은행의 경영진과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놀라우리만큼 무지했으며, 오로지 “자본주의의 내재적 모순”만을 반복해 읊조렸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낡은 논리가 현실적 대안처럼 통용되는 지식인 사회의 공허함은,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동일한 교훈을 준다.
외교부의 한 구절처럼, “우리는 지극히 유리한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이유로 반복된 자기합리화 역시, 시대착오적인 결정의 연쇄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망상과 자기기만은 결코 과거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늘 “세계의 기적”으로 포장돼 있지만, 그 내면엔 집요한 통제, 억압, 그리고 현실을 왜곡하는 조직적 착시가 뿌리 깊다.
프랑크 디쾨터는 ‘중국식 권위주의’ 경제의 허상, 권력의 집중, 지식인·정치인의 망상, 그리고 거짓 정보로 인한 국가적 비극을 꼼꼼히 해부한다.그 근저에는 “합리적 비판의 부재”와 “집단적 망상의 반복”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중국이 지금의 억압적 권위주의 시스템을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내부적 왜곡과 외부적 압력이 충돌하는 전환점이 언제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우매하고 사악한 구조’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그리고 누가 그 사슬을 끊어낼 것인가―아직 답은 없다.
우리는 현장을 직접 경험한 저자의 진단과 증거, 그리고 냉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각자의 미래를 비판적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다.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