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 18세기 초 프랑스 레지 신부가 전하는 고조선, 고구려의 역사
쟝 밥티스트 레지 지음, 유정희.정은우 해제 / 아이네아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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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꽤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고조선의 역사였다. 조선이라는 이름이 고대의 왕조 고조선에서 따왔다는 사실만 역사 교과서에 언급되어 있을 뿐 고조선에 대해서 명확한 역사적 사실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군 조선에 대한 이야기들, 기원전 2333년과 고구려, 신라, 백제 , 세 나라 로 이뤄진 삼국시대는 시간적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고, 그 간격이 채워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이 이상했다. 고조선을 신화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역사에 대한 인식과 결핍 때문이었고, 한민족의 역사 중에서 기원후의 역사들보다는 기원전의 역사에 더 관심 가지고 있다.


고조선의 역사를 다룰 때, 역사가들은 소고조선과 대고조선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지금 고대사를 연구하는 역사가들은 소고조선사를 우선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 레지 신부는 대고조선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그가 남겨 놓은 책을 번역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 당시에 쓰여진 역사서들이 현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전 그대로 읽어야만 그의 고조선사에 대한 관점을 읽을 수 있으며,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100년이 흐른 그 시점이다.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역사서 중에는 지금에는 현존하지 않은 책들이 있다.그로인해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 



서양인들은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서양보다 더 낮게 보고 축소하려 한다. 이집트 왕조, 메소포타미아 문명, 그들이 남겨 놓은 역사적 사료들은 현존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온전히 파악하는데 필요한 역사적 사료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하상 왕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하물며 단군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의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관심 가지게 된다. 책은 프랑스어로 쓰여져 있고, 영어와 함께 되어 있다. 지금 현재 신단민사,신단실기,단군사고는 고조선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저자는 환단고기, 단기고사, 규원 사화를 위서로 규정짓고 있으며, 고조선의 역사를 왜곡할 여지가 있다고 분명하게 남겨 놓고 있다. 또한 일연의 삼국유사를 프랑스 레지 신부가 봤을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는 이유는 저자의 역사적 서술 방식이 중화 사상을 기초로 쓰여졌기 때문이며, 중국의 역사서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즉 한반도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에서 중국에 남겨진 한반도 역사서를 기초로 이 책을 써내려 갔다는 걸 추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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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반도의 봄 -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판문점 선언까지 남북한 변화의 순간들
장윤희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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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장의 사진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큰 울림을 자아내고 있었다. 누구는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서 해외 순방길에 비행기 앞에서 손을 흔들었고, 누구는 큰 대의를 위해서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 분계선 앞에 서 있었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남한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은 그 동안 우리의 생각과 편견들이 언론에 의해서 길들여져 있었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10초간의 정적,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손을 내밀어서 북한 땅에서 남한 땅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배려 하였고,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한 땅에서 북한땅으로 넘어 올 수 있도록 배려 하였다. 그 상징적인 순간과 의미는 국민들에게 그동안 북한에 대해 생각했던 수많은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서 희석시켰으며,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은 바꿔 놓았다. 북한 경호원이 김정은 호송 차량을 따라 뛰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모습 또한 기억에 남아있었다.  2시간 가까운 남북정상회담은 그동안 남한과 북한 사이에 정전이 평화와 번영, 통일의 불씨를 당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며, 20년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이 다시 교차되었다. 시대를 뛰어 넘어서 , 나이를 뛰어 넘어서 서로과 화합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딱 4개월 전 우리의 역사적 순간을 담아 놓았다. 그 시작은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에서 시작되었고, 남한과 북한 사이에 대북 특별사절단이 오가면서 여섯가지 남북 합의 결과를 도출하였다. 3월 5일 대북 특별 사절단과 북한 사이에서 만들어진 남북 합의 결과 도출은 남한과 북한 사이의 대화 가능성을 높여 나갔으며, 북한의 도발 행위 금지, 4월말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남측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방문 초청 등이 합의될 수 있었다.


4월 27월 우리가 봤던 2시간의 생방송 뿐 아니라 그 전과 그 이후의 모습들을 함께 볼 수 있다. 4월 27일 당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평화의 집에서의 만남이 지속되었고,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의 현실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은 5월 21일 남미정상회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던 북한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의 만남이 이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일어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났으며, 서로의 입장차이를 외교적으로 조율한 흔적들이 이 책 곳곳에 나오고 있다.


역사적 기록이면서,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외교적 역량은 북한과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들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하였다. 애송이인줄 알았던 북한 김정은에 대한 생각의 변화 뿐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미래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오기 위해서는 포용과 하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그것을 보여주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앞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자발적인 비핵화를 실천함으로서 남한 뿥ㄴ 아니라 국제적 믿음과 신뢰를 북한 스스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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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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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신의 도구만 발전시켰지 기억의 도구는 발전시키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고양이들은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지. 정보를 남길 확실한 수단이 없는 거야. 우리는 장기기억이 없어. 최초의 개척자들은 아마 우리 역사를 자식들에게 들려줬을거야. 그 자식들은 또 부모의 얘기를 자기 자식들에게 들려줬겠지. 하지만 전해져 내려오면서 얘기가 조금씩 변형되고 사실성마저 의심받다가 결국 하나의 흔한 이야기로, 전설로 남게 됐을 거야. 그러다 나중에는 모두에게 잊혔겠지. 불변하는 매개체에 기록되지 않은 모든 것의 운명이 그렇듯 말이야. (p186)


배르나르 베르배르의 <고양이1>에 이어서 곧바로 읽은 <고양이 2> 다. 이 책의 아쉬움은 바로 한권의 책을 두권으로 쪼갰다는 거다. 또한 이 책은 번역에서 느끼는 무언가 번역자 특유의 문체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으며, 소설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소설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하고 있다. 암고양이자 이집트 어신을 뜻하는 바스테드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적 능력에 버금가는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다. 피타고라스는 바스테드에게 자각과 의식을 도와주고 있는 지적 고양이며, 인간의 과학 기술을 활용해 제3의 눈을 가지고 있는 매개체였다. 종과 종의 대결에서 무참히 깨져야 하는 고양이들은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로 인해 인간과 대결하는 법을 터득해 왔다. 기억과 역사, 이 두가지 방법, 인간이 쥐를 무서워 하고 고양이는 쥐에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자각한 두 마린의 고양이는 인간과의 대결에서 복수를 꽤하게 된다. 쥐가 여기저기 퍼트리는 페스트가 인간 종에게 연쇄적인 죽음을 가져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새끼를 잃어버린 암고양이가 보여주는 잔혹한 모습들을 보여준다면, 공룡이 멸종하고 인간이 탄생한 것처럼, 인간 또한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인간 다음에 등장하는 또다른 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마리 고양이는 인간의 멸종이나 위기가 자신들에게 또다른 위기와 공포를 만들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스스로 느끼면서 행동을 개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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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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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어. 우리 두 종의 운명은 긴밀히 연결돼 있어. 우리 고양이들은 인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지금 고양이들이 예전의 공룔들처럼 정말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니까. (p90)


인간들은 웃을 때 성적 쾌감에 버금가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나 봐. 우리 집사가 짝짓기를 하면서 내는 소리는 마치 크게 웃는 소리처럼 들려 .(p123)


모든 게 소통의 문제일 수도 있어.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할 필요도 있는 거야.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도 , 인간 집사도 , 같이 자식을 낳은 수컷도 어쩌면 이렇게 소통이 안 될까. 유일하게 소통이 되는 대상이.이웃집 거만한 샴고양이인데. 날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p188)


우리 고양이들의 세계가 좁고 제한적이라면 인간들의 세계에는 흥미로운 감정이 결여되어 있어. 그들은 외부의 자극을 절반밖에 감지 못 해. (우리처럼 귀를 움직이지 못하니까) 소리를 잘 감지하지 못해. 파동을 잘 잡지도 못해. 어둠 속에서는 잘 보지도 못해.(p224)


이 책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 베른마르 베르베르의 저서 <고양이1,2> 다. 이 책은 안타깝게도 국내에 출간하자 마자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 되어 버렸다. 한권의 책에서 누군가 먼저 쓴 책이 자꾸만 떠오른다는 건 큰 실수가 아닌가 싶다. 그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서이다> 였다. 또한 이 책은 한권으로 출간하여도 충분한데, 그의 이름값으로 두권의 책을 출간해 판매하는 꼼수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씁씁함만 느껴졌다. 저자는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샴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등장 시켜 인간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하였지만 그건 실패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졸작이나 다름 없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면서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는 인간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탄생된 하나의 생명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지금의 과학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인간과 동물의 상호 소통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에서 피타고라스가 가지는 생명적 도구로서의 가치를 눈여겨 보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바스테트는 인간 세계를 피타고라스를 통해서 들여다 보고 있다.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인간 세계에 대한 이해, 그 한계를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를 통해 찾아보게 되었고, 인간의 지적 사유의 실체를 피타고라스를 통해 얻게 된다. 하지만 바스테트는 인간세계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는 테러와 같은 의미없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인간들은 지적 생명체로서 오만함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바스테트는 인간의 장난 하나, 빨간 불빛에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혐오감과 절망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이 샴고양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물론 바스테트는 암고양이로서 책임을 다하지만 자신이 낳은 새끼고양이가 인간에 의해서 빼앗기는 현실에 대해서 복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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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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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시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동선을 짜고 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다. 그래도 가끔 주방에서나, 화장실에서나, 길고 좁은 복도에서나 , 바람을 쐬러 올라간 옥상에서 누군가와 예기치 않게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서로 유령이라도 본 듯 '헉' 하고 놀라고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렇다. 고문고시원의 잔류민들은 모두 유령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삶을 이어가는 존재. 나도 고문 고시원에서 유령이 되었다. (p24)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자본주의적인 모습이 압축된 공간이 고시원이 아닌가 싶다. 고시원은 독서실과 같은 구조처럼 보이지만 뭔가 다르다. 한 건물에 목적과 용도에 맞게 나뉘어진 닭장 같은 구조의 방들이 나열되고 있으며, 그들은 그 공간에서 삶과 죽음을 만나고, 한편으로는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간다.고시원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는 누군가 그 곳을 나오면 또다른 누군가가 그곳을 채워 나가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 공간을 선택하고 채워 나가지 않으면 고시원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소설은 이처럼 해외엔 보이지 않는 기이한 형태의 고시원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그들은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그들은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지만, 이웃이면서 이웃이 아닌 듯 살아가는 그러한 모습을 소설가의 눈으로 소설의 형태로 기록해 나간다. 각자의 목적에 따라서 살아가는 고시원과 그 안에서 돌고 있는 괴담을 연결시키고 있다.


4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다.그 고시원은 고문 고시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문 고시원이 아니라 공문 고시원이다. 이름이 적혀 있는 간판에서 밑바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공문 고시원은 고문 고시원이 되었다. 불행을 먹고 성장하는 4층짜리 건물은 두 번의 이유없는 화재로 성인 나이트 클럽에서 고시원의 형태로 바뀌게 되엇고 주인도 바뀌게 된다. 이곳이 불행의 공간이며, 예기치 못한 스산함이 나타는 곳이지만, 그들은 이곳이외에 선택할 곳이 없었다. 20개의 방으로 이뤄진 커다란 하나의 층 속에 8명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은 서로 알면서도 모른 척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익명속에 숨어 살순 없었다. 고시원 안에 이상한 사건 사고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 가기 때문이다. 검은 고양이는 그 불행의 전초전이었으며, 310호에 살아가는 그 누군가가 이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하면서 그들은 범인을 찾기 위해서, 주인공은 스스로 탐정을 자쳐하게 되었다.


고시원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고시원에서 일어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그들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안에서 그 불행의 씨엇을 털어내야만 한다. 8명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권씨 성을 가진 이는 오래전에 죽었지만 구천에 떠돌아 다니면서 고시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 중에서 두가지 속성, 파괴적인 속성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의심하게 되었으며, 행동하게 만들어 버렸다.


303호, 304호, 310호,311호, 313호, 316호, 317호,319호, 그들에겐 이름보다는 번호가 익숙하다.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 속 비겁함이 숫자 속에 숨어들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그들의 정체성이 사라진 채 숫자로 기록된 그들에게 숫자 밖으로 튀어 나오게 만들었다. 숫자 뒤에서 숨어 있기엔 자신의 생존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전이 사라진 상태에서 숫자 뒤에 숨어 있는 건 또다른 비겁한 모습인 것이다. 


그들은 범인을 찾아 나가기 시작하였다. 성별도 모르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던 이들이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자신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죽음이 무관하다는 걸 보여줘야만 한다. 하나 둘 죽음과 무관한 사람들은 빠져 나가게 되고, 그 죽음의 범인이 압축된 가운데, 실체 없는 죽음에 대한 범인이 누군지 찾아가는 재미가 이 소설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 범인이 잡힌다 하여도 사건에 대한 진실을 온전하게 찾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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