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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병원 양말을 뚫고 콘크리트의 차가움이 전해진다. 줄지어 선 테이블들, 허드슨강의 풍경이 보인다. 뒤쪽 구석 테이블에 다른 사람들보다 나이 많은 여자가 한 명 있다.병원복이나 수술복을 입은 다른 사람들과 다리 긴 드레스를 입고 있다. 검정으로 염색한 낡은 로라 애슐리 레이스 드레에 그물 타이츠, 그리고 장신구들, 팔찌, 귀고리, 긴 구슬 목걸이, 한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나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38-)
혼돈과 해체에 대항하는 나날의 어떤 몸부림들을 담아두는 방식, 하마이어니 리는 정말 훌륭한 버지니아 울프 전기에서 이해받지 못하리라는 공포와 광기가 글쓰기를 연결한다고 지적한다. 나는 이 말이 그 시절 나의 자아 감각을 , 내 의사소통 능력의 한계를 서명해준다고 생각한다. (-65-)
우리의 새로운 엄마는 뒤죽박죽된 것들에 화를 냈고, 누구든 어지럽히는 사람에게 화를 냈고, 제자리를 벗어난 모든 것에 ,그것들이 자신의 노력을 원 상태로 돌리는 데, 종일 청소를 하지만, 여전히 충분히 깨끗하지 않다는 데 화를 냈다. 그건 주로 아이들이 너무 많고 그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물건이 있으며, 아이들이 그 물건들을 사방에 널어놓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141-)
그렇다. 1995년에 우리가 한 경험은, 1962년에 나온 소설 속 경험과는 달랐다.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정신병원의 건축적 구조, 계층적 체계, 보상과 처벌, 약을 과잉복용한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환자들, 우리가 있던 곳은 아기방이 아니었지만, 창에는 창살이 있었다. (-224-)
남자는 자기 아내가 의사들이 '중증 우울증'이라 부르는 병 때문에 저기 충격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병원으로 아내를 만나러 온다.아내의 이름은 다이애니다. 다이앤은 가냘프다. 말문을 닫아버렸다. 벽만 쳐다보기 시작했고, 창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362-)
수잰 스캔런의 자전적 회고록 『의미들』에는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기록으로 적어 놓고 있었다. 1970년에 태어난 그녀는 1994년 즈음, 정신병동에 갇히게 된다. 극단적인 선택과 판단,결정을 할 수 있기에, 정신병동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고, 쇠창살이 쳐져 있었다. 우울하고, 불안하고,이해받지 못한다는 것,그것이 수잰 스캔런이 푸고 있는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오직 병원에서는 정신적인 상담과 약물에 의존하여,마음을 진정시킬 뿐이다. 구토와 어질어질한 순간들, 자신이 보고,듣고,느끼고, 오감으로 감지하였던 그 모든 것에는 자신의 내면 속 자아와 연결되고 있었다.
삶과 죽음'미친 여자'소리를 들어야 했다.타인조차도,내 가족조차도,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외로움과 고독함 속에서, 스스로 견디며 살아야 한다. 그 안에서, 우리 스스로 뭔가 해내야 한다는 사실, 자기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는 점, 극복하고,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죽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와 동기부여,이런 요소들을 , 그녀의 병의 실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으며, 1990년대 당시 여성 환자들을 다루는 치료 방식의 문제와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읽고, 이해하고,공감하면서, 자신의 병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였고, 스스로 셀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