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
앙투안 레이리스 지음, 양영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2015년 11월 13일 파리 테러가 있었다. 그 사건이 우리 나라에 있었다면 큰 뉴스가 될 수 있건만 프랑스와 연관되어 있는 나라들을 그 뉴스에 둔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계에는 많은 테러가 자행되지만 우리 문제가 아니라는 그 한가지 이유로 묻혀 버린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앙투안 레이리스는 그럴 수 없었다. 그 당시 자신의 아내가 파리테러로 인하여 세상을 떠났으며, 남편 앙투안 레이리스와 그의 17개월 아들 멜빌을 남겨 두었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 앙투안에게 닥친 불행은 테러 집단에게 분노와 증오를 가질 수 에 없다. 자신의 소중한 아내를 이유없이 이별해야 하는 그 순간, 아들과 자신을 남겨 놓고, 허무함과 당황스러움에 놓여진다. 갑자기 사라진 엄마의 부재를 아들 멜빌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나, 엄마가 사고를 당해서 돌아올 수 없다는 그런 말은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앙투안이 살아가면서 얻은 지식과 지혜는 앙투안 스스로 자신의 문제조차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전세계인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고 도와주겠다는 메시지가 봇물터졌다.

멜빌을 어린이 집에 데러다 주고 세상은 그렇게 아내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일에 신경쓰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만 혼자 아무 일도 못하고 멈춰 있는 그런 생각들, 허무함과 아픔이 교차 되고 있으며, 앙투안은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페이스북에 남긴 글과 기록을 통해서 치유하고 있다.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를 이 책은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파리 테러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크나큰 상실감을 가졌던 앙투안에게 유일한 희망은 멜빌이었다. 슬플 때 슬픔을 감출 수 없었지만, 멜밀의 미소 하나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된다. 비록 아내가 살아있을 때보다 못하지만,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가게 된다. 아내 몫이었던 많은 것들을 직접 하면서, 아내를 그리워하고,슬퍼하게 된다. 그리고 기억들 하나한나 회상하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아내가 세상을 떠난 2015년 11월 13일부터 2015년 11월 25일까지 기록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슬픔과 오롯히 마주하는 그런 순간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나의 마음을 추스려야 할까. 그건 나와 같은 슬픔을 얻은 누군가를 통해 그 답을 얻을 수가 있다. 아파하고 슬퍼하는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이들, 책에는 그렇게 앙투안의 삶이 기록되어 있으며, 앙투안과 비슷한 비극을 마주한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외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누군가가 나에게 "잘 지내?"라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서 의례적인 답변, 그러니까 "응 , 잘 지내,넌?" 같은 응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런 답변은 별일 없으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는 암묵적인 허락에 해당되니까.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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