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김민경 외 지음 / 북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야! 여기."

도시락을 데워 그들 곁으로 갔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구름이 떠 다니지 않았다. 모두 마법소녀 출신이었다. 남들의 구름을 볼 수 있는 그들은 자신이나 다른 마법소녀의 구름은 보지 못했다. 은정은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질을 하며 왼손으로는 하나에서 자신의 옆 의자를 빼줬다. (-17-)

동참은 그저 예찬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소주병들이 부엌 한구석에 늘어섰다. 좀비 사태는 느닷없이 해결 국명에 접어들었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억제제를 개발했고 좀비 증상이 발현된 환자들에게 투여되었다. 공격성은 줄어들었고 부패는 억제되었다. 하지만 치료제가 아니어서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지는 못했다. 반쯤 썩은 사람들을 거두는 정신병원이나 요양원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57-)

빨간색 기계는 왠지 위풍당당하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마치 내 기억 속 흐릿하게 남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 같았다. 아버지는 한밤중 동네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집에 들어와 내 잠까지 다 깨워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면 잠을 설친 나는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칭얼댔다. 아버지는 대단한 모험담인 양 도박장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그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도리가 없던 나는 피터 팬의 네버랜드 같은 것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는 늪지의 신비로운 안개가 되었고, 그 너머로 어른거리는 온갖 불빛은 요정이 되었다. (-81-)

이번애는 머리가 은재 앞으로 굴러왔다. 은재는 꼼짝 없이 그 얼굴에 달린 눈과 눈을 마주쳤다. 고릴라와 인간의 끔찍한 혼종 같은, 그래서 더없이 소름 돋는 시커먼 얼굴이었다. 그건 은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소름 돋는 시커먼 얼굴이었다. 그건 은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별안간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은재의 입에서도 그것와 비슷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은재는 손에 들고 있던 가위로 그 얼굴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다시 화재 경보가 날카롭게 울리기 시작했다. (-126-)

"그렇지만 율아, 사람은 누군가 자신을 바꾸려드는 걸 못 견뎌 한단다. 스스로 변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 변화라는 건 관성을 거스르는 일이니까. 어떤 방향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리던 사람이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일이야.그런데 멈추기가 어렵거든. 발목을 꺾어 방향을 틀어야 할 만큼 누군가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 하물며 다른 사람이 내 발목을 꺾는다면...." (-165-)

책 『교보문고 스토리대상단편 수상작품집』 시리즈는 ,20023년,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접할 수 있었다. 『2024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단편 수상작품집』 에는 다섯 신진 작가가 등장하고 있으며,21세기 스토리 트렌드에 걸맞게 창의성과 시의성, 신선함이 느껴졌다. 김민경 「그 많던 마법소녀들은 다 어디 갔을까」, 김호야 「내림마단조 좀비」,이리예 「슬롯파더」,임규리 「인형 철거」,김규림 「 문을 나서며, 이단에게」가 책에 수록되고 있다.

소설 한 편 한편이 스토리텔링이다. 이 소설들은 마법, 좀비, 스롯머신,이단, 인형을 키워드로 쓰고 있으며, 각각의 단편소설에서 핵심적인 상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첫번재 이야기에서,어릴 적 많이 접했던 나약함 속에 숨겨진 힘을 가진 세일러문 같은 상징적인 요소, 마법소녀가 현재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지, 21세기 마법소녀가 20세기 마법소녀와 다른 점,그리고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마법소녀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느낄 수 있다.

이리예 작가의 『슬롯파더』는 슬롯머신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며,중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창의성이 돋보이고 있으며, 21세기 사회적인 시의성을 가지고 있다. 슬롯머신은 도박적인 요소 중 하나이며,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하지만, 작가 이리예는 슬롯머신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슬롯머신과 도박에 바진 아빠를 서로 연결하고 있으며, 가족이 슬롯에 대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끔 돕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