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임진평.고희은 지음 / 인지니어스스토리이목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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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님이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자 정원은 어쩐지 당분간은 자살을 떠올리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부모가 남긴 건 엄청난 채무나 느닷없이 주어진 보험금이 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원의 곁에는 그가 지켜야 할 세상에 하나뿐인 동생 정안이 있었다. (-22-)



여자는 LP를 가리켜 주저함 없이 누군가의 추억이라고 했다. 그랬다. 정원이 죽음 직전에 마음을 바꾼 것도 LP에 깃들여 있었을 바로 그 추억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원이 죽지 않고 살아서 LP가게를 차린 덕분에 여자는 잊혀가던 추억을 다시 찾았다. 여자의 말처럼 정원의 아버지는 쓰레기가 되어 사라질 뻔한 누군가의 추억을 구해낸 거다. (-72-)



미래는 읽기를 잠시 멈추고 눈을 감았다. 방금까지 읽던 책의 제목은 <그믐달은 기억하고 있다>.아직 절반도 다 읽지 않았지만, 그믐달이 기억하는 건 아마도 지구의 종말일 것이다. 작가는 당연히 그믐작가다. (-141-)



누군가를 특정한 후 그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해보면 벌어질 당시에는 우연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복기해보니 결코 우연이라 부를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럴 때 우리는 우연을 필연이라 바꿔 부를 수밖에 없다. 일테면 카론이 자신의 솔로 데뷔 앨범 타이틀을 <플라이트 투 코펜하겐> 로 고친 일 같은.그게 과연 그냥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을까? 미래는 훗날 카론을 대신해 답했다. 그건 분명 필연이었다고. (-215-)



장편 소설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의 앞부분에는 주인공 정원이 창업 성공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정원이 주도하는 강연의 제목은 『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이며, 경기 북부 소상공인 연합회 노oo 대리의 홍보 자료에 적혀 있는 , 강연 타이틀이다.



자살을 꿈꾸었던 정원에게는 아픈 가족사가 있었다. 부모의 자살 선택과 동생 정안의 교통사고로 인해 혼자가 된 정원은 중고 LP 6000 여 장을 다 새로운 주인 몫으로 남기고 ,모두 다 팔고 난 뒤, 자신도 이 세상과 작별하기로 결심을 먹었다. 정원은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정서의 최전선 부모님이 남겨 놓은 중고 LP음반을 다 처분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그 손님들 또한 정원처럼 사연을 안고 있었으며, 주인 인 정원과 이상한 손님들 간에, 사연과 추억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이 소설 에 채워지고 있다.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 문명,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라는 본질은 아날로그적인 정설르 버리지 못한다. 살아가면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 밥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그 의미라는 게 누구에게 인정받는 것이 것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될 수도 있다. 



소설 속에서,정원은 미래를 내다보는 손님 미래를 만나고, 다양한 손님들과 함께 자신의 상처를 어루 만지면서, 위로를 느끼고 있었다. mp3음악에서 느낄 수 없는 울림이 LP 음반 안에 숨어 있었다. 그 음반에서, 우리는 아날로그적인 위로와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아픔은 조금씩 지워지고, 덮여짐으로서,서로가 함께 살아간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내가 죽은 뒤에도, 아무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그것이 불행이 아닐까 생각하게 해주는 마음이 따스해지는 소설이다. 추억이 있어서,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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