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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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원이 이상하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카톡을 보내면 대답커녕 확인도 하지 않는다. 문자 메시지 역시 마찬가지다., 알 수 없는 일이다. 화가 났을까. 뭔가 서운했을까.그래서 이러는 것일까.그런 적이 있었다. 차연은 눈치조차 못 챈 어떤 문제로 단단히 마음 상해서 만 이틀 전화도 문자도 피했던 적이 딱 한 번, 작년 10월 셋째 주에. 이번에도 그런 경우일까/ (-7-)

저물녘이다. 다시 정릉이아. 504호 .일곱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문을 연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아주 잠깐 차연을 건드렸던 기대감이 미열처럼 사라진다. 은원은 없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차연이 없던 새에 잠깐 들렀다 간 것 같지도 않다. (-56-)

몇 주만에 집으로 도아와서는 책 한 권부터 속옷 한 벌까지 자신의 흔적들이 가득하지만 기억나는 것이 전혀 없는 자신의 물건들로 가득한 자신의 방을 만난다. 오랜 대화와 설명과 교감, 가족사진 등 간접경험응 통해 잘 자인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또는 철저하게 기획되고 설계되고 주입된 정보들이 한 조각 두 조각 커다란 그림을 맞춰간다. (-174-)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거실 저편, 권석과 은원이 2미터 거리에서 얼음조각처럼 대치 중이다. 마주 선 채 서로의 빈틈을 노려보는 중이다. 권석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든다. 도끼처럼 두툼한 칼 두 자루다.은원은 맨손이다. 게다가 덩치도 권석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차연이 뒤로 묶인 두 팔에 힘을 준다. 꽁꽁 묶인 손목을 풀어보려 용을 쓴다. 그러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279-)

소설 『은원, 은, 원』은 시간가 공간을 초월한 연애 소설이다.매우 독특한 연애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은원과 차연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이 차연이 은원에게 집착하게 되는 이유다. 강박관념에 따라서, 자신이 어느 순간 무너지고 있다는 걸 차연은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은원이 실종되었다. 차연은 은원에게 보낸 문자릃 은원이 읽지 않은 거에 대해,화가 났고,전화도 받는 은원이 이상하였으며, 불안하였으며, 걱정하게 된다. 그건 은원을 사랑하는 차연의 마음이 투영되고 있었다. 은원이 사라진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지만, 은원이 왔다간 인기척조차 없었다. 그리고 ,은원이 나타났으며,기억을 잃어 버린채,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소설은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 시간,공간에 대해서, 다른 상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물리학적인 힘,우주적인 원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차연 앞에 나타난 은원은 은원이면서,은원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자신이 생각하였던 기본적인 상식 또한 상식이 아니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연은 은원을 사랑하고, 아끼고 있으며,걱정 또한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하였으며, 차연과 은원 앞에 일어나는 어떤 일들이, 만약 이런 이상한 일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내가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고,내 앞에 있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주고 있다. 소설 『은원, 은, 원』은 미스터리하면서도 ,판타지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으며,그 안에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에 대해서,다시금 고쳐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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