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의 음모 - 베나로자 왕국의 시간 여행자
한정영 지음 / 올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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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나로저 왕국의 첫 번째 도시인 베나로스, 사람들은 이 도시를 물의 도시로 불렀다.

이방인에 쫓겨 다니던 베나로자 왕국의 조상들이 해안가에 모여 살면서 건설한 이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재해와 기후 변화로 점점 물이 차올랐다. 수백년 뒤에는 마치 바다 위에 집을 지은 것처럼 골목마다 물길이 났다.이 수로를 따라 물의 도시 곳곳을 다닐 수 있었다. (-4-)

"이곳을 배회하는 영혼 중에는 살아 있는 인간의 육체를 빼앗아 지배하려는 자들이 있어.못다 한 삶을 이어 가려는 거지.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죽음의 원한이 너무 깊어서 살아 있는 사람의 육체를 지배한 뒤에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아." (-83-)

은파는 복도 끝으로 가서 녹이 슨 철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꽤 넓은 공간이 나왔다. 곰팡이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잔뜩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아주 무겁게 느껴졌다.한쪽 구석 허물어진 벽에는 큰 구멍이 나 있었고, 그 왼쪽 벽에는 쇠고랑이 줄지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쪽에는 쇠고랑의 개수만큼 쇠로 만든 의자가 뼈대만 남은 채 덩그라미 놓여있었다. 단번에 그것이 형틀이었을거라고 짐작했다. (-153-)

제나 일행은 부서진 배에서 내려 수로 옆 한길에 앉았다. 거칠게 몰아치던 파도가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불었다. 피할 곳을 찾아야 했다. 우선 문이 굳게 닫힌 상점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바람을 피했다. 그러자 조금 정신이 났다. (-213-)

한정영 작가의 최근작, 『닻별』, 『레플리카』 시리즈, 『짝퉁샘과 시바클럽』 , 『엘리자베스를 부탁해』을 읽은 적 있었다. 한정영 작가는 동화책, 청소년 문학을 주로 쓰고 있으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다작을 하는 동화작가이면서, 소설가였다.한정영 작가는 미소년 샤이 스타일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박사 학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지적인 우월함을 추구한다.여전히 어린아이의 눈높이애서, 청소년 소설은 천소년 만 읽는 책이 아니라는 거 말하는 인문학과 픽션을 잘 버무릴 줄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소설 『천 년의 음모』에는 베나로저 왕국의 첫 번째 도시인 베나로스가 등장하고 있다.물의 도시라고 부르는 베나로스는 시오노 나나미가 책으로 쓸 정도로 사랑하는 도시,베네치아를 연상하고 있었다.이 소설에서 주인공 제나와 제타 자매, 그리고 은파가 나오고 있다. 제나와 제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때문에,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연루되고 만다. 과거와 현재,미래에 대해서, 서로 뒤섞이게 되고, 현재에 있으면서,미래를 말하고 있었다. 음모가 판치고 있는 판타지 세계관에서, 인간이라는 생물의 본성은 미래에도 유효하다는 걸 잘 드러내고 있었다.

이 소설이 100년 뒤의 미래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놓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 SF 판타지 소설도 결국은 현재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당면한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에 대해 어덯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지금은 소수로 남아있는 물의 도시가 앞으로 미래에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도시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전국민이 수영을 배워야 하는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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