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플래그: 주의가 필요한 사람들
박한솔 지음 / 메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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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18세기 철학자였던 루소라는 사람을 공부해볼 거예요."

인터렉티브 화이트보드는 지수가 적은 루소라는 글자에 반응하며 인물 사진과 그가 살았던 동네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철학을 교양수업으로 신청한 여섯 명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칠판과 연동된 자신의 태블릿기기를 이리저리 두드렸다. (-81-)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비가 이수한 커리큘럼은 큰 카테고리로 전통적 학업능력, 개인화된 프로그램, 스마트 기기 학습, 문화 교양 수업, 외국어 학습이 있네요.보호자 태린님께서는 '사회적 활동' 영역에 속하는 감정 학습, 표정 학습, 비언어적 소통 등과 같은 부분을 아예 선택하지 않으셨고, 이 부분이 토비가 하교에서 주변 친구들과 지내는데 문제가 된 듯합니다." (-105-)

"토비가 받은 하교 과제로 , 알에서 나비가 될 때까지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합니다. 토비는 애벌레가 자기와 닮았다며 애벌레가 나비로 우화하는 모습을 본다면 자신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성체로 키울 수 있도록 덕구 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왜냐면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시는 덕구 님이 잘 돌봐줄 거라고 믿은 모양입니다?" (-179-)

해주는 그때 자신이 다른 엄마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아이의 울음이 듣고 싶지 않았다. 그때 자신을 아프게 만든 생명이 내뱉는 이기적인 포효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278-)

레나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데 입 밖으로는 공기가 새어 나왔다.아무리 크게 숨을 들이쉬고 불러봐도 자신의 몸속에서만 아빠라는 말이 메아리치듯 돌아다녔다.

운전을 하던 아빠가 슬쩍 뒤돌아보며 싱긋 미소 짓자 그제야 어린 레나도 흐릿하게 따라 웃었다. 반갑고 그리운 얼굴을 보게 돼 기뿐데도 슬픈 마음이 일었다. 정리되지 않은 표정이 고스란히 아빠한테 들켰을까.괜히 고개를 숙였다. (-367-)

박한솔 작가의 『레드 플래그: 주의가 필요한 사람들』은 ,2040년 미래에 ,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에 대해서, 레드 플래그 치유 모임에 함께 하는 주인공, 키리에, 윤레나, 김덕구, 그리고 최토비가 함께,모임 안에서 위로 받고,치유하는 과정을 소설 속에 담아놓았다. 소설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2024년 현재의 우리의 삶과, 2040년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비교해 보는 것에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디지털 기술의 진보에 대해 ,우리 스스로 어디까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네 명의 주인공, 키리에, 윤레나, 김덕구, 최토비에게는 무언가 빠진 것이 있었다. 그것을 우리는 결핍,열등감이라 하고,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기 위한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윤레아 박사가 연구에 올인하고, 사이언스 페어 우승 상금 3천만원을 포기한 이유도,그 상금이 자신을 위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우울한 삶을 살았던 윤레아는 레드 플레그 모임에 들어오게 된 계기다.

1968년생 김덕구의 인새을 보면,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는 노인의 또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공원지킴이 로봇을 갑자기 부순 이유로 인생이 엉켜 버리게 된다. 그로 인해 덕구는 회복불가능한 상태에서, 고집불통 노인이 되고 , 아무고 덕구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9살 최토비는 , 인공 자구에서, 태어난 아이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도,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 때문이다. 내가 누구의 아이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는 것만큼 우울하고,불행한 것은 없었다. 고아나 다름 없이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차별이 되고, 세상에서 배운 지식들이 나에게 해당되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지식과 철학이 넘쳐난다 하더라도,나에게 필요한 지식과 철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독특한 SF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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