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너밖에 없구나, 와인 - 맛과 향으로 남겨지는 날들의 기록 일하는 사람 15
앤디 킴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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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 산지 어느 덧 10년이 다 되어 가다 보니 나에게도 촉이라는 게 생겼다. 내 시간을 잡아먹는 '빌런'을 알아보는 감각 말이다. 마트나 상점에서 피해야 할 계산대를 먼저 파악한다거나 저 사람 뒤에 줄 서면 안된다는 예감이 생긴 것이다. 평소에는 그러려니 기다려 줄 수 있지만 바쁜 날이면 조금이라도 허비하는 시간을 아껴보려고 주변을 스캔하다 익힌 감각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머리를 굴릴 시간도 없이 아무 줄이나 서야 할 때가 있다. (-25-)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는 학교에 가고 싶은 날보다 가기 싫은 날이 훨씬 더 많았다. 그렇다고 내재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말써을 피운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학교에 가면 따라야 하는 규칙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정말 사소하게는 등교 시간이 정해진 것부터가 싫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8시까지 교실에 도착해야 하는 규칙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51-)

진공청소기를 가져와서는 앞이 뾰족한 흡입구로 바꿔 끼우고 크게 눈에 띄는 먼지만 치울 생각이었다.기왕 마음먹고 청소를 시작한 건데, 왜 마무리를 대충하려고 했을까?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즈음 손목을 쓸 일이 많아서 손이 시큰했다. 와인을 상자 째로 고객들의 자동차 트렁크에 싣는 일을 도와주다가 생긴 직업병이랄까? (-95-)

와인을 알면 알수록 나 자신에 대한 괴리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다가 캐나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음을 진행할 일이 있었다.마지막 순서였다. 이미 개봉된 올드 빈티지도 꺼내 놓고 열심히 시음을 진행하고 있는데, 내 실망을 듣던 기자가 너무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느 그 눈길을 마주하며 물었다.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기자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148-)

내가 프랑스 사람들과 겪고 있는 의사소통의 문제도 어쩌면 엄마와 나의 동상이몽 같은 비슷한 상화이 아닐까?좀처럼 풀리지 않는 고민을 머릿속에 계속 이고 있던 어느 날,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솔직하게 물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프랑스, 사람들은 제3자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잘 피력하면서도, 상대방 앞에서는 솔직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먼저 따지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딱히 손해도,이득도 없으면 굳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이유가 없다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203-)

저자 앤디 킴은 한국에서, 프랑스로 오게 되었고, 10년째 프랑스에 머무르고 있다. 프랑스 내 각종 와인 콩쿠르 심사을 맡고 있는 저자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자신이 와인전문가로서, 겪어야 하는 고뇌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소위 전문가라 생각하면,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잔 스스로 그것에 대해 항상 회의감,불확실한 상황 속에 내몰리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서, 괴리감을 품고 있으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을 읽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도 ,저자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걸 알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직업을 가지고 잇고,그 직업에 대한 자부심 뿐만 아니라,직업병도 가지고 살아오고 있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각종 이야기들을 보면, 내 삶에서, 내가 풀 수 없었던 문제들에 대해, 풀 수 있는 힌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수 있었다. 와인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항상 술을 마실 때,일상생활에서, 내가 마시는 술에 대해 평가를 항상 할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을 항상 가지고 살아 오고 있었다.우리 앞에 의사소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부모 앞에서, 프랑스 사람앞에서, 의사소통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상대방의 말에 대해서, 잘 들어준다는 것에 대해서, 멋을 음미한다느 것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생각과 사유를 와이너러 앤디 킴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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