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머물다 떠난자리 들꽃같은 그리움이 피어난다
탁승관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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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 길을 묻다

맑은 빛으로 물든

가을 산야에 머문 색채가

다채색 색감으로 노을 빛에 담아

떠나보내려는

가을의 엷은 미소는

저녁 나절 노을의 뒤편에 숨은 채

보내고 싶지 않은

짙어지는 낙엽의 내음이

하루를 붙잡힌 그림자에 끌려가네

힘들고 고된 하루가

물들어가는 단풍잎에 담겨

영혼이 온통 황혼의 늪에 묻히다.

숲길에서 살며시

예고도 하지 않은 채로

소리 없이 지나가려고 하여도

사뿐히 걸어가려는

짙은 외로움에 젖은 바람

발길이 나뭇가지에 머물다 앉아

그리움에 굶주려

만남에 간절함으로 이끌려

바람의 손끝으로 전해지는 떨림은

걸터앉은 바람에

나뭇가지 가지마다 품은

작은 전율에 낙엽은 흩날리고

가을에 흠뻑 젖은

어여쁜 나뭇잎들이

이제 하나 둘 떠나가려 합니다.

푸른 잎으로 태어나

봄,여름, 가을이 오기까지

자기가 할 일을 다하고 가는 것을

이제껏 푸르름과

예쁜 단풍잎이 되기까지

품어준 그곳에 다시 돌아가리라.

다시 가려는 그곳.

차디찬 추운 한겨울 동안

동면을 견뎌내기 위해 포개어 앉아

다시 새잎으로

피어날 그날을 기다리며

낙엽은 그곳에서 긴 잠을 잡니다. (-86-)

돌이켜 보면

내 가슴 속 빈자리

작은 공간에 채워 넣을

무언가 뜻깊은 소중한 것을 찾습니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며

내 가슴 한구석을 붙잡고 있는

낡아빠진 미련을 덜어 버렸으면 합니다.

그동안 내 마음 속을

그 무엇을 그렇게 채우려

그렇게도 아파하며 힘들게 살았는지를

내가 고집하며 갈구하고

추구하려는 욕심의 시간들로

채워진 가슴 한 부분을 비웠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 가슴에 담은

내 삶에 욕망의 그늘에서

갈증으로 허덕이며 목이 말라 했었을까?

지난 시간 되돌아보면

지나친 욕심과 아집을 쌓은

어두운 터널을 빠져서 나왔으면 합니다.

지난 시간 마음에 담아

놓아주지 않으려 했던 남은

불필요한 것들은 이젠 덜어내려 합니다.

이제부터 새로움으로 거듭나는

이런 사람이 다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워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겐가 돋보이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인 평범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정말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솔직함으로 투명한 마음이 보이는 사람

아는 것을 애써 난척하지

아니하고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겸손함과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남에게 있는 소중한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선한 눈을 가졌으면 합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화를 내거나 과장해 보이지 않는

온유함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특함으로 자신의

유익을 헤아려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마음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살면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남의 행복을

좋아 기뻐할 줄 아는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깊은 배려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억울함과 쓰라림을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실의 목소리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꾸며진 미소와 외모보다는

진실한 마음과 생각으로 자신을

정갈하게 다룰 줄 알고 지혜를 쌓을 줄 아는

가진 것이 적어도 나눠주는

기쁨을 맛보며 행복할 줄 아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141-)

시인 탁승관의 『노을이 머물다 떠난자리 들꽃같은 그리움이 피어난다』에는 70편의 시로 채워져 있었다.그중에 내 마음에 훅 들어온 시가 두 편이 있었다. 그 두 편은 「낙엽, 길을 묻다」, 「돌이켜 보면」 이다.

시인은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가을이 되어서, 낙엽이 떨어지고,그로 인해 많은 나무가 옷을 갈아입는다. 추운 겨울을 인내하기 위해서, 스스로 가진 것을 비우고, 내려 놓았다. 그 과정에서, 나무는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생의 극한 추위를 견디게 된다. 시인은 그 나무가 추구하는 자연미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두번째 시 「돌이켜 보면」 는 내 마음 속에 각인시키고 싶었다. 살아가면서,이렇게 내가 생악하고,내가 살아가고 싶었던 인생관을 시로 적절하게 표현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시 「돌이켜 보면」에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수 있는 지혜를 내포하고 있었다. 진실된 삶을 살아가며, 사람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간다면, 내 삶은 행복한 삶, 소중한 인연으로 채워질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눠줄 수 있는 사람, 눈앞에 사소한 문제로 인해 분노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러한 삶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이었고,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이 놓여진다 하다러도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누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온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큰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을 손해로 보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 자신에게 잘 살아왔다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왓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러한 삶,이러한 사람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노력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내 앞에 소중항 사람이 있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후회하지 않고, 죽음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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