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유령 푸른사상 소설선 53
이진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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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정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너만 아니었음 니 아부지랑 진작에 갈라섰제. 탕탕 큰소리치더니만 셋집이고 패물이고 왼갖 것이 다 빚이란 말이다. 세상에나, 그때 내가 까딱 맘 한번 잘못 먹었음 요로케나 이쁘고 귀한 내 새낄 지워불 뻔했제.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당신 인생에서 젤 후회되는 건 동생이 줄줄이 딸린 가난한 집 장남과의 결혼이었다고. (-25-)

여자는 나를 죽일 것이다. 이건 미래형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여자는 나를 죽이고 있다. 난 그롣 죽을 것이다. 그리고 영영 지워질 것이다.

똑같았다. 정산이 몇 개월 전에 보았던 그 첨부 파일과 시작이 똑같았다. 그렇다면 의뢰인은 고인의 뜻을 거슬러 자본의 유혹에 무릎을 꿇고 말았는가? (-64-)

마흔 번째 생일을 지나면서 더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림했던 일을 채 3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맡기로 한 건, 달랑거리는 내 통장 잔고와 의뢰인의 간절함이 그 순간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거라는 , 나이도 몸도 더 이상은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거라는 , 다소 비장하고 숙연스럽기까지 한 감상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114-)

아버지의 비아냥거림 소리가 그 복잡함 순간 왜 떠올랐는지 모른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뒤처진 영어 실력은 취업 서류 작성에서 최대의 걸림돌이었는데, 그걸 만회해 보려는 내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아버지가 매번 원망스럽기만 했는데. (-175-)

어느 겨울날, 온달이 평강의 집엘 찾아들어 여우 털가죽으로 만든 목도리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눈처럼 희고 봄 햇살마냥 부드러웠다.

"그짝 덕에 백여시를 다 잡아봤구마는. 혼인하자요. 밥벌이는 할 만치의 사냥꾼은 되었시니."

귀밑까지 발그레해진 온달의 얼굴을 평강은 빤히 쳐다보았다. (-208-)

미마지는 중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아랑련과 한 마리씩 나눠 가진 가루라를 오랜만에 꺼내 보았다. 솜 주머니에 담아 늘 품고 다녔음에도 부리 끝은 깨지고 한쪽 날개는 부러져 있다. 지나온 날들의 고단한 역정을 생각하니 가여운 마음이 앞섰다. (-232-)

소설가 이진이 쓴 소설로 『창』,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꽁지를 위한 방법소설 』 등이 있었다.이번에 출간된 『소설의 유령』은 「코로너 시대의 시글 라이프」 외에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있으며,각각의 소설이 실험적이면서, 상상력에 기까운 작가 특유의 창작이 돋보인다. 특히 남성의 이성적인 생각보다는 여성의 감성적인 측면이 잘 묘사되고 있었으며,사회, 과학, 인문, 역사 등을 포괄적으로 아우르고 있어서 돋보인다.

그녀의 창작 소설이 실험적인 이유는 여성의 미래상을 이 소설 한 편 한 편에 담아내고자 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싱글 라이프」 속 여성은 어머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장남에게 시집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는 것, 결혼이 여성에겐 족쇄이며, 영정 속 웃는 사진은 자유로운 살믈 겨우 얻었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평온함이다.

「우주적 사던 지평선 너머」의 주인공은 천일이다. 이 소설은 천문학과 예술의 접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평범한 가정 안에서, 내 친구 영인을 만나고, 그 아이에게, 욘희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심리적인 변화를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두 편의 역사 소설이다.하나는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이며, 다음 이야기는 백제에 대해서다. 미마지와 아라한 ,그리고 일본과 백제의 교류, 그 당시 아라연과 성주 소마씨 사이에 미마지와 아라연으 인연이 어디까지 인지,일본의 역사서 속에 담겨진 백제 이야기를 자가 특유의 상상력과 현대적인 감각과 트렌드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설될 수 있다. 고구려 시대에 살았던 평강공주 또한 현대적인 의미로, 여성사의 변화와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21세기 형 평강공주의 삶은 어떤지, 소설 「평강의 숲」 에 채우고자 하는데 도드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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