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 짱구쌤의 세상에 없던 학교 이야기
이장규 지음 / 르네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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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흔이 넘었지만, 남에게 하대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출근 후 첫일은 농기구를 들고 운동장을 도는 것보터다. 그네 밑 파인 곳에 모래를 채우고, 유치원 놀이터에 난 풀을 뽑아낸다. 교정을 한 바퀴 돌고서야 사무실로 들어간다. 우리 학교 배움터 지킴이 칠용 쌤이다.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셨고, 지인의 표현을 빌리면 마지막 해까지 교무부장을 맡으며 봉사하셨던 분이다. (-39-)




노고단이 잘 보이는 데크 쉼터 옆 그네 의자에 강율이가 있다.유치원 옆 그네 의자에서도 강율이는 늘 그 자세다. 저렇게 엎드려 다리를 흔들며 책을 읽는다.누가 지나가도 좀처럼 알지 못한다. 깊이 바져들어 그 시간에 집중한다.아이들이 가장 예쁠때다. (-40-)




장마가 길어지니 '짱구쌤 수업'도 만만 치 않다. 아이들도 나도 운동장 놀이 수업이 좋은데 맨날 비가 오니 고민이 많다. 책 읽어 주는 것도, 절기와 행사에 맞춰서 하는 계기 수업도 나름 좋지만 이미 놀이 수업에 맛을 들인 녀석들의 반응은 온도 차가 심하다. 뭘 해도 "언제 운동장 나가나요?" 로 토를 단다. 그래서 이 번 주 1학년 수업은 아예 운동장에서 비를 맞는 수업을 작정하고 시작한다. 그림책을 한 권 읽어 주니 예상했던 대로 "오늘도 운동장 안 나가요?"를 합창한다. "자, 양말을 벗고 우산 쓰고 운동장으로 모이세요!" (-57-)




교육부 공모 사업 학교단위 공간혁신 대상 학교에 선정되면서 전남교육청으로부터 미래형 혁신학교로 지정받았다. 2016년부터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폐교위기를 넘어선 데다 공간혁신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받아든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교직원들은 기대와 함께 걱정도 많았으니,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 거다. 뭣이 미래지? 거기에 미래형 혁신이라니? (-102-)




이번에도 구호품 수준의 보따리가 도착했다. 수신자의 '낡아짐'을 애써 막아 보려는 듯 여러 종류의 책들과 정성 가득한 손편지다. 발신자는 2006년 영암초 제자. 제자는 늘 선생보다 의젓했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고, 뻔한 길에서 시간을 남비하지 않으며 세상 중요한 가치를 찾고자 했다. (-173-)




전라남도 영암군에는 폐교위기에 처한 영암초등학교가 있다.이 학교에는 짱구쌤이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존중하고, 창의성과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미래혀 공간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짱구쌤은 평교사 출신이면서, 교육부 공모사업을 통해 교장이 된 특별한 케이스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이론 공부만 하는 것이 교육은 아니었다.공간이라는 어떤 것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그것이 공간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1학년 병아리 아이들에게, 교실보다 학교 운동장이 더 나은 교육의 현장이다. 비가 오던 날, 양말을 벗고 ,맨발로 운동장에 뛰어가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짱구샘이 그려졌다.




그가 생각하는 혁신학교는 창의성과 , 감수성의 본질에 충실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었다.그의 교육 방침은 아이를 향하고 있다. 그건 평이하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 교육이다. 시골이라는 특징, 아이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더해져서 만들어낸 기적의 학교다 .순천에 집이 있는 짱구쌤은 집보다는 학교 내 사택에서 지내고 있다. 교장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학, 학교내 아이들과의 수업을 빠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눈높이 교육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으며, 제 4차 산업혁명에서,강조하고 있는 창의성이 기술이 아닌 사람과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 감수성이 더해질 때, 아이는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고,그 새로운 것이 미래를 바꿔 나간다. 그것을 짱구 쌤은 아이들에게 깨우쳐 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이 다시 모교에 주는 사랑을 다시 베풀고 있다. 사랑이야말로, 참교육의 본질이며, 인성을 키우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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