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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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8세. 이름 깅행자.어르신은 정말로 중학생이었다. '샛별야학' 중학 1반. 찢어지게 가난한 집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돈 때문에 국민학교도 도망치듯 그만두어야 했다. 그 후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떡방앗간에서 허드렛일을 돕기도 하고 공장에서 이른바 시다로 일도 하고 행상도 했다. 그러다가 스무 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후 서울로 올라와 농산물 도매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12-)

박시옷이 자리에 앉자 여기저기서 뒤늦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말끝을 길게 늘이는 특유의 말투도 그렇지만 경직된 분위기를 녹일 줄 아는 부드러움과 천진난만함이 배어 있어서였다. 그 사이 얼음장 같던 반 분위기도 녹아 행자 할머니가 말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힘을 주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29-)

채 씹지도 않고 쏘아붙이듟 내뱉는 바람에 입안의 밥알이 필숙을 향해 날아가 윗옷 스팽글 사이사이에 박혔다. 잠시 후, 필숙의 비명이 평화롭던 공기를 찢어놓았다. '아아악! 어쩔 거야! 이거 우리 아들이 백화점에서 100만원이나 주고 산 거라고!" (-83-)

행자 할머니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한참을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들어가 봄 직도 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아들의 성난 표정이 눈에서 가시지 않았다. 아이가 다쳐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뒤이어 며느리의 당황한 표정과 아들의 화난 얼굴까지 겹쳐서 행자 할머니는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을 막 후벼 파는 듯 했다. (-141-)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 하나를 건넸다. 금박으로 새겨진 이름 세 글자는 '진. 경. 철'이었다. 그 옆에는 ENC 개발 대표이사라고 적혀 있었다.

부장이 명함을 이리저리 살피는데 누군가가 교실 입구에 나타났다. 그녀는 열린 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 들이밀어 안을 살피더니 곧장 진경철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오구오구 우리 아들. 너 보려고 내가 이렇게 찾아왔잖아."

그 모습을 본 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의심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엄필숙이 나타났다. (-213-)

소설 『반짝반짝 샛별야학』 은 산전수전 다 겪은 그 시대의 남존여비 시대의 후남이들, 할머니 김행자, 박선녀, 석순자, 박시옷, 김행자, 엄필숙이 등장하고 있다. 이 여섯 할머니는 베이비붐 세대로서, 남존여비 시대를견디며 살아왔으며, 공부를 배워야 할 때를 놓친 이들이다.국민하교를 나와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이들, 시대로 살거나, 누군가 집에서, 돌보미로 살아야 했던 그들, 배움이 고파서 , 아이들이 성장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공부를 하기 시작한 우리들의 어머니였으며, 샛별 야학이라고 부르고 있다.그들은 이제 할머니가 되어서, 아들 눈치, 딸 눈치,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픔이다.

샛별 야학에서 , 첫 수업날, 오리엔테이션에서, 다섯 할머니의 자기소개가 있었다. 공부를 하게 된 이유,샛별 야학에서 ,중학과정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 이유도 소개되고 있었다. 586 세대 이전에, 돈이 없어서, 가난을 면치 못해서,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서, 공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이다. 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면서,어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학교 교내에서,소방법 위반으로 신고가 되어서,벌금을 물어야 했던 일, 오직 아들의 장래만 생각하며, 평생를 살아온 주인공이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서, 명품과 체면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마냥 공부와 배움으로 모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한 장소에서 모여들면서 생기는 다양한 모습들은 십 대 청소년이 중학생 과정을 거치는 것과 어른들이 중학생 과ㅈ넝을 거치는 것은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비열하고,때로는 귀여운 그 모습,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된 주인공들의 응어리진 세월들을 잘 풀어내고 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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