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윤동주의 시를 일본 교과서에 수록한 국민 시인, 개정판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윤수현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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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김수성 정도는

파삭파삭 말라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주기를 게을리해놓고

서먹해진 사이를

친구탓하지 마라

유연한 마음을 잃은 것은 누구인가

짜증 나는 것을

가족 탓하지 마라

모두 내 잘못

초심을 잃어가는 것을

세월 탓하지 마라.

애초부터 미약한 뜻에 지나지 않았다.

안 좋은 것 전부를

시대 탓하지 마라

희미하게 빛나는 존엄의 포기.(-17-)

질문

인류는

이제 손쓸 수 없이 늙었나요

아니면

아직 매우 젊은가요

누구도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은

질문

모든 것에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우리는

지금 대체 어디쯤?

삽삽한

초여름의 바람이여 (-49-)

지천명

어떤 사람이 와서

이 꾸러미의 끈 어떻게

푸느냐고 묻는다.

어떤 사람이 와서

뒤엉킨 실 묶음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한다.

가위로 자르라고 조언하지만

싫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돕는다 꼼지락 꼼지락

살아있는 인연으로

이런 것이 살아있다는

그런 것인가 그렇지만 별로

휩쓸리고

휘둘려

지치고 지쳐

어느 날 갑자기 깨닫는다.

어쩌면 아마

수많은 친절한 손이 도와주는 것이다.

혼자서 처리해 왔다고 생각하는

나의 여러 연결점에서도

여태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티 내지 않고, (-73-)

되새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닳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녀 시절

아름다운 태도

정확한 발음의

멋진 여성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내가 애쓰는 걸 간파한 듯

무심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풋풋함이 중요해요.

사람에 대해서든 세상에 대해서든

사람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 때

타락하기 시작하죠 떨어지는 걸

감추려 해도 감추지 못한 사람을 여러 명 보았어요.

나는 뜨끔했습니다

그리고 깊이 깨달았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갈팡질팡해도 되는구나

어색한 인사 추하게 빨개진다

실어증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

아이의 나쁜 행동에도 상처를 받는다.

믿음이 안 가는 생굴과 같은 감수성

그것을 단련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던 거구나

나이 들어도 갓 핀 장미 연약하고

밖을 향해 피는 것이야말로 어렵다.

모든 일

모든 좋은 일의 핵심에는

떨리는 약한 안테나가 감춰져 있다 분명

나도 예전 그 사람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며

지금도 가끔 그 의미를

조용히 되새길 때가 있습니다.(-95-)

2006년 2월 17일 ,지주막하출혈로 이바라기 노리코는 사망하였다. 생전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였던 그녀,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인, 이바라기 노리코 덕분에 일본 교과서에 윤동주의 시가 다수 수록될 수 있었으며,우리는 이바라기 노리코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고수하고 있다.

시집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개정판)』 에는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이외에 그녀가 생전 남긴 시집을 품고 있으며, 윤동주 시 4편도 담겨져 있었다. 시를 읽으면서, 회상이라는 단얼르 떠올리게 되었다. 회상은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다. 과거를 성찰하였고, 나는 나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옳고 그름에 대해서,나에 대한 과거와 현재르 서로 연결해 나가는 것이다.

1945년 2월 16일 세상을 떠난 시인 윤동주의 삶, 그가 생각했던 삶의 부끄러움을 마주하였다.자신의 생에 대한 남다른 자화상과 마주하게 되었으며, 시는 우리의 마음 언저리의 숨어 있는 인생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삶에 대한 가치관, 이것이 무료하게 느꼈던 것들은 이제 소멸되어 졌으며,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여쁘게 바라보았다.시를 통해서, 또다른 시들을 통해서 내 삶을 하나하나 반추하게 된다. 잘 살고 있는지, 나는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 그 것이 나를 성찰하고,회상하는 힘이 되고 있다. 윤동주의 삶과 윤동주의 시를 사랑했던 일본인 이바라기 노리코 씨는 윤동주의 시에서 자신의 시적인 영감을 얻었고,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는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동주의 시에서,그 시대의 아픔을 읽었다. 일본과 조선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와 의미들을 느낄 수 있다. 시는 나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다. 어릴 적 나의 모습과 성장하면서 현재의 모습들을 겹쳐 놓으며, 내가 미래에 남겨놓을 씨앗에 대해서 스스로 씨앗을 남길수 있는 새로운 인생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이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풋풋한 어린 시절을 잊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어두 컴컴하고, 암울했던 시기에도 그 안에는 아름다움이 공존하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이 숨쉬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과 과거에 죽어가는 것, 나의 시간의 편린에서 추하지 않도록 살아가며,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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