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가의 노래 -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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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계단에 앉아 호수에서 반짝이는 햇빛을 바라보았다.빛이 물결을 타고 흐르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수천수만 개의 빛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그곳에는 삶과 죽음이 뒤섞여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지나가고, 한 아저씨가 삐걱비걱 소리를 내며 운동 기구를 타고, 젊은 엄마가 유모차를 밀며 통화를 하고, 호수 주위로 띄엄띄엄 둘러앚은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한가로이 오후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여기 내가 있다.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죽는 이곳에서

저 빛처럼 아름답게 반짝이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에 여운을 남기고 싶다.생각하며 사라지는 빛을 마음에 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2-)

여자의 마음

텅 빈 공원을 걷자니 누군가를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립기 때문에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립고 싶기 때문에 그리워하는

여자의 마음을 바라보았다. (-58-)

비에 젖은 장미

다 기들어가는 장미꽃이 우두커니 서서

비를 맞으며 흔들리고 있다.

마치 이 비를 흠뻑 맞고 나면

다시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듯이.

혹은 조금은 시들었다 할지라도

비에 젖어 흔들리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여

지나가는 행인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일지도. (-101-)

작은 것들도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들여다본 풀숲에서 개구리가 뱀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 개구리가 불쌍해 급히 눈을 돌렸다.하지만 배고픈 뱀이 무슨 잘못이랴. 작은 것들도 더 살고 싶어 저리 구슬피 우는데 가을바람이 쓸쓸하다고 울 일인가. 하루하루 숨을 쉬고 살아감에 그저 감사할 일이다. (-143-)

나는 꽃이 될래요.

나는 개나리가 될래요.

당신이 나를 보며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나는 목련이 될래요.

당신이 나를 지긋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나는 벚꽃이 될래요.

당신이 나를 어루만질수 있도록 말이에요.

나는 진달래가 될래요.

당신이 내 곁에 계속 머물고 싶도록 말이에요.

나는 라일락이 될래요.

당신이 내 향기를 그리워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나는 꽃이 될래요.

또다시 피어나 당신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193-)

여운이 남아있는 에세이 시였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시에는 자신의 소망과 설레임 가득한 사랑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고,지켜보는 , 사랑을 응시하게 되면, 그것이 생각에 발현되고, 그를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시 속에 투영하게 된다. 산책을 통해, 호숫가에 비친 나를 보며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면, 누군가를 마음속에 항상 담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인간의 희노애락과 함께 한다. 그래서 기쁨과 행복이 있지만, 고통과 슬픔도 함께 한다. 소중한 벗을 위해, 점점더 자신의 초라함을 발견하게 되는 그 순간이 찾아오게 되었다. 시집이면서, 누구를 위한 에세이처럼 엮어 나가는 하나의 책 <산책가의 노래>에서, 첫사랑을 생각하며 쓴 자신만의 사유와 관점 생각이 오롯히 드러나게 된다.자연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체가 보여주는 살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을 보면서, 스스로 겸허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그것에 대해 고마워하지 못하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오만하고,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다. 자연은 그렇지 못하다. 온전히 환경과 조건에 맞춰서, 자기 스스로 적응해 나가고 있었으며, 산책하면서,마주하게 되는 자연에서 답을 찾아나간다. 작은 미물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며, 치열한 생존 게임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극한 상황에 놓여지는 그 순간에도, 관찰하게 되고, 느끼게 되며, 인간으로서,나의 존재에 대해 재확인하고 있었다. 그래서 삶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그 아름다운 삶 조차도 포기하려 한다. 온전히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만함과 자만심에서 시작된 인생의 발자취가 산책길에서 보았던 수많은 발자국 속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인생의 여운을 남기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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