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심리적 안전 기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우리는 외부 세계와 접촉할 때 필연적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상대의 반응에 알게 모르게 늘 신경 쓰며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골몰한다. 그래서 지친 하루를 보낸 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그날 하루의 피로를 시원하게 풀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용기와 힘을 얻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은 사람의 마음에도 필요하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를 ‘심리적 안전 기지’라고 표현한다. -상처 입는 게 두려운가요 - P272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이나 사람 때문에힘든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런데 생각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떠오른다. 정말 힘든 것이 바로 이런 거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생각은 자신의 의지로 발생하는 것이며, ‘생각이 많으면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 P80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이 책에 나오는 전국의 경양식집을 모두 가보고 싶다. 전국의 노포들이, 오래된 경양식집들이 다 없어지기 전에 모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컨셉이나 내용만으론 별 5개짜리인데, 소개된 곳 한 곳에 가봤는데 맛이 그닥 입에 맞지 않아서 별 반 개 정도 뺌!
1. 2개의 에피소드를 읽고, 사건과 주인공이 너무 전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2개의 에피소드만으로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작가의 소설에 대한 평을 듣고 한껏 기대한 상태에서 읽는 거라 살짝 실망이긴 한다. 2. 남을 비난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남을 착취한 에너지로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작가 형사 부스자마' 속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고, 살해된 후에도 잘 죽었다는 평을 들을 정도이다. 이는 살인 용의자를 한정짓기 위한 장치인 걸까, 아니면 무스지마의 냉소적 태도를 대변하기 위한 근거인 건가. 3. 확실한 한 가지는 이 책이 재미없었다는 거다. 시시하다고 해야 할까? 십수년 전 일본추리 소설이 우후죽순 번역되던 때의 소설 같다. 단편으로 구성되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이면 '시치리'를 사람들이 좋아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시치리'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때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보류. 덧. 부스지마를 보조하는 아스카역. 탐정(혹은 형사) 소설에서 이런 여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무능해 보이고 주인공을 빛나게 해주는 도구로서나 로맨스 요소로서의 여성-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불편이다. 2018년 번역된 작품이고 몇 년에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좀 전형적이고, 올드하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 아니, 챕터 하나하나가 나를 돌아보게 하고 깨어있는 정신으로 살고자 노력하게 한다.
그땐 알지 못했다. 그런 나와 기자들의 일상이 검찰 권력을 완성시켜주고 있음을. ‘검찰은…’,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할 방침이다’, ‘검찰은 ◯◯◯의 진술을 확보하고…’. 전지적 검찰시점°으로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다.(°‘전지적(全知的) 검찰시점’은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 등의 행동은 물론이고 그 동기와 목적까지 검찰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언론 보도를 지적하기 위한 말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개념을 빌려왔다.) - P135
법조기자로 일했던 나도 좀비 공정에 갇혀 있었다. ①계속해서 쫓기듯 허겁지겁 일했고, ②검찰 시각에서 피의자를 마녀 사냥했고, ③기사를 작성하면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시시각각 기사를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물먹지 않기’ 위해, ‘깨지지 않기’ 위해 넘어질 듯 말 듯 비틀거리며 달리기를 매일 거듭했다.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이들이 좀비 공정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비가시화된 위험’을 살고 있는 것이다. - P138
너무 바빠서 ‘생각을 못 하는’ 측면도 있지만, 생각을 하면 괴로워지기 때문에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생각을 하면 그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부 평가나 승진과 관련 없는 ‘쓸 데 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일을 잘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이러한 좀비 공정은 의도적으로 조장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누구든 좀비 공정 속에 집어넣으면 제시된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게 된다. 변혁을 꿈꾸지도, 반란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 나오듯 컨베이어벨트에 달라붙어 1분 1초도 한눈 팔지 못하게 만드는 분업 시스템이 좀비 공정의 시초였을 터. 끊임없이 어디론가 내달리게 만드는 것만큼 통제하기 쉬운 건 없다. -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