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읽을 때마다 - 아니, 챕터 하나하나가 나를 돌아보게 하고 깨어있는 정신으로 살고자 노력하게 한다.




그땐 알지 못했다. 그런 나와 기자들의 일상이 검찰 권력을 완성시켜주고 있음을. ‘검찰은…’,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할 방침이다’, ‘검찰은 ◯◯◯의 진술을 확보하고…’. 전지적 검찰시점°으로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전지적(全知的) 검찰시점’은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 등의 행동은 물론이고 그 동기와 목적까지 검찰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언론 보도를 지적하기 위한 말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개념을 빌려왔다.) - P135

법조기자로 일했던 나도 좀비 공정에 갇혀 있었다. ①계속해서 쫓기듯 허겁지겁 일했고, ②검찰 시각에서 피의자를 마녀 사냥했고, ③기사를 작성하면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시시각각 기사를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물먹지 않기’ 위해, ‘깨지지 않기’ 위해 넘어질 듯 말 듯 비틀거리며 달리기를 매일 거듭했다.

(....)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이들이 좀비 공정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비가시화된 위험’을 살고 있는 것이다. - P138

너무 바빠서 ‘생각을 못 하는’ 측면도 있지만, 생각을 하면 괴로워지기 때문에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생각을 하면 그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내부 평가나 승진과 관련 없는 ‘쓸 데 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일을 잘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좀비 공정은 의도적으로 조장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누구든 좀비 공정 속에 집어넣으면 제시된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게 된다. 변혁을 꿈꾸지도, 반란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 나오듯 컨베이어벨트에 달라붙어 1분 1초도 한눈 팔지 못하게 만드는 분업 시스템이 좀비 공정의 시초였을 터. 끊임없이 어디론가 내달리게 만드는 것만큼 통제하기 쉬운 건 없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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