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정확히는 미국의 관점으로 해석된 근현대 역사와 세계에 대한 관점을 한바탕 뒤집어주는 대담집. 코로나 이후 미국 패권 몰락이 가시화된 지금 시기에 더욱 잘 읽힌다. 세계 분쟁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블첵의 역할이 돋보인다. 물론 촘스키는 항상 비판지성답다.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을 다뤘다는 게 이채롭다. 미국의 눈으로 본 세계에 얼마나 우리가 아직까지도 물들어 있는지에 대한 깨우침과 신선한 자극을 준다.
촘스키 교수 특유의 미 제국주의 자본주의 비판은 시원하고 신랄하다. 짧은 분량으로 미국의 대외적인 군사적, 이데올로기적 패권 및 예외주의, 환경파괴 및 기후위기, 대내적인 민주주의 파괴, 자본의 독재, 지식인과 권력의 관계 등에 대해서 잘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별점은 잘 줄 수가 없다. 오탈자가 무례할 정도로 너무 많고, 촘스키 특유의 반어적 표현의 맥락을 세심하게 풀어서 번역하지 않아 여러번 다시 읽고 생각해봐야 의미 파악이 된다. 이 정도로 교정을 안 본 책은 최근에 본 적이 없었던 듯.
플랫폼노동자들의 ˝보도자료˝를 표방한 책. 기자 출신 저자가 200일 동안 쿠팡 피커맨, 배민 커넥터, 카카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썼다. 3/4지점까지는 말 그대로의 보도자료라는 인상을 받았다. 좋게 보면 기자 스스로 한 명의 플랫폼노동자가 되어 열심히 기록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언젠가 떠날 게 예정된 사람(플랫폼노동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의 상황과는 다른 의미로)이 갖는 외부인으로서의 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어쨌든 노동자를 죽도록 쥐어짜 부려먹음으로써 돌아가는 플랫폼자본주의 생태계의 일단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1/4는 저자의 썰인데, 솔직히 지루하다(저자는 옛날 식으로 표현하면 국가독점‘복지‘자본주의자인 것 같다). ‘보도자료‘에 자기 주장이 너무 많아지면, 사족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독보적 증언자‘ 박병엽의 두 번째 증언록. 1권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성립의 정치사를 촘촘히 다뤘다면, 2권은 김일성을 중심으로 주요 정치인들(남북 연석회의 이전에도 활발한 접촉이 있었던 박헌영, 여운형, 백남운, 홍명희)의 만남, 공조, 갈등, 노선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현대사 지식이 일정하게 있다면 흥미롭게 볼 내용이 많다(없다면 너무 어려울 듯). 특히 박헌영이 얼마나 문제가 많았던 인물인지 세세히 잘 알 수 있다(그는 ‘간첩 혐의‘ 때문에 그외 수많은 다른 문제점들이 우리에게서 잊힌 케이스다). 미국 첩보특수부대 특별요원 도널드 니콜스의 존재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