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폭식 사회 : 기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가?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2023년도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선정 우수과학도서
이광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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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폭식‘으로 폭주하는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비판적 담론을 제기해온 저자의 글. <디지털의 배신>과 연작 성격의 책으로 기술 정치를 주제로 한 대중적인 성격의 글들(칼럼 기반)이 담겼다. 책의 주요 소재(각장의 주요 내용)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사회 침투 양상, 플랫폼 노동, 디지털 관련 국가 정책, 팬데믹, 기술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러한 주제를 전문가들의 논쟁거리로 남겨두지 않고 시민의 민주주의를 위한 의제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도모하고 찾으려 하는 점에 있다. 기술, 생태, 인간이 교감하는 대중의 정치, 곧 민주주의가 자본주의 속에서 폭주하는 기술 ‘독재‘ 또는 과두정치를 넘어선 대안의 실체라는 점을 견지하면서 여러 중요한 화두들을 시민의 의제로서 다루는 소중한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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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랑, 정치 - 게임화된 애정, 관계, 감정, 일상 그리고 기술사회 욕망혁명의 미래
앨피 본 지음, 박종주 옮김 / 시대의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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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대표되는 현대 기술 정치를 ‘게임‘화된 욕망, 그중에서도 ‘사랑‘에 주목해서 분석했다. 현대 기술이 큰 틀에서 지배계급의 욕망을 관철하는데 쓰이는 부분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기술적 측면‘에서 이를 전복할 소소한 단초들을 ‘던져보고‘ 있다. 이타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에서의 사랑과 욕망의 가능성을 제대로 알고 재조직해야 하며 이를 ‘기술적‘으로도 시도해보아야 한다는 것. 무수히 많은 이론가들이 제시되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큰 흐름을 잡고 보면 가볍고 재미있게 기술 정치의 비판적 관점들을 철학적 기반들과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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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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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계를 찾아보기에 좋다. 유대인은 유랑하면서 세계에 퍼진 단일 민족이 전혀 아니며, (식민지들에 비할 바까지는 아니지만) 핍박받던 세계 여러 지역의 유대교 공동체가 특히 자본주의 성립 이후로 하나의 뿌리를 상상하면서 성립된 신화적 개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유대인 상층 계급의 허와 실에 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양비론에 가까운 마지막의 팔레스타인 관련 두 장의 내용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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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동 사람들
박건웅 지음 / 우리나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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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와 내용 모두에 있어 ‘어둠 속에서 빛을 파내는’ 박건웅 작가의 신작이자 대작. 이승만 정권 시기 군경에 의한 금정굴 학살의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한 추모와 정명 회복의 마음을 담았다. 죽어 있는 이의 꿈과 삶(역사), 살아 있는 이의 꿈과 삶, 다시 죽어 있는 자의 삶(오늘)을 오가며 ‘미스터리’와 ‘추적’, ‘환타지’의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쌓았다. 중요한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분명하게 예술이라는 그릇에 담아냈다.
작가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안타까운 역사의 ‘진실’은 많은 경우 말과 기억으로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권력과 자본과 패권의 논리는 이를 흩어버리거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끊임없이 내몰려고 한다. 비록 작은 저항일지라도, 말과 기억를 이미지와 글로 만들어 가시적으로 보존하고 또 다른 이들의 기억에 전승될 수 있도록 이야기로 만들어 표현해내는 일은 참으로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역사와 기억은 결국에는 행동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야 말기 때문이다.
분단과 전쟁과 학살로 인해 희생된, 지금도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하나하나의 사연을 가진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생활 또는 권력의 이름으로 이러한 이들과 사건을 잊도록 강요하는 모든 것들에 맞서 인간다운 마음을 지키고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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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조 사코 지음, 정수란 옮김 / 글논그림밭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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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 저널리스트이자 만화가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정수란 옮김, 2012, 글논그림밭). 지금의 사태를 제대로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책이다. 절판되었을뿐더러 중고책도 구하기 쉽지 않다. 빨리 보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는 게 좋다.
- 원제는 FOOTNOTES IN GAZA(2009). 소위 주류가 ‘각주’로 다뤄버린, 하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팔레스타인 가자 사람들의 뜨거운 독립 의지와 투쟁, 희망과 기쁨, 절망과 슬픔, 용기와 고뇌 등 모든 삶에 관한 이야기들을 역사의 중요한 자리에 기록하고 더 알리겠다며 발로 뛴 작가의 의지가 담긴 제목이다.
- 현재(2002~2003년)와 과거(1956년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와 라파에서의 학살)가 교차하며 내용이 진행된다. “그때가 더했나, 지금이 더하나”라는 소챕터 제목처럼, 이스라엘(과 미국)의 잔인한 가자 지구 봉쇄라는 현재와 과거의 무차별적인 학살이 잇닿아 제시된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인티파다의 피가 흐른다”는 외침이 어떠한 역사적 연원을 지니는지, 그것이 왜 정당한 것일 수밖에 없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저자가 묘사한 상황이 유지, 악화되며 20년의 시간이 더 흐른 게 현재다).
- 저자의 현지 조력자인 아베드, 칼레드, 하니, 아슈라프는 하마스라고 볼 수는 없고, 진보적 PLO 정도로 성향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우리 독립운동사에 비교하자면, 민족주의자에게서 사회주의자로, 장년에서 청년으로 주도 세력이 바뀌어 나가던 1920년대 초중반에 일종의 가교 역할을 했던 성향의 인물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중 칼레드는 수배 중으로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겪는 일상 속에서의 수많은 고통들이 많이 묘사되어 있다. 특히 난데없는 사격, 가옥 파괴(여러 의미로 집은 그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공간이다), 검문으로 인한 교통 체증이 중요하게 제시된다. 이른바 ‘땅굴’이 왜 생겨날 수밖에 없고, ‘무장투쟁’이 왜 점점 더 격화되는지 알 수 있다.
- 저자는 당시 방식의 무장투쟁에 대해 긍정하는 듯 보이지는 않으나,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그보다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여러 삶과 목소리 들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야기하는 부정적인 현실과 구조적인 폭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 1956년 학살에서는 4.3, 노근리, 골령골, 광주 등 우리의 현대사 속 사건들의 여러 장면들과 겹치는 상황과 장면 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다.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폭력 검속과 발포로 특징지어 지는 가자에서의 ‘역사적 사건’ 하나에 집중함으로써, 저자는 사태의 본질을 온전히 드러내려고 한 것 같다. 오래된 일은 오래됐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에 덜 휘말리며 명확한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것.
-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저자는 비록 특유의 자조적인 어투로 자신의 부족함(또는 위악)을 드러내지만, 내가 보기엔 충분히 성의 있는 태도로 대했다.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소환했던 그들의 말을 옮기고 그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에 있어서, 저자 스스로의 직업 윤리를 최대한 동원해 최선을 다함으로써 이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생각이 든다(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기 때문에, 이들 하나하나를 생동하는 사람으로 그려냈다는 점 자체가 저자의 노력과 윤리성을 보여준다).
-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책을 통해 만남으로써,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이스라엘의 학살과 전쟁 범죄를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건설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며, 지금의 전쟁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외치게 만드는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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