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적이고 뾰족한 글쓰기로 유명한 칼럼니스트의 글쓰는 삶에 관한 이야기. 어떻게 글쓰기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는지부터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 글쓰는 사람의 마음가짐, 독자와의 관계 설정, 여러 사건들 속에서도 자신의 삶과 글을 지켜냈던 방법 등에 대해 흥미롭고 진솔하게 썼다. 한 명의 직업인이자 시민의 탄탄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다. 무엇보다도, 글이 재밌어서 술술 넘어간다.
디지털 기술 ‘폭식‘으로 폭주하는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비판적 담론을 제기해온 저자의 글. <디지털의 배신>과 연작 성격의 책으로 기술 정치를 주제로 한 대중적인 성격의 글들(칼럼 기반)이 담겼다. 책의 주요 소재(각장의 주요 내용)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사회 침투 양상, 플랫폼 노동, 디지털 관련 국가 정책, 팬데믹, 기술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저자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러한 주제를 전문가들의 논쟁거리로 남겨두지 않고 시민의 민주주의를 위한 의제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도모하고 찾으려 하는 점에 있다. 기술, 생태, 인간이 교감하는 대중의 정치, 곧 민주주의가 자본주의 속에서 폭주하는 기술 ‘독재‘ 또는 과두정치를 넘어선 대안의 실체라는 점을 견지하면서 여러 중요한 화두들을 시민의 의제로서 다루는 소중한 저자다.
SNS로 대표되는 현대 기술 정치를 ‘게임‘화된 욕망, 그중에서도 ‘사랑‘에 주목해서 분석했다. 현대 기술이 큰 틀에서 지배계급의 욕망을 관철하는데 쓰이는 부분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기술적 측면‘에서 이를 전복할 소소한 단초들을 ‘던져보고‘ 있다. 이타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에서의 사랑과 욕망의 가능성을 제대로 알고 재조직해야 하며 이를 ‘기술적‘으로도 시도해보아야 한다는 것. 무수히 많은 이론가들이 제시되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큰 흐름을 잡고 보면 가볍고 재미있게 기술 정치의 비판적 관점들을 철학적 기반들과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사실 관계를 찾아보기에 좋다. 유대인은 유랑하면서 세계에 퍼진 단일 민족이 전혀 아니며, (식민지들에 비할 바까지는 아니지만) 핍박받던 세계 여러 지역의 유대교 공동체가 특히 자본주의 성립 이후로 하나의 뿌리를 상상하면서 성립된 신화적 개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유대인 상층 계급의 허와 실에 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양비론에 가까운 마지막의 팔레스타인 관련 두 장의 내용은 별로다.
형태와 내용 모두에 있어 ‘어둠 속에서 빛을 파내는’ 박건웅 작가의 신작이자 대작. 이승만 정권 시기 군경에 의한 금정굴 학살의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한 추모와 정명 회복의 마음을 담았다. 죽어 있는 이의 꿈과 삶(역사), 살아 있는 이의 꿈과 삶, 다시 죽어 있는 자의 삶(오늘)을 오가며 ‘미스터리’와 ‘추적’, ‘환타지’의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쌓았다. 중요한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분명하게 예술이라는 그릇에 담아냈다.작가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안타까운 역사의 ‘진실’은 많은 경우 말과 기억으로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권력과 자본과 패권의 논리는 이를 흩어버리거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끊임없이 내몰려고 한다. 비록 작은 저항일지라도, 말과 기억를 이미지와 글로 만들어 가시적으로 보존하고 또 다른 이들의 기억에 전승될 수 있도록 이야기로 만들어 표현해내는 일은 참으로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역사와 기억은 결국에는 행동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야 말기 때문이다.분단과 전쟁과 학살로 인해 희생된, 지금도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하나하나의 사연을 가진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생활 또는 권력의 이름으로 이러한 이들과 사건을 잊도록 강요하는 모든 것들에 맞서 인간다운 마음을 지키고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