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동 사람들
박건웅 지음 / 우리나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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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와 내용 모두에 있어 ‘어둠 속에서 빛을 파내는’ 박건웅 작가의 신작이자 대작. 이승만 정권 시기 군경에 의한 금정굴 학살의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한 추모와 정명 회복의 마음을 담았다. 죽어 있는 이의 꿈과 삶(역사), 살아 있는 이의 꿈과 삶, 다시 죽어 있는 자의 삶(오늘)을 오가며 ‘미스터리’와 ‘추적’, ‘환타지’의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쌓았다. 중요한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분명하게 예술이라는 그릇에 담아냈다.
작가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안타까운 역사의 ‘진실’은 많은 경우 말과 기억으로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권력과 자본과 패권의 논리는 이를 흩어버리거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끊임없이 내몰려고 한다. 비록 작은 저항일지라도, 말과 기억를 이미지와 글로 만들어 가시적으로 보존하고 또 다른 이들의 기억에 전승될 수 있도록 이야기로 만들어 표현해내는 일은 참으로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역사와 기억은 결국에는 행동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야 말기 때문이다.
분단과 전쟁과 학살로 인해 희생된, 지금도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하나하나의 사연을 가진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는 것, 생활 또는 권력의 이름으로 이러한 이들과 사건을 잊도록 강요하는 모든 것들에 맞서 인간다운 마음을 지키고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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