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고전 읽기. 요즘 같은 시국에 생각해볼 게 많이 제기되는 책이다.˝자본은 그 정력과 탐욕과 능률의 면에서 직접적인 강제노동에 입각한 종전의 모든 생산제도를 능가한다.˝ / 잉여가치율과 잉여가치량
조국과 민족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재일조선인 교수의 음식 에세이. 유쾌하고 즐겁다. 유머러스하다. 이런 동포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 통일이라면, 한 번 주역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 있는 이야기들이다. 일본 또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이윤 논리에 의해 희생되거나 희소한 음식들이 사회주의 북한에서는 보편적으로 살아 있는 것도 많은 듯. 북한 사회의 키워드 자력갱생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음식에도 또한 투영되어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여러 음식들을 맛나게 소개하고 식욕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장르의 성격에 충실하다. 백두산 군감자, 평양의 철갑상어, 칵테일 평양 스카이는 특히 맛보고 싶다. 책 덕분에, 콩과 떡과 쌈을 앞으로 한동안 많이 먹을 것 같다.
˝독보적 증언자˝의 구술로 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사. 확실히 그 과정에는 제 세력의 실질적인 ‘정치‘ 과정이 치열하게 존재했고, 이 점은 미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던 대한민국 수립과 매우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 체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같은 시기 남쪽의 정치사를 다룬《한국 민족주의와 남북관계》(도진순)와 함께 보면 흥미로울 듯.
한 시대가 마무리되는 속에서, 마음 속 품은 큰 뜻을 펼쳐보지 못하고 생의 후반기 또는 마지막을 향해 가던 이들이 역사에서 걸어나와 우리에게 전하려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후대를 축복하며 스스로의 양심에 한 점 부끄럼없이 올곧게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마지막 문장을 영원한 문장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객관적‘으로 남긴 족적은 크지 않으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역사 속에서 생환하는 황현, 최치원의 이야기. 상품가치를 위해 모든 것을 치장하는 지금 시대에 더욱 울림이 있다. 《시인 동주》의 안소영 작가 작품답게, 고증과 상상력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규모가 작고 중국이 중재하는 3국 교류 형태라는 한계는 있지만, 지난 30년 동안 남북의 만남이 끊긴 적 없는 단둥 지방을 중심으로 한 조중 국경의 남북 교류 연구 인류학자의 세 번째 책. 근 10년 동안 세 권의 책을 통해 그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선보이고 있다. 정부가 독점하고 자주적인 방향에서 추진되지 못하며 여전히 반북적인 법률과 90년대식 구시대적 대북관 아래 제대로 전진하지 못하는 ‘남쪽‘의 한계를 단둥에 비춰 생각해볼 수 있다. ‘과거와 같은 듯 다른‘ ‘북한보다 백두산을 먼저 알자‘ ‘압록강에서 한국 사회와 마주치다‘ ‘백두산 압록강 고구려 단둥 답사 4박5일 일정표‘ 부분이 특히 읽어볼 만하다. 유수의 유명 도서와 방송 들이 어떤 오류와 거짓을 (의도든 아니든) 퍼뜨렸는지 현장 조사와 사진 자료를 통해 알 수 있기도 하다. ‘휴전선‘의 극복과 남북 직접 교류 시대를 위해서는 경청해야 할 이야기들이다.사진은 저자가 단둥에서 촬영한 북한화교 사업가의 책장. 저런 공존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때 남북은 비로소 가까워지는 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